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PBOY's JAZZ BAKERY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이야기를 하면서, 한 성부의 선율을 다른 성부가 일정 간격으로 모방하는 음악기법을 캐논 (Canon) 이라 하며, 대위법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라고 했다.

두 성부가 함께 주선율을 연주함에 따라 전체적인 사운드는 조금은 좌충우돌 복잡산만해진 것처럼 들리지만, 대신 다이나믹함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단면이 아닌 공간적 차원에서 보아야 하고 3차원이 아닌 4차원적 조화를 이루어 낸다고도 했다. 파헬벨의 그 유명한 <캐논>도 간단히 말하면 '현악이 연주하는 돌림노래'라고 보면 된다.

이미 간단하게 이야기했지만, 주선율을 여러 성부가 연주하는 음악을 다성음악 (Polyphony) 라고 하며, 각 성부가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조화를 추구하는 음악적 어법이 대위법 (Counterpoint) 이다. 그러니까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에서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캐논은 충돌과 조화의 미가 잘 어우러진 다성음악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이번에 들어 볼 음악은?   올해 초 내한 공연도 가진 바 있는 집시 바이올린 연주자 세르게이 트로파노프 (Sergei Trofanov) 의 <집시의 열정 Gypsy Passion> 에 수록된 Moldova 라는 곡이다.



Moldova 는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있는 몰도바 공화국으로 집시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로,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고향이기도 하다. (참고로, 독어로는 몰다우 Moldau 다.) 집시의 선율이 그렇지만 곡이 참 구슬프고 아름답다.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같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듀오 구성이라는 점은 같지만, 여기서 피아노는 주선율이 아니라 단순히 화음 (코드) 만을 연주하고 있다. Am Dm ... 이런 식으로. Chord 에 대해서도 나중 언젠가 한번 이야기하려고 한다.


피아노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음 만을 연주한다. 전반부에는 Am Dm E Am ... 식의 화음 진행이 스타카토로 짧게 끊어 연주되면서 동적인 여백을 만들고 긴장을 유발시킨다. 그리고 피아노의 그 든든한 화성 진행을 토대로 제공되는 여백 사이로 바이올린은 집시의 열정적 선율을 아주 구슬프게 채워 넣는다.

후반부에는 화음이 분산화음 (arpeggio) 으로 펼쳐지면서 그 여백이 채워지고 긴장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바이올린 선율과의 경쟁적 호흡과 조화에 신경쓰기 시작하는 거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전체적으로는 안정감과 통일성을 추구한다.

이렇게 여러 성부가 있긴 하지만 주된 선율을 연주하는 성부는 하나이며, 나머지는 화성적인 뒷받침을 하는 형태의 음악을 화성음악 (Homophony) 라고 한다. 화성음악은 주선율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들리도록 하는 사운드의 어울림을 추구하고, 화성이론 (Harmony) 이 그 주 음악어법이며, 전체적으로 편안함과 안정적인 느낌을 추구한다.

ooo

돌림노래의 규칙을 집대성한 바흐는 한 옥타브를 12개의 음으로 나누고 그 중에서 함께 울렸을때 '어울리는' 음들, '어울리지 않는' 음들간의 관계를 구분해서 성부 간의 화음 규칙까지도 집대성했다. 그리고 베토벤은 그 성부 간의 규칙을 확대시키고 여기에 곡의 외형상 규칙까지 더해서 만들어지는 소나타와 교향곡 (관현악을 위한 소나타) 를 집대성했다.

바흐가 자연의 섭리라고 할 수 있는 '음' 들에게서 어떤 패턴을 찾아내 질서를 부여했다면, 베토벤은 그 패턴 과 질서를 가지고 완벽한 건축물을 짓듯이 그것을 활용하여 창조해 낼 수 있는 수많은 관현악 악기들 향연의 절정을 우리에게 보여 준 것이다.

사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연습곡 & 푸가 48곡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집>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만 들어도 소위 자연의 섭리로서의 '음악 세계' 의 신비는 다 풀어져 있는 셈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두 작품을 괜히 '음악의 구약성서'와 '음악의 신약성서' 라고 할까.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다는 책이 성경이랬나... 그렇다면 가장 많이 들려져야 하는 음악은 이 두 작품이어야 한다.


2008년 9월 2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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