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PBOY's JAZZ BAKERY

참조: 바흐 마태수난곡 BWV244 from St. Thomas, Leipzig

이탈리안 아트락. (개인적으로는 편의상 이탈리아는 아트락, 그외 유럽은 프로그레시브락이라 통칭해서 부른다. 이탈리아 밴드들은 다분히 클래시컬함을, 영국이나 독일 밴드들은 다분히 실험성을 추구한다고 판단해서다.) 프로그레시브락을 들을 때 거의 입문이자 필수 관문에 해당하는 락 미학의 극을 추구하는 음악이다. 이탈리안 아트락은 시대를 관통하는 걸작들이 굉장히 많다.

70년대 대단한 미학으로 무장한 무수한 밴드들이 그 화려했던 이탈리안 아트락 궁전에 웅거했지만 그 중에서도 라떼 밀레는 나의 선호도에서는 가장 선두에 선다. 그 어떤 밴드가 감히 라떼 밀레 앞에 올 수 있으랴... 난 그냥 '라떼 밀레' 라고 부른다.

비록 30년도 훨씬 지났지만, 2008.10.7 LG아트센터 라떼 에 미엘레 (Latte e Miele) 의 공연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2007년 뉴트롤즈 공연은 아쉽게도 놓쳐서 모르겠고 2006년 PFM 공연 때보다도 더 많이 온 것 같다. PFM 곡 중 <Appen Un Po'> 를 라이브로 들은 것에 그 당시 무척이나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공연 후 로비에서의 팬 사인회에도 정말 많이 모였다. 다들 라떼 밀레 LP 와 CD 들을 가져 온 모양이다. 부산에서 돌아와 여독도 안 풀린 상태여서인지 음반 하나 가져 갈 생각을 미처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 현장에서 새 라이브 음반을 하나 구입하고는 그 속지에 다섯명의 사인을 모두 받긴 했지만 <Passio Secundum Mattheum> CD 에 받았다면 이 CD 는 아마 가보(家寶)가 되었을거다.

라떼 밀레... 대학교를 입학하자마자 그 LP를 구입해서 다시 들은 라떼 밀레의 <마태수난곡> 전곡은 그 음악 자체로도 일대 충격이었지만, 복학 후 누군가로부터 별 이야기도 안했는데 그 <마태수난곡> CD 를 선물받았던 그 날, 실은 그 날이 일생의 충격이 된거다. 굳이 다른 생각을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봐도 된다.



<마태수난곡> 의 후반부 절정 부분. 이전까지 클래시컬함으로 연주되던 사운드에서 벗어나 갑자기 강한 하드락 드라이브 사운드의 기타와 서글픈 키보드가 잠깐 노래를 하고 나면 다소 화난 듯한 마르첼로의 기타 솔로가 뒤이어 등장한다. 다소 블루지하지만 격렬한 그 솔로는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의 비애를 표현한다.

이어지는 곡은 <마태수난곡> 전곡의 최절정으로 (오리지날에는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의 인트로가 있는데 대단히 인상적.) 장엄한 혼성 코러스가 흐르고 키보드가 무겁게 사운드를 이끌면서 굉장히 비장한 마르첼로의 기타 솔로가 뒤이어 등장한다. 가시관을 머리에 쓴 채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으로 오르는 예수를 표현한 곡이다.


이 곡만큼이나 인간의 마음을 압도하는 음악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어서 무거운 마음으로 연주되는 나일론 기타의 구슬픔이 흐른다. 원곡에서는 노래, 아니 나레이션 "달로라세스 달로라노나..." 가 흐르는데 라이브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아... 이것은 참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삶의 주인: 부활> 이라는 타이틀의 Am 엔딩 곡이 흐른다. (오리지날에서는 아르페지오로 펼져치는 코러스 이펙트가 걸려) 살짝 떨리는 듯한 기타의 메인 선율과 키보드 선율이 차분함과 비애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그 사이로 올리비에로의 노래가 마무리를 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라이브에서는 30년의 간극이 있어 목소리가 다소 원숙하나 여전함이 느껴진다.



이걸 진짜 라이브로 들은 거다. 이 <Passio Secundum Mattheum> 을 라이브로 듣는 일이 평생에 또 있을지 모르겠다. 라떼 밀레가 결성되고 데뷔했을 1972년 밴드 멤버 키보드의 올리비에로, 드럼의 알피오, 기타의 마르첼로는 모두 십대였다고 한다. 이 <마태수난곡> 이 발표된 것이 1973년, 두번째 앨범 <Papillon> 이 발표된 것이 1973년. 이 세명의 십대 라떼 밀레로 발표된 음반은 공식적으로는 이 두장이다. 최근 나온 라이브 앨범 제외하면.



이 공연에서 더 놀라운 것은 빠삐옹을 부르는 마르첼로의 목소리가 음반에서 듣는 35년전의 목소리 톤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 비장한 솔로를 연주하며 무표정하던, 그리고 어쿠스틱과 깁슨 레스폴을 번갈아 연주하며 매우 바빠 보이던 마르첼로가 <빠삐옹>의 그 노래를 하던 순간... 이 아저씨 참 귀엽네...

<빠삐옹> 또한 대단한 실험정신과 다양한 재간둥이들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음반인데 <마태수난곡> 같이 웅장함을 추구하는 락오페라의 형식보다는 다양한 소품을 엮은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아주 귀엽고 아름다운 음악들이면서 또한 재즈, 고전, 락, 그리고 아트를 마구 뒤섞은 변주들이 매우 실험적인 음악들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빠삐옹> 대다수의 음악이 연주되었으며, 프로그레시브 락밴드들의 주레퍼토리이자 <빠삐옹> 수록곡이기도 한 베토벤의 <비창> 또한 연주됨.

물론 이 공연을 통해서 또는 라떼 밀레의 최근 발표된 라이브 앨범에서 <마태수난곡> 과 <빠삐옹> 을 들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1973년에 발표된 그 오리지날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 라이브에서의 악기 편성의 제한이나 스튜디오가 아닌 라이브 연주의 한계 때문일텐데 라떼 밀레의 음악을 들어 보고 싶다면 원래 스튜디오 앨범을 어떻게 해서든 구해서 꼭 확인하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35년 전 십대 후반들이 모여 만들고 연주했던 음악들...


2008년 10월 10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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