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고 있는 Bob Dylan 과 Jim Morrison

요즘 TV에서는 담배 피우는 장면만 나오면, 담배라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뿌옇게 처리를 하고, 헐리웃 영화에서도 흡연 장면에 대한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하지만, 담배에 대해서 대놓고 찬양을 하는 영화도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커피와 담배의 컴비네이션의 미학을 다룬 영화인데, Jim Jarmusch 의 <Coffee and Cigarettes> (2003).

짐 자무쉬의 Broken Flowers (2005) 보다 훨씬 전에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국내에서는 작년 DVD 출시 시기에 맞추어 잠깐 개봉을 했었죠. 이제 보니 뜬금없이 뒤늦게 개봉하는 이유가 DVD 판매 마케팅 전략인가? ...- -; 어쨌건 나온지 몇년 된  영화이긴 하지만, 담배와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대화가 영화내내 오고 갑니다.

일정한 줄거리도 없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유명인들이 카페에 앉아서 담배와 커피를 즐기며 시시껄렁하거나 썰렁한 잡담을 주고 받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데, 출연한 사람들 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Iggy Pop, Tom Waits, Steve Buscemi, Roberto Benigni, Bill Murray, Cate Blanchett, Alfred Molina, Steve Coogan 등의 뮤지션과 배우들이네요.

              내내 담배를 피워대는 장면만 보여주는 이 영화 DVD 는 정작 12세 관람가랍니다..


Strange to meet you 에피소드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자꾸만 키득거리게 하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바보 삼남매 컨셉의 코미디에서부터, Delirium 에피소드에서 특유의 엉뚱함으로 재미를 선사하는 빌 머레이의 코미디도 여전하고,

Twins 이야기에서 서로 티격태격하는 남매 사이에 껴서 깐죽거리는 스티브 부세미의 코미디, 오랜만에 만나서 할 말이 별로 없자 그냥 시비를 걸기 시작하는 친구들 이야기,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감쪽같이 1인 2역으로 연기해 낸 케이트 블란쳇, 발명가 Nikola Tesla 를 소재로 특이한 남매 연기를 한 락밴드 White Stripes 의 두 멤버, 의외로 커피를 안 마시고 차를 마시던 Wu-Tang Clan 의 두 랩퍼 등등...

영화 프리다 (2002)에서 디에고 리베라로 나왔던 알프레도 몰리나와 영국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스티브 쿠건의 Cousins? 이야기에는 고소하면서 통쾌한 반전이 숨어있기도 하고, 마지막 에피소드 Champagne 에서 두 할아버지의 모습에선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게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커피와 담배에 가장 걸쭉하게 잘 어울렸고 맘에 든 이야기는,
평소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이기 팝과 탐 웨이츠 의 어색한 만남... 어디까지가 대본이고 어디까지가 애드립인지 알 수 없는 대화들이 오고 가는데 ...


다양한 뮤지션과 배우들의 자연스러우면서도 다소 어색한 연기와 코미디를 접할 수 있어, 러닝타임 90여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항상 에스프레소 머쉰을 들여 놓고 싶어하는 사람인지라... 뭐 둘 중 하나만 즐겨도 이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죠.

커피와 담배는 건강에 정말 해롭다고 계속 강조하면서 커피를 계속 마셔대고, 담배를 피워대는 이 영화의 주제가 뭐냐고요?

이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음향 공명의 전도체라나 뭐라나...ㅋㅋㅋ 흑백 필름에서 그의 장기가 더욱 발휘되는 듯한 짐 자무쉬 감독의 독특한 허무 감성이 비교적 유머러스하게 그려지고 있으니 커피 한잔 하면서 보면 더 좋을 듯 하네요.

체스판 무늬의 탁자 위에 놓인 커피잔과 담배를 주인공으로 해서 유명인들의 주저리주저리 걸쭉한 잡담을 듣고 나니까, 어디 다 낡아 빠진 카페에서 아주 진한 Delirium 급 커피 한잔이 마시고 싶어지기도 하고, 농담 따먹기나 함께 할 오래된 친구가 한명 있어주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2007년 7월 8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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