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PBOY's JAZZ BAKERY


얼핏 보기에 관련이 없어보이는 "농부"와 "산과의사"을 함께 다루고 있는 이 책의 저자 미셀 오당은 프랑스의 산부인과 의사로서, 생태적으로 건강한 문명의 회복을 위해서 기술이라는 '폭력'의 개입이 최소한도로 되는 자연스러운 출산의 옹호자이며, 동시에 생태적으로 건강한 농업 및 축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2005년에 출간된 <농부와 산과의사>는 인간이 대자연을 존경해야 하며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고 하면 안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설파하고 있으며, 일찌기 광우병과 구제역에 대한 경고를 전했던 책이기도 하다.


20세기 동안에 함께 발달해 온 농업의 산업화와 출산의 산업화는 기술 문명의 발달에 따른 전폭적 열광 이후에 차츰 회의론이 대두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생태계 파괴 및 새로운 질병 확산 (광우병, 구제역) 등 인간들에게 뼈아픈 경고를 하고 있는 대자연 앞에서 친환경, 유기농 농업으로 돌아가려는 대안 운동과 함께 기술 개입이 적은 출산 방식으로의 돌아가려는 흐름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기계화와 산업화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간주되던 시대에, 기계화를 도입한 집약적 농업은 화학비료, 제초제, 살충제를 남용하기 시작했으며, 호르몬제, 항생제 등의 사용을 통해 공장식 축산으로 변모한 축산업은 심지어 동물 사체를 가공하여 동물성 단백질 사료를 값싸게 대량 생산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광우병까지 초래하였다. 또한, 출산을 의료 산업화하기 시작한 시기에 산모는 "환자"가 되어 제왕절개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집에서 또는 조산원에서 건강하게 출산을 했던 여성들은 이제 병원 수술대 위에서 온갖 기계장치와 화학 물질의 도움을 받아서 수동적 출산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의료 기술이 개입된 강압적이고 인위적인 출산 방식은 태어나는 아기에게 정신적, 화학적 악영향을 끼치며, 때로는 아이에게 태어나자마자 약물 의존성이나 폭력성을 잠재시키기도 한다.

다행히도 미셀 오당과 같은 선구자들의 경고 덕분에, 사람들이 이제 점차 화학 비료와 농약을 사용한 농산물, 유전자 조작 농산물, 성장 호르몬을 주입한 축산물 등에 거부감을 가지기 시작하고, 유기 재배 농산물, 친환경 농산물의 중요성을 깨달아 가고 있으며, 산부인과에서도 기술의 개입을 줄이는 방식의 자연 분만과 모유 수유를 강조하는 경향이 점점 확산되어 가고 있다.

최근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친환경 급식"에 대한 일반 국민의 요구가 커졌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국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는 현실이다. 친환경, 직거래 급식 제도는 현재 5%에 불과한 친환경 농가를 확대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교 급식에 쓰이는 식재료의 90%가 수입산이라고 한다...) "4대강 공사"라는 무지막지한 괴물은 그나마 있던 친환경 농업 단지를 파괴하고 있다. 4대강 공사로 위기에 처한 팔당 유기농 단지를 비롯하여, 낙동강 유역의 친환경 농업으로 가꾸어진 농지들이 파괴되고 있으며, 강 주변에 서식하던 철새들과 다양한 생명체들이 보금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다.



시사인 최근호에는 4대강 공사 관련 기사가 꾸준히 실리고 있는데,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인상적이었다.

- 최근 한국을 방문한 하천복원 및 환경계획 분야의 세계적 석학 랜돌프 헤스터 교수는 남한강의 여주보와 상주보 일대를 둘러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보를 건설하고 강바닥을 대규모로 준설하는 것은 미국이 30~40년 전에 시도했다가 폐기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1950년대 플로리다의 애팔래치콜라 강의 준설 공사 이후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로 주변에 물이 말랐으며 나무들이 전부 말라죽었다고 하면서, 현재 4대강 공사를 보면서 그는 "강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독일 뮌헨의 이자 강 재자연화 공사 총감독 슈테판 키르너에 의하면, 20세기 초 독일인들이 홍수 예방과 수로 확보를 위해서 이자 강을 직강 하천화했다가 도리어 유속이 빨라져서 홍수 피해가 잦아지고, 수심이 깊어지면서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극심한 가뭄 피해를 겪게 되어 원상 복구 작업을 해야 했다고 한다. 그는 "20세기 초만 해도 인간의 능력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오늘날 그것이 오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 4대강 사업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농지 훼손이다. 강바닥에서 퍼낸 흙과 자갈을 4대강 주변의 비옥한 농지에 쌓으면서 사라지는 농지들, 보를 건설하면서 수위가 높아지면서 침수되는 농지들, 추청컨대 최소한 2만 6천 헥타아르의 농지가 사라지게 되고, 이는 농산물 가격 상승과 식량 자급율 저하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농지 늘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선진국들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몇년 전 쌀 폭동이 있어났던 필리핀을 따라가고 있는 암울한 현실인 것이다.


<농부와 산과의사>를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용어 중의 하나가 Homo super-predator (약탈자 인간) 이었다. 이는 인간의 변종으로서 지구의 미래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고 후세의 인간들에 대해서 아무런 연민이 없는 인간을 칭하는 말이다. 미래를 내다보거나 남을 사랑하는 능력이 결핍된 수퍼 프레데터형 인간이 권력을 잡고 있는 이상, 그들이 자연을 파괴해 버리고 복원 불가능하게 망쳐 놓는 것을 막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자연의 재앙이 닥치게 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2010년 7월 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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