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PBOY's JAZZ BAKERY


최근 구입한 음반 중에서 단연 최고다. 2008년 영화로 약간 뒤늦게 수입된 <선샤인 클리닝> 이라는 영화의 OST 를 말하는 거다. 국내에서는 발매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아쉬운데, 보면 괜찮은 OST 들이 발매는 커녕 수입도 못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참 안타깝다.


이 영화에서는 <준벅>과 <다우트>에서 해맑고 순진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알려진 에이미 아담스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그 미란다의 측은한 비서였던 에밀리 블런트가 자매로 출연한다. 영화의 정서는 <리틀 미스 선샤인>과 <준벅>을 합쳐 놓은 것 같다. 잔잔한 가족의 사랑을 다룬 영화로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이 자매의 삶이 남 이야기는 아님에 더욱 친근하면서 정이 가는 영화다. 최근 본 영화 중에서는 흔치 않게 재미있고 비교적 좋은 영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너무 안 보긴 했지만.

다른 허접스러운 영화들도 그렇게 보는데 이 영화가 그렇게 외면당한 것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런 것들 볼 시간과 돈 있는 분들이면 나중에라도 <Sunshine Cleaning>도 리스트에 꼭 넣어 주기를 바란다. 이 영화는 음악이 또한 보석이니까. 이런 영화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로얄 타넨바움> OST 만큼 근사하다 여긴다. 차이가 있다면 이 음반은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짧은 소품들이 주를 이룬다는 것.

싱글맘이기도 한 언니 로즈(에이미)는 자신의 인생을 잘 살고 싶어 하며 잘 살거라 늘 다짐한다. 그렇지만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보다는 늘 인생의 걸림돌이 되고 마는 여동생 노라 (에이미),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찍히는 아들, 항상 엉뚱한 일을 벌이는 아버지 (리틀 미스 선샤인에서 그 할아버지), 불안하기만 한 유부남이 된 오랜 남자 친구와의 밀회, 부잣집 마나님에 된 여고동창을 보며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 로즈의 삶은 늘 힘겹다.

그렇고 그런 삶에 찌들고 힘들어하는 로즈는 경찰인 남자친구의 조언으로 덜렁대고 불같은 성격에 마땅한 직업도 없이 애물단지이기만 한 동생 노라와 함께 피범벅에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 부패된 살해 현장 전문 청소일을 시작하게 된다. 돈도 조금씩 모아 차도 사고 번듯한 사업체 Sunshine Cleaning 을 만들고 명함도 만든다. "그래 나 잘 하고 있는 거야" 모처럼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감도 가지게 되고...

ooo

영화에는 우리가 보통 '성공'한 삶이라고 칭하는 그런 종류의 인생을 사는 인물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모두들 정신적 상처나 육체적인 장애 한두가지 쯤은 가지고 살아간다. 사실 이것이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삶이기도 하다. 우리 앞에 탄탄대로가 놓여져 그냥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그런 인생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니까. 가족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로즈와 노라가 하는 일, 즉 남들의 굉장히 치열했고 커다란 상처의 흔적을 지우고 닦아내며 악취를 없애는 일... 다른 이들의 비극의 흔적을 지우면서 자신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끌어가려는 모습에서 나는 그 자매가 어떻게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지를 보게 되는 것 같아 이 두 자매에게 영화를 보는 내내 격려의 함성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너무나 큰 좌절의 순간도 오고야 말지만 그들은 자매였고 어떻게든 번듯하게 키워 내야 하는 사랑스런 아들이 있으며 늘 뒤에서 든든히 서 계시는 아버지가 있다.

마이클 펜의 어쿠스틱 기타가 리드하고 현과의 하모니가 강렬한 짧은 소품들들은 순간순간 치고 빠지면서 주인공들의 갈등, 좌절, 슬픔, 사랑, 희망 등의 감정을 충실히 표현해 내며 삶의 상처를 치유해낸다. 난 이런 음악들이 좋다. 영화를 리드하려 들지 않고 마치 제3의 주인공이, 아니 마치 관객처럼 우리 옆에 바싹 다가 앉아 함께 영화를 보다가 스크린 속 주인공들이 힘들어 하면 튀어 나가 위로해 주고, 기뻐하면 우리더러 함께 박수치라고 좋아라 한다.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Norman Greenbaum 의 <Spirit in the Sky> 참 멋지다.

2009년 9월 29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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