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철학 교수의 에세이에서 본 글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 와 "글을 쓰고 싶다" 의 차이. 전자는 칵테일 파티에서 돋보이기를 원하며 후자는 책상에서 앉아 홀로 긴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어떤 사람이 되려는 것" 과 "어떤 일을 하려는 것" 이 두가지 희망의 길은 같은 지점으로 향하지 않는다.

삶의 유형을 이 두가지 정도로 분류를 할 때, 나는 어떤 부류에 들어갈까. 고민해 볼만한 문제다. "결과로서의 지위"와 "과정으로서의 만족" 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과도 유사한 것이지만, "뭐가 되고 싶냐" 와 "뭐 하고 싶냐" 라는 질문이 더 직설적이면서도 동시에 더 은유적이다.

많은 아이들이 "연예인이 되고 싶다" 한다. 그렇다면 그 희망의 카운터파트는 뭘까. "연기를 하고 싶다" 또는 "노래를 하고 싶다" 정도 될까. "...되고 싶다" 와 "...하고 싶다" 그 두 희망 역시 가는 길은 분명히 다르다. 후자를 원하는 아이들이 정말로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참 안쓰럽다.

레드 카페트를 밟으며 플래시 세례를 받거나 대중들이 열광하는 소녀시대, 소년시대가 되어 돋보이고자 하는 것이 "작가가 되고 싶다" 라면, 홀로 긴 시간을 골방에 처박혀 위대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울고 웃으며 때로는 분석하거나 위대한 가수들의 연주를 목청이 찢어져라 흉내내기로 결심하는 것은 "글을 쓰고 싶다" 일거다.

이러한 고민은 아마도 삶의 매사에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로서는 가장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예로서 기.연.이.가 있는데 그러니까 이런거다. "작가가 되고 싶다" 와 "글을 쓰고 싶다" 의 관계를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다" 와 "기타를 연주하고 싶다" 의 관계에 맞추어 보는 것.

진행 중인 기.연.이.라는 일종의 프로젝트에서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은 "작가가 되고 싶다" 는 개념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순수한 의미에서의 "글을 쓰고 싶다" 와 같은 맥락으로 시작했다. 더 엄밀하게 따지자면 그것은 "기타와 음악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 라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나에게는 "연주한다" 보다는 "이해한다" 는 것의 기쁨이 더 크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사실 그러한 성향은 나의 '본질' 에 해당하는 성질이기도 한데, 어떤 한 곡을 남들에게 보여줄 만큼 깔끔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는 것과는 별도로 그 울림과 손짓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남들에게 돋보이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해를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즐길 수 있다" 라는 말을 이해하라는 것은 나로서는 참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글에 대한 이해 없어도 작가가 될 수 있다" 라는 말과 유사하다는 생각이다. 마치 "고전음악 감상을 좋아한다" 와 "서양음악을 이해한다" 의 차이에 관한 고민과도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책들 참으로 많다.

보면 글은 별로 잘 쓰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그렇고 (나를 포함할지도 모를), 수많은 직장 상사들이 그렇고, 수많은 연예인들이 그렇고,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그렇고, 수많은 고학력자들이 특히 그렇고,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그러하다. 정치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 중에서 특히 답답할 노릇은 글을 아예 모르는 이들이 작가가 되고자 하는 경우인데, 신기하게도 그들은 말을 참 잘해서 칵테일 파티에서 주인 노릇도 하고 카메라 세례도 받고 그런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그들이 혐오와 경멸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들이 홀로 골방에 처박혀 글이란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밤새도록 고민하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경우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블로거들의 글은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다. 사실 나의 삶에서 그들의 글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나는 그저 나에게 "글을 쓰고자 하는 희망과 작가가 되고자 하는 희망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판단력만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2009년 6월 9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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