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PBOY's JAZZ BAKERY


우리가 보통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 입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시민들이 모두 한군데 모여서 공공의 영역에 관해 의논을 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니까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고 일정 권한을 주고 일을 맡기자는 거죠.

그런데, 아주 오래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네요.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는 방식은 민주주의가 아니고, 귀족제야." 라고... 선거를 하면 가장 유명한 사람, 돈 많은 사람, 사회에서 눈에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사람이 뽑히게 되어 있다는 것이고, 그 사람이 곧 귀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더라도 유명하거나 돈이 많은 사람, 혹은 친숙한 연예인들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일이 많죠.

그래서, 고대 그리스에서는 대표를 뽑아야 할 때는 제비를 뽑았다고 합니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대표가 될 가능성이 있었고 항상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하네요. 잘나서 뽑힌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 권력소유로 인한 타락의 가능성도 적었다고 하구요..

직접민주주의 형태를 지향했다는 고대 그리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 필요조건으로 사회에 여가나 자유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했고, 그런 이유로 노예제를 옹호했다고 합니다. 즉 노예노동의 희생이 존재해야 여가를 가지는 시민계급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거였죠. 노예란 결국 여가가 없이 일만 하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거군요.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의 존재가 노예로 인해 가능한 것처럼, 가난한 사람이 없으면 부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가난이라는 개념이 없으면, 부자라는 개념도 나올 수가 없죠.

Bessie Smith - Poor Man's Blues

Mister rich-man, rich-man, open up your heart and mind
Mister rich-man, rich-man, open up your heart and mind
Give the poor man a chance, help stop these hard, hard times

While you're livin' in your mansion you don't know what hard times means
While you're livin' in your mansion you don't know what hard times means
Poor working man's wife is starvin', your wife is livin' like a queen

Please, listen to my pleading, 'cause I can't stand these hard times long
Oh, listen to my pleading, can't stand these hard times long
They'll make a honest man do things that you know is wrong

Poor man fought all the battles, poor man would fight again today
Poor man fought all the battles, poor man would fight again today
He would do anything you ask him in the name of the U.S.A.

Now the war is over, poor man must live the same as you
Now the war is over, poor man must live the same as you
If it wasn't for the Poor Man, mister rich-man what would you do?


1995년에, 대학강의 수준의 소외계층 대상 인문학 교육과정인 클레멘트 코스 (Clemente Course) 를 창립한, 미국의 언론인이자 사회 비평가인 얼 쇼리스 (Earl Shorris) 는 그의 저서 <희망의 인문학> (원제: Riches for the Poor) 에서 사회적 약자의 정치참여를 통한 윤리적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직업훈련' 등의 돈벌이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무력의 포위망'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책의 내용은 정말 좋은데 한글판 번역이 어색한 부분이 많더군요. 원서를 읽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클레멘트 코스에서는 인문학에서의 정신적인 가르침의 기반을 소크라테스의 사상로부터 가져옵니다. 우리가 "악법도 법이다", "너 자신을 알라" 라고 간단하게 배우고 넘어갔던 소크라테스가 얼마나 훌륭한 철학자였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지혜는 "자신의 가식과 무지를 깨달음"에서 시작한다. 물질적 가치를 초월해서 자신의 영혼을 돌보라. 그리고 그 방법으로 명예롭게 행동하고, 지혜를 구하라. 그것이 삶의 만족이나 충만함에 이르는 길이다. 등등 그의 가르침의 진정한 의미는 결국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에  그의 제자였던 플라톤은 스승과는 생각이 달랐다고 하네요. 원조 보수주의자인 플라톤은 자신의 이상국가에서 인문학을 용납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인문학은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논쟁을 좋아하게 만들어서 '자연이 규정하고 철인(哲人)이 통치하는 불변의 조직'인 완벽한 국가를 어지럽히고 부패시켜, 국가통치를 어렵고 불건전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플라톤은 자신의 이상국가에서 시인을 추방시켜 버립니다. 우파의 사상적 기반의 출발이 가난한 사람들의 인문학 교육기회 박탈이었던 것이군요.

***

미국의 성공은 언제나 빈민들은 "위험하지 않은 상태"로 묶어둠으로써 가능했다.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이 말은, 진실에서 그다지 멀지는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그 자체가 '급진적& 위험한' 행동이라고, 미국의 우파들은 생각해왔고, 또 기회를 교묘하게 박탈해왔다고 하네요.

세계 역사를 돌이켜 볼때, 혁명이라고 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에게서 권력을 빼앗는 형태를 떠올리게 됩니다만, 미국의 경우는 좀 달랐다고 하죠. 영국 식민지 시절 저항을 일으켰던 계층은 가난한 이들이 아니라 귀족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혁명의 전장에서 죽어간 이들을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미국 헌법은 제정 당시 재산권에 큰 관심을 가졌지, 국가부(富)의 재분배에는 관심이 없었구요.

또한 미국은 '빈민'에 대한 관점에 사회진화론을 만든 허버트 스펜서의 '적자생존' 개념을 적용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빈곤에 대한 관심은 도덕적 차원의 문제였던 것이지, 국가의 부를 빈민들과 나누는 것을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미국의 기부문화는 어느 정도 장점도 있기는 하겠지만, 이데올로기 상으로 보면, 자선을 통해서 도덕성 향상이라는 명예를 얻는 수단으로 여겨진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분야에서 적자생존 논리는 정말 지독한 몬스터 중 하나로 성장해버렸죠.

클레멘트 코스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성찰할 수 있는 능력과 정치적 기술을 교육함으로써, 자유와 질서 사이에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무력의 포위" 에서 탈출하여 자율적인 삶을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시 말하면, 빈민들을 쉽게 무시하거나 억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위험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죠.

***

책 후반부에는 실제로 어떤 커리큘럼을 가지고 교육을 했는지에 대한 실제사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도덕철학, 문학, 예술사, 역사, 논리학 등을 망라하는 인문학 코스에 대해 듣다보니 암기식의  교육만 받았던 나 자신이 얼마나 인문학에 무지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인문학, 철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명이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인문학은 죽었다"라는 말이 수시로 들리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입시만을 위한 전장이 되어버리고, 대학이 교육하는 곳이 아니라 취직준비기관으로 전락한 현실에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모든 이들을 위한 인문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소한의 도덕적 소양은 갖추고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서 염치없고 비도덕적인 비리를 끊임없이 저지르는 뻔뻔한 기득권자들이야말로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한 집단일테니까요.

2007년 5월 2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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