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에 PFM, 2007년 4월에는 뉴트롤즈, 2008년 10월에는 라떼 에 미엘레가 내한하여 공연을 한 바 있다. 평생을 걸쳐 흔할 경험이 아니다. 언제 또 다시 내가 수 십년 전의 전설로서 음반으로만 접하던 이탈리안 아트락 밴드와 그들의 그 위대한 음악들을 이토록 가까이서 살아있는 음악으로 접할 수 있을까... PFM 내한은 블로그 시작 전이라 공연 후기를 남기지 못해 거참 아쉽다.

별 다른 이유도 없이 2007년 뉴트롤즈의 공연을 놓쳐 늘 아쉬웠는데 나의 아쉬움이 저 멀리 이탈리아에 전해졌는지 뉴트롤즈는 2009년 9월 지난 주말 다시 한번 내한했다. 그것도 멀지도 않은 우리 동네에. 11일은 구로 아트밸리에서 1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음유시인 파브리지오 데 안드레의 추모 공연이기도 했다는 소편성의 <어쿠스틱 공연>을 하고,


이후 이틀 동안 일산 아람누리에서 열린 라이브 무대는 <콘체르토 그로소 트릴로지 공연>이라 하여, 1971년작 <Concerto Gross 1> 과 1975년작 <Concerto Grosso 2> 과 그리고 22년이 지나서 2007년에 발표한 <Concerto Grosso 3: the Seven Seasons> 까지의 3부작을 연주하는 공연이었다.

1966년 결성 원년 멤버였던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 비토리오 데 스칼지와 니코 디 팔로가 다시 만나 무대 중앙에서 밴드를 리드하며 연주하는 트윈 키보드와 보컬와 플룻, <콘체르토 그로소 3>부터 참여한 기타리스트 안드레아 마달로네의 리드 기타, 역시 할아버지로 라떼 에 미엘레에서 지원 나온 알피오 비탄자의 드럼, 프란체스코 벨리아의 베이스, 마우로 스포시토의 리듬 기타, 이렇게 6인의 New Trolls 가 무대 중앙과 우측에서 <콘체르토 그로소>의 Rock 세션을 담당했다면,


역시 라떼 에 미엘레의 음악감독인 올리비에로 라까니나의 지휘와 퍼스트 바이올린 리까르도 마누엘 바르토로, 그리고 국내 연주인들로 구성된 쏨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 그리고 오보에 연주자들의 하모니는 무대 좌측에서 <콘체르토 그로소> 의 Classic 세션을 담당했다. 중간에 오보에가 부러져 오보에 주자가 계속 연주하지 못하는 바람에 오보에 사운드가 제외된 부분은 못내 아쉽긴 했다만.


"클래식과 록의 환상적인 조화"라는 공연 포스터의 문구처럼 <Concerto Grosso Trilogy> 는 좀처럼 보기 힘든 완성도 높은 '클래식과 락의 만남' 에 해당하는 크로스오버 공연이었다. 2007년보다 다소 미흡했다라는 평도 있는데 어쨌건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현악 사운드와 밴드가 만들어내는 락 사운드의 하모니는 그렇게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실은 요즘 이런 공연을 본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박제가 되어 사라졌지만 외국에는 아직도 남아 있어 이렇게 수입을 하여야만 멋진 락과 고전의 협연을 볼 수 있는, 그러니까 국내에서는 박물관에 진열된 음악이라는 전시회를 보는 느낌이기도 하다. 안타깝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락 밴드가 없어야 하는지.

만인이 사랑하는 아트락 고전 <아다지오> 연주에 이어진 퍼스트 바이올린 연주자와 <Shadows> 라는 곡에서 마치 지미 헨드릭스의 릭을 듣는 듯한 프레이즈를 사용하던 리드 기타리스트가 벌이는 일종의 즉흥 프레이즈 배틀, 클래식과 락의 전면 충돌인 것 같지만 동시에 조화를 추구하면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 팽팽하게 기싸움하는 듯한 두 현악기의 연주 배틀도 꽤 인상에 남는다. 니코 디 팔로는 공연 내내 노래는 안하고 연주만 하더니 앙코르 받고 막판에 몇 곡을 불렀다. 아니 그렇게 잘하면서 어떻게 참았나 싶기도 하고...


국내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쏨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뉴트롤즈과의 조화는 생각보다는 무난하고 괜찮은 편이었던 것 같다. 고전 음악과 락의 만남, 오케스트라와 헤비메탈의 협연을 시도한 음악들을 예전에는 무척이나 즐겨 듣고 관심이 많았던 터라, 잘 할까 싶어 어느 정도의 부조화는 수긍하자 했는데 그것은 쓸데 없는 기우.

젊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과 늙은 프로그레시브 락커들의 협연... 괜찮다. 어찌 보면 평생에 기억될 만한 대단히 흥겨우면서도 진지한 경험이다. 고딩 시절 하모닉 마이너 스케일을 즐겨 사용하는 잉베이 맘스틴 류의 클래시컬한 속주를 열심히 들으면서 고전음악의 빈자리를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에도 헤비메탈의 진정한 동반자는 오케스트라다. 이런 조화를 시도하는 음반 꽤 나와 있고 열심히 샀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Rage 의 <Lingua Mortis> 에서 프라하 심포니의 관현악을 뚫고 나오는 거친 기타 리프를 들어 볼까 싶기도 하고...

ooo

예전에는 싸인회같은 행사는 참석을 하지 않았는데 블로그를 하고 나서부터는 꼬박꼬박 음반 챙겨가서 받는 편이다. 이번에도 비토리오 데 스칼지를 비롯한 뮤지션들의 싸인을 <Concerto Grosso> 앨범에 남겼다. 이렇게 싸인 받은 음반들 따로 모아다가 꼭 가보로 남겨야 할 텐데.


마침 퍼스트 바이올린과 리드 기타의 배틀이 포함된 뉴트롤즈의 연주 동영상이 있어 퍼오니 혹시라도 공연을 놓친 분들 이거 보시고 기분 좀 내시기를.





2009년 9월 16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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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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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탈 2014.02.13 2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에 내한한다는 소식듣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좋은글 보고갑니다^^

  2. 앨리스 쿠퍼 2014.09.12 1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