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관점에서 현상을 보는가라는 글을 쓰면서 가능하다면 '관점 삼원의 교집합에 서라'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경제라는 것에 응용해 보려고 한다.


일단 내가 사회에 나와서 일을 하고 소득을 취하는 경제활동인구이니까 경제활동의 주체인 [가계 / 기업 / 정부] 관점에서 보도록 하자. 일단 이런 내용이 어디 교과서에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고 생각나는 대로 갈기는 것이니 혹시나 그런 방문자가 있지는 않겠지만 너무 의미를 두지는 말 것.

자, 일단 4, 5, 6, 7 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시장 (Market) 이다. 생산요소 시장이다. 가계가 공급자고, 기업이 수요자인 시장. 가계는 기업에게 노동, 자본, 토지를 제공한다. 그 대가로 기업은 임금, 이자와 이윤, 지대를 제공한다. 즉, 노동시장, 자본시장 (주식 및 외환), 부동산 시장 등이 모두 5 (또는 7) 에 들어간다. 그리고 4, 6, 7 은 세금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4 는 소득세, 6 은 법인세 뭐 그런 식.

5 를 통해 2 로 임금이 들어가서 가계소득이 발생하고, 3 으로 자본이 들어가서 재화가 생산되면 2 와 3 도 시장에서 만나 거래를 한다. 생산물 시장이다. 가계가 수요자고 기업이 공급자인 시장. 마찬가지로 4 와 6 을 통해 1 로 세금이 들어가면 1 은 공공 서비스와 공공재 (SOC 포함) 를 생산하여 2 와 3 에 제공한다. 혹시나 만약에 '세금은 일방적으로 뜯기는 나쁜 것'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는 무의미하다.

자, 우선 1 ~ 8 중에서 "나는 어디에 서서 경제활동을 해야 하나?" 이거 먼저 정해야 한다. 실은 이것을 정하는 것부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간단하다. 점 찍어라. 만약 삼성전자에 다니면서 매달 봉급을 받아 가족들을 부양한다면, 일단 5 다. 국세청에 근무한다면 4 ? 한전은 그러면 6 인가? 경제학자는 7, 주부는 2, 대통령은 1, 삼성 CEO 는 3, 고등학생은 8, 뭐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나라면 이곳에 서려고 할 것 같다.


만약에 가계가 6 의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본다? 아마도 이것이 MB정부와 조중동이 그토록 원하는 희망사항일지도 모르며 소망교회에서 기도드리는 것일수도 있다. 미디어법과 방송법 개정은 그거 되도록 여론통제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주부라면 어디 서야 할까? 2 ? 고등학생은? 8 을 벗어나 5 에 가까운 2 ? 직장인은 가능한 좌측에 치우친 5 ?, 찍어 보라 이거다.

정부가 5 라는 영역에서 가계-기업간 생산요소시장에 대한 관점을 좌측에 찍으면 4 와 6 을 통해 만든 예산으로 복지 부분을 늘리자고 하겠지만, 우측에 찍으면 아마도 공기업 민영화를 해야 한다고 난리를 칠거다. 서민인데 3 과 6 에 선다? 이것은 참 슬픈 일이다. 아쉽게도 조중동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서민+기성세대 중 대다수가 이 3 과 6 에 서 있을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삼원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크게 문제삼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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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삼원이 균형상태를 이루지를 못하고 어느 한 쪽의 힘이 커지는 경우다. 왜? 고전경제학의 대전제처럼 '인간은 이기적이고 그 욕망이 무한한데 세상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과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바로 이러한 관계를 수치화시켜 그래프를 그리고 여러 모델을 세워 비교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음의 경우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다.


정부의 힘은 커지고 가계로부터는 세금을 많이 걷지만 기업으로부터는 조금 걷거나, 가계의 힘이 커지고 기업은 정부에 세금을 많이 내야 하거나, 기업의 힘이 커지고 가계는 세금을 많이 내고 일자리수도 적고 정부의 힘은 작거나, 기타 등등... 정부의 힘이 매우 커져서 주요 생산수단을 국가가 소유하면 사회주의가 되는 것이고, 4, 5, 6 이라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직접 장기 경제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면 계획경제가 되기도 한다.

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거다. 기술이 발전해서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들이 발명되고 그래서 노동집약에서 자본집약으로 산업의 형태가 변화되었다고 하자. 기계의 발전이 과학의 발전이기도 하고 이것을 '인간 문명의 진보'라고 이야기할 수만은 없는 이유도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쨌건 그 덕에 기업은 노동에 대한 수요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3 의 관점에서는 반가운 거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생산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이 고용수요 감소를 돈 빌려주고는 강제로 이행시킨 것이 IMF 의 진짜 본질이라는 것도 꼭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한미FTA 도. 난 종종 테크놀러지의 성장속도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가 쫓아오지 못하는 과속이라서 매번 스스로 가격을 파괴시켜 버리는 식으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2 의 관점에서 본다면 불행의 씨앗이요 악순환의 시작이다. 5 의 노동시장에서 기업의 수요가 감소하지만 공급은 그대로, 아니 증가하기 때문에 일자리 경쟁은 치열해지고 실질적인 임금은 감소하게 된다. (그래서 사교육 시장이 비대해지는 부작용이 초래된다.)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 가계는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하게 된다. 이 때 3 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나? 생산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인 과잉생산이 발생하게 된다. 2 와 3 이 만나는 재화시장에서 수요는 감소했는데 공급은 과잉이다.



재화의 가격이 무조건 하락할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라 기업의 이익이 감소하게 되므로 기업은 노동 비용을 더 줄이기 위해 해외 여기저기 저가노동을 구할 수 있는 시장으로 떠돌게 된다. 이에 따라 그 나라 5 에 형성되는 노동시장에는 과잉공급이 발생하고 수요는 거의 없는 상황이 발생해버린다. 임금이 하락한다. 소득과 상품 구매력은 더 떨어진다. 재화 시장에서는 역시 공급은 과잉이요 수요는 씨가 마르게 된다. 지금 이렇다.

가계의 소득이 감소하면 정부는 4 를 통해서 들어오는 세금도 줄어들고, 결국 6 을 통한 세금도 감소하게 된다. 정부가 가난해지니 1 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먼저 날려 버릴 것은? 문화와 교육, 그리고 보건 의료 서비스 등의 공공 서비스 예산들 가장 먼저 날려 버리게 된다. 다음? 공공재를 생산하는 각종 공기업들을 민간에게 넘기게 된다. 그래서 수도, 전기, 가스, 교통 등의 공공재가 민영기업의 상품이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가격은 폭등하게 된다. 즉 1 과 2 가 저가에 거래하던 공공재들이 2 와 3 이 만나는 재화시장에 고가 상품으로 등장을 하게 되는 거다.

이 재화들은 필수재이므로 무조건 구매를 할 수 밖에 없다. 2 관점에서는 이제 문화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책과도 멀어지고 음악과도 멀어진다. 그리고는 자식들에게 오로지 살아 남아라는 경쟁 논리만을 주입하게 되는 비극이 연출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애당초 노동의 수요가 감소해서 벌어진 일인데 노동자 탄생에 그렇게 막대한 가계의 귀중한 소득을 투입한다?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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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 관점을 갖는 이들도 이 삼원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경제 관료들이어야 한다. 어느 한 쪽의 힘이 커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거다. 특히 자본의 막강한 힘을 가진 기업을 경계해야 한다. 각종 기업 규제라는 것을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성장'이라는 논리는 철저하게 3 의 관점이기도 하다. 또한 7 의 관점에 선 경제학자는 1 의 관점이 2 와 3  사이에서 균형을 잡도록 도와주는 이들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균형 (Balance) 이다. 효율성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3 은 성장하는데, 2 는 추락해왔다. 그리고 우리는 주로 3 관점에서만 경제 뉴스를 듣는다. 경기순환을 거듭하면서 마치 한번 휘저을 때마다 수타 자장면 면발 가늘어지듯 가계는 가늘어져 왔을거다. 즉 경제성장은 허구다, 라고 난 본다.

회사의 임원도 아니고 정부의 관료도 아닌 보통 직장인, 또는 작은 자영업자가 2, 4, 5, 7 이 아닌 영역에 관점을 찍는 것은 실은 뭔가 심각하게 세상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다라고 말할 수 있다.

2 는 나의 가족들의 삶의 질과, 4 는 가족들의 교육과 의료 문제가 관련있는 세금과, 5 는 노동의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받는 소득과, 7 은 이 나라의 경제 구조에 대한 지식과 관련이 있는 관점의 영역들이므로 사실은 2, 4, 5, 7 을 다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요구다. 이것에 대한 파악도 없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장사를 하고,그래서 내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식들을 교육시킨다? 다시 말하지만 뭔가 잘못 되었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누구에게나 제 7 의 영역, 관점 삼원 모두의 교집합이기도 한 이 7 의 영역에 대한 교육과 이해가 필수여야 한다,라는 거다. 제 7 의 관점은 가능하면 누구나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정규직이면서, 봉급쟁이이면서, 서민이면서도 1, 3, 6 의 관점 영역에 점을 찍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잘 따져보면 이 7 의 영역에 아고라의 관점이 찍힌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조중동은 간단히 말하면 그것을 막는 사람들을 막는 것이고.


2009년 1월 14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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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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