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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서적2017.03.24 19:53


두 종류의 괴물이 있다. 외계에서 침입한 외계인과 내부에서 키워져 온 변종들. <신체 강탈자의 침입> 의 외계인처럼 우리 내부에 변종의 씨앗들을 침투시키는 괴물도 있고, <에일리언> 처럼 우리 내부에 알을 낳기 위해 숙주를 찾아 헤매는 괴물도 있다.

이 '외계로부터의 침입'과 '내부 변종의 성장' 이야기는 극장에서 돈주고 공포에 떨며 봐야 하는 한편의 그저 몬스터 블럭버스터일 수도 있겠지만, 그 공포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어쩌면 원래 우리의 리얼리티, '삶' 속에서 그 침입과 변종 성장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리얼리티 바이츠> 라는 영화 제목처럼, 타의로 태어나서 이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이 정체불명 또는 잘 알려진 공포의 괴물로부터 물어 뜯기는 것, 이것이 '삶' 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우리의 '삶'이라고?  왜?  '삶' 의 1차적인 목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호사가 아닌 이 땅에 사는 이상 어떻게든 입속으로 음식을 넣고 어딘서가 잠을 자야 하는 '먹고 사는' 문제가 정말로 보통 일이 아닌 처절하고 치열한 투쟁이 되어 버리면, 사실 뭐 그때부터 삶의 리얼리티는 오늘도 바이츠, 내일도 바이츠일 뿐 ... '세상'은 공포 체험의 무대요, '살아 간다는 것' 자체가 오늘도 한번 물어 뜯고 내일도 두번 물어 뜯는 괴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숙주가 되는 거다.

그렇다면, 그 '삶'이 괴물이 되어 버린 이유를 찾아야 한다. 도대체 왜 뜯기는지나 알고 뜯깁시다, 하려면 말이다. 그러니까 '경제'라는 것을 '부의 원천' 이 아닌 '공포와 괴물'의 관점에서 한번쯤은 바라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몇사람만이 그 이유를 궁금해 하면 되는 때는 이제 지난 것 같고, 지금은 모두, Everyone 이 알아야 하는 시대 아닌가? 세상 돌아가는 거 보면.

간단하다. 안다고 해서 안 뜯기는 것은 아닌데, 적어도 이유는 아니까 덜 물어 뜯길 수는 있을지 모르고 혹시라도 새로운 괴물에 대한 예방 진단은 가능하고 피할 수 있다. 우석훈의 한국경제 대안시리즈는 '내가 뜯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한 이들을 위해 그 이유에 대한 분석과 고민과 대안에 대한 보고서이자 강의록이기도 하다.

아울러 '경제'라는 용어를 부(富)라는 프레임과 연결시킬 것인가, 아니면 빈(貧)이라는 프레임과 연결시킬 것인가, 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때 이기도 한 것 같다. 전자에서 후자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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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대안시리즈 1권인 <88만원 세대>, 2권 <조직의 재발견>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에서 제목 변경 , 3권 <촌놈들의 제국주의> 에 이어서 4권 <괴물의 탄생> 까지를 읽으면서 나는 앞서 언급한 '공포'의 관점에서 경제를 보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 4권은 공식적으로 그 제목에서 공포의 원인을 제공하는 '변종 괴물' (결론적으로는 외부에서 침입한 씨앗으로 내부에서 성장되어 온 것이 아닐까 의심되는) 에 대해 언급한다.


공포로서의 '삶'과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차례대로 1권 대학생, 2권 직장인, 3권 한국인이었다면, 4권 <괴물의 탄생>은 '이제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한 교양 경제학 수강생' 정도 되는 것 같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4권 중 가장 흥미롭게 읽은 것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인데, <괴물의 탄생> 을 <88만원 세대> 과 <조직의 재발견> 전에 읽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88만원 세대> 과 <조직의 재발견> 의 이야기들이 더 공포스러워질까?

'富를 가져다 주는 원천은 정말로 무엇인가, 돈이냐 토지냐' 에 대한 고민과 연구에서 시작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이 나온 1776년을 경제학 원년으로 해서, 중세 시대 봉건제부터 신자유주의가 후퇴하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먹고 사는 방식을 '돈'과 '토지' 소유 및 비소유 관점에서 보고, 그리고 그것을 거머쥔 자들의 경제와 정치 논리가 어떻게 세상을 지배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중농주의, 신대륙 발견의 의미, 중상주의, 아담 스미스, 산업혁명, 공급 과잉으로 인한 대공황, 존 케인즈, 오일 쇼크, 신자유주의 (네오콘) 등을 쭉 훑으면서, '돈'과 '토지'를 거머쥔 자들이 '경제'라는 무형의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유기적 피조물에게 썩은 음식을 주면서 왜곡시키고, 전세계를 돌며 계속해서 알을 낳게 하고 성장시켜 왔고, 몇백년에 걸쳐서 결국은 몬스터로 성장시킨 사례들을 언급한다.

물론 괴물로의 변이를 막고 공포의 확산을 차단한 나라들도 있다. 결국 괴물이라는 변종이 되는가 아니면 정상 경제로 성장하는가, 라는 문제는 항상 선택의 문제이면서도 철학 및 정치간 대립의 문제이기도 했다. 이것이 선거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할 것. 에일리언의 알은 에일리언들이 보기에는 사랑스럽겠지만, 인간에게는 끔찍한 공포의 괴물의 씨앗일 뿐이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곳에서의 '경제'가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가 아니면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를 조명한다. 불행히도 책 제목에서 보다시피 괴물로 성장하고 있으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돈'과 신자유주의라는 양분으로 알에서 꾸준히 성장하다가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서 드디어 몬스터로서 알에서 부화, 본격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후반부부터는 탄생해 버린 이 '괴물'의 해체를 비롯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에 관한 대안과 경제학자로서의 고민이 기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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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은 이런 이야기를 일종의 강의 노트 스타일로 전달하고 있다. 세계의 '돈'과 '부동산' 관점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 둘이 만나 인간의 '탐욕'에 힘입어 어떻게 변종으로 성장하여 괴물로 탄생했는가, 그리고 한국에서는 경제가 어떻게 한국 특유의 괴물로 성장하게 되었는가, 그것은 세계를 무대로 성장한 괴물의 침입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내부에서의 변종인가를 고민하기도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명박 정부의 집권은 '경제 강탈자의 침입'이냐 아니냐라는 문제다. 그리고 가능한 치유 방법을 설명한다.

이 흐름의 구체적 사례들에 대해서 입문 교양 경제 수강생을 위한 초보 경제학 및 수학적 분석집 같은 것이 후속으로 나와도 괜찮을 듯 싶다. 그러니까 <괴물의 탄생>은 이론 정리고, 그 연습 문제 풀이 같은 책이 나와도 좋겠다는 것.

경제, 그것은 '살리고 죽이는 이념의' 대상이기 보다는 그 정체와 실체를 '알고 모르는 공부의' 대상이어야 할수도 있다. 적어도 '토지'도 없고 '돈'도 없는 지금의 우리로서는. 그리고 매일 매일 모기에게 조금씩 피 빨리듯이, 뜯기지 않고 살려면. 나는 경제학자들의 의무 중 하나가 '경제'를 학문이 아닌 '생활'로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건 쉬운 일은 아니다. 반대로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다.

사실 부동산, 주식, 펀드, 환율, 이자율, 물가, 고용 수치 같은 것들이 경제의 실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사후 드러나는 형상물일 뿐이며 부동산과 주식 매매 같은 것들은 사실 진짜 생산-소비 in 시장, 관점의 경제와는 무관하다고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경제의 실체는 그것들을 조종하고 통제해 온 거대한 성장의 흐름의 중심에 태풍의 눈처럼 서 있다는 것이며 그리고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그것을 보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는 거다.

2008년 10월 29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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