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은 지구에서 약 800광년 떨어져 있다고 한다. 즉, 지금 밤하늘에 보이는 것은 1207년도의 북극성. 1507년에 북극성이 폭발했어도, 2307년이나 되어야 우리는 북극성이 어떻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2007년의 지구에서 보이는 북극성은 1207년의 세계로 이 두 공간은 전혀 동시간대 세계가 아니다. 이 두 별을 동시에 볼 수 없다면... 즉, 지구와 북극성과의 동시성은 무너진다.

이 동시성의 무너짐은 우주적 관점의 거시적 현상 뿐만 아니라 지구 안에서도 관찰된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는 수직으로 보이던 빛줄기도 열차 밖에서는 비스듬히 보이는 현상... 즉, 빛이 움직인 거리가 다르게 보이는데, 빛의 속력은 초속 30만km 로 이것이 불변의 진리라면, 거리 = 시간 x 속력 이니까, 다른 것은 결국 그 움직인 시간이라는 거다. 다시 말해,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 안과 밖도 동시간대로 측정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는 이야기...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 것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기도 하다. 사실, 광년이라는 단위도 시간으로 측정하는 거리라서 이게 공간적으로 지각하기가 어렵다.

동시성이 무너졌으니까, 즉, 전지전능한 우주적 관점을 지닌 신의 입장에 설 수 없으니까, 이제 <우리는 현상을 바라 보기 위해 어디에 서야 하는가>라는 선택의 문제가 남게 된다. 물론 이것은 자연현상 관찰에서 뿐만 아니라, 각종 잡다한 사회현상 관찰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볼 때도, 누구의 어떤 시점으로 영상을 볼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까, <한 장면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같은 문제를 따져 보는 것으로도, 메세지나 영화 해석이, 영화가 관객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수학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민코프스키라는 독일의 수학자는 3차원 공간에 시간이라는 차원을 더해 4차원의 시공간 (時空間) 개념을 만들어냈다. X, Y, Z 축 3개가 수직으로 교차하는 3차원인 물리적 공간에 시간이라는 차원을 더한 것, 즉, 시공간이라는 것이 보통 우리가 말하는 4차원 공간이라고 한다는 거다. 즉, 우리가 사는 이 시공간이 4차원의 세계라는 거니까, 이상한 나라의 폴이 빠지는 이상한 나라는 정확히 표현하면 5차원의 세계라고 하는 것이 맞는 거 같은데....쩝.... 사실, 3차원 공간에서 한 물체의 이동 궤적은 시간 개념이 없으면 떠 올리기도 어렵다. 시간없는 3차원은 그냥 정지 이미지일 뿐...

그런데, 반 고흐 자화상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얼까?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해 왔는데, 즉 <그것은 몇차원에서 구현되는 것인가> 라는 거다.

음악의 3 요소를 화성, 선율, 리듬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3 요소는 모두 시간과 집적적 관계가 있다. 즉,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모두 발생하지 않는 현상이라는 이야기다. 시간이 흐르기 전에는 눈에 보이는, 귀로 들리는 실체가 없고 오로지 머리와 마음 속에만 있다가,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면, 울림이라는 공간의 변화가 시간의 통제 하에 귀로 전달이 된다. 그리고 귀로 전달된 시공간의 변화가 뇌의 인지 작용을 통해서 비로소 음악으로 인식되는 것. 입체 영화관이란 것도 보면 영상이 입체가 아니라, 사운드가 입체로 음원을 여러개 둔 거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귀는 모두 다른 관찰시점을 의미하고, 모든 뇌는 모두 다르게 인지하니까, 같은 음원이라도 누구에게나 같은 음악이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같은 음악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귀와 모든 뇌가 로보트의 것이거나, 기능을 상실해야 한다.

음악은 철저히 시간의 예술이기도 하고, 그런 이유로 나는 그 시간의 규칙적 또는 변칙적 통제를 통칭하는 리듬이 아마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뭐든 간에 연주를 잘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시간을 통제하는 방법이다. 기타? 리듬기타부터 해라.

어떤 연주를 듣고 이것이 누구의 것일까 알고 싶을때, 인터넷 검색창에는 어떤 단어를 써 넣을 건가? <음악은 인터넷으로 검색될 수 없다>는 것은 아마도 음악이 한순간의 시공간 변화로 구현되고 바로 사라지는 4차원에서만 가능한 예술이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도 마찬가지로 시간의 예술이다. 물론 언어나 텍스트로 기록이 되는 것은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되니까 예외다.

2007년 10월 4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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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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