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Poverty 란 식량, 식수, 기초의약품 등 생존의 필수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하루에 1달러 미만의 돈으로 연명해야 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리고 전세계에 10억 이상의 인구가 이러한 극빈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하네요.

Extreme Poverty 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 하에 UN 가입국들이 동의한 Millennium Develpment Goals 이라는 것이 세워졌습니다. 영화 the Girl in the Cafe 는 이를 의결하는 국제회담을 소재로 하기도 했었죠.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Gina 는 3초마다 한 명이 어린이가 죽어간다는 사실을 호소하는 용감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세계 구호 단체의 지원과 Bono 를 비롯한 연예계 인사들의 홍보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http://www.one.org 에 가면 홍보 비디오도 볼 수 있구요.

이러한 노력들을 과소평가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들은 기아라는 "결과"를 놓고서 해결의 노력은 보이고 있지만, 그 원인 규명에 관해서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 듯 합니다. "결과"의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은 해결의 당위성까지는 전달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는 세계의 절반이 정말 왜 굶주리는지 ... 그리고 정말 식량이 부족한 것인지 에 대한 끔찍하면서도 놀라운 진실을 이야기합니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지마자 화가 치밀면서도 스스로에게 참 낯이 뜨거워지기도 했구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2005년 기준으로 전세계적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죽어가고 있으며, 비타민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에 1명 꼴이다. 그리고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 5,000만명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있고, 아프리카에서는 현재 전 인구의 36퍼센트가 굶주림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다."

그러면 그만큼 식량이 모자란 걸까요?  "이미 1984년에도 FAO의 평가에 따르면 세계인구의 두 배에 해당하는 120억의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되고 있다" 고 합니다. 결국 기아는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 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참 어이없는 사실들을 살펴보면...

- 전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은 부유한 나라 소들의 사료로 쓰이고 있다.

- 시카고 곡물거래소에서 거물 곡물상들은 세계 농산품 가격들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덤핑과 품귀 현상을 좌지우지하며 투기로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다.

-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미국이 전쟁으로 또는 경제 봉쇄로 초래하는 기아 발생 또한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 자국에서 분배의 정의를 실천하고자 했던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은 분유를 국가에서 무상공급하는 정책을 펴려다가 다국적 기업 네슬레에게 거부당하고 결국에는 암살당했으며, 칠레의 어린이들은 다시 기아와 영양실조로 고통받게 되었다.

- 더욱 불행한 사실은, 각종 자선단체에서 전달하는 구호 물자들이, 이전 글들에서 다룬 아프리카 잔혹사들에서 보듯이 식민지 잔재, 다이아몬드 등의 자원 다툼, 의약품 실험 등등의 암투로 인한 내전으로 얼룩진 아프리카 대다수 나라에서는 구호품 운송과 배급조차 쉽지 않다.

틈틈이 더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아마존 원시림 파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선진국들이지만 실제로 그 피해는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농경과 목축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해지고 있으며, 수많은 환경 난민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 숫자는 현재는 2억 5,000만명이지만, 10년 안에 10억명까지 불어날 거라고 합니다.

이러한 농지의 피폐화, 사막화, 농업의 기계화, 공업화로 인해 농민들은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모여들게 되어 2015년에 세계 인구 71억 가운데 60퍼센트가 도시에 거주하리라는 예측도 나와 있습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도시 빈민층을 구성하게 될 것이구요...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농민의 도시빈민화, 양극화 심화 현상은 "글로벌화"라는 이름으로 전지구적으로, 훨씬 처절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각 나라들의 자립경제를 이루려는 노력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이 판을 치는 한, 이 세계는 점점 더 불평등해지고 비참해질 것입니다.

FTA 란 것이 바로 이러한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의 이윤극대화법칙의 한 논리이죠. 물론 그 혜택의 대상은 전세계를 다니며 각 나라들의 자립경제를 짓밟고 있는 이른바 선진국의 다국적 글로벌대기업들이고 ... 선진국 자체가 아닙니다. 다국적 대기업은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이윤을 위해 존재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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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16번째 이야기는 "기아를 악용하는 국제기업"이고, 칠레(Chile)의 대통령, Salvador Allende (1908~1973) 와 Nestle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의류업체 GAP 의 브랜드이기도 한 바나나공화국(Banana Republic) 의 의미를 아시는지요?

한 나라의 산업구조가 특정 작물이나 자원의 수출에 의존하게 되어 작물의 작황 또는 자원의 국제시세에 따라 그 나라의 경제가 좌지우지 되는 나라를 강대국 입장에서 다소 비하 어조로 표현하는 말입니다. 유럽 강대국들은 그들의 식민지였던 남미와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들을 이렇게 의도적으로 바나나공화국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바나나공화국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빈부격차가 커야 하고 계층간 갈등이 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같은 강대국은 국가 관리자들을 지원하고 교육시켜 지도층으로 삼아 부패와 계급 및 계층간 갈등을 심하게 하는 교활한 정책을 사용하게 되죠.
     
칠레는 1818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긴 했지만, 바나나공화국 상태였고,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통제정책으로 인해 경제구조나 정치시스템은 정말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1970년 세계최초로 선거에 의한 사회주의 정권이 칠레에서 출범하게 됩니다. 대통령은 살바도르 아옌데였구요. 이때 칠레에는 미국 대부분의 다국적기업이 진출한 상태였으며, 칠레의 주요대기업은 대부분 이 다국적기업의 자회사들이었습니다.

아옌데 정부는 소위 바나나공화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기업이 거의 독점하던 탄광, 구리광산을 국유화하는 등의 개혁정책을 펼칩니다. 선거공약이기도 한 15세 이하 어린이 하루 0.5리터 무상 분유 배급도 그중 하나겠구요... 당시 구리는 칠레의 주요수출품이었고, 어린이 영양실조 문제도 매우 심각했구요.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보좌관 헨리 키신저는 두 가지 공작을 추진합니다.

- 칠레 경제를 도탄에 빠뜨리기
- 군부 구데타 일으키기

칠레 목축업자와 독점공급계약을 맺고 판매망을 장악하고 있던 네슬레는 아옌데 정부가 제값주고 분유를 사겠다는 데도 분유 공급 제안을 거절했고, 미국은 미국내 비축하던 구리를 국제시장에 내놓아 구리가격을 폭락시켰고, 그리고는 어마어마하 자금을 들여 칠레 군부 구데타를 지원합니다. 미국정부와 다국적 기업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칠레에 대한 지원을 끊고, 칠레의 자립정책을 결사적으로 막습니다. 이들이 두려워 한 것은 이것이 하나의 모범사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남미국가나 또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립노력은 미국과 다국적기업들이 누려왔던 특권에 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1973년 칠레는 결국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파업 및 태업 사태에 직면합니다. 그러나 칠레 민중들의 과반수 이상이 여전히 아옌데를 지지했죠. 그리고 그 재신임 투표를 하려하던 날 미국(CIA)의 사주를 받은 군부는 구데타를 일으키고, 1973년 9월11일 모네다궁을 쳐들어가 아옌데 대통령을 처참하게 살해합니다. 공군의 궁 폭격까지 거의 전쟁을 방불케했다고 하죠...

구데타의 최고사령관은 피노체트(Augusto Pinochet) 였으며, 집권기간동안 3만여명의 학살, 100만명의 국외추방 등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릅니다. 박정희를 끔찍히 존경했다는 피노체트는 한국의 군부 구데타를 보고 배운 듯 합니다. 그리고 칠레는 한국이 최초로 FTA 협정을 체결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칠레의 아이들은 다시 영양실조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하세요. 칠레전투 (La Batalla de Chile) 라는 다큐필름도 구해서 보면 좋을 듯 하구요.

2007년 4월 1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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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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