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와 바로크 거장들이라는 부제목으로 관객들을 낚시질하고 있는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전을 지난 주말 다녀왔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수집해왔던 회화 작품 중에서 16세기 베네치아의 거장들, 프라하 매너리즘 화가들, 바로크 미술의 거장들의 회화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구요.


바로크 시대의 미술품들을 폭넓게 두루두루 보기에는 괜찮은 전시였습니다만, 유명 화가들의 이름을 내세운 것에 비해서 저에게 익숙한 화가들의 작품은, 렘브란트 한 점, 루벤스 한 점, 벨라스케스 한 점, 틴토레토 한 점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잘 몰랐던 나머지 작가들의 작품 60 점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화가의 작품들만이 의미가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유명한 사람이 괜히 유명한 것이 아님을 자주 느끼게 되고, 때문에 유명한 화가의 작품 중에 좋은 작품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름 모를 화가의 작품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올 때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그림을(음악도) 열린마음으로 폭넓게 감상하는 태도가 중요한 듯 하구요.

바로크(Baroque) 라는 것은 1500년대 말~1700년대 중반의 문화사조의 한 흐름을 말하는데, 음악에서는 바하나 헨델이 대표적인 음악가였고, 음악이 종교의 그늘을 벗어나기 시작하고, 화성이 매우 중요해지고 대위법 또한 발달하여 매우 세련된 모습으로 변하던 때였습니다. 종교적 경건함보다는 듣기좋은 화성의 울림이 주는 아름다움을 추구한 거죠. 즉, 종교적인 주제를 많이 다루기는 하지만, 작가의 개성이 많이 표출됩니다.

미술 쪽도 비슷해서 종교적인 그림이 많지만 개성적인 표현력이 중요했습니다. "성서의 주제 속에서 격정적인 감정의 주제를 찾고, 관객으로 하여금 그러한 심리상태에 함께 몰입하게 하는 것이 카톨릭 지역 바로크 미술의 중요한 기능이었다." 라는 설명에서도 알수 있듯이, 내용은 종교적이지만 표현은 개인적이었다는 것이죠.

전시된 많은 작품들이 성서의 내용을 소재로 한 종교적인 그림이 많았고,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나 귀족이나 왕족의 초상화도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아들을 그린 렘브란트의 개인적 성향의 작품이 더 눈에 띄었던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화려하게 또는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리려고 하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빛을 묘사한 방식도 (그 당시로서는) 꽤 신선했고 가장 마음에 드는 전시품이었던 것 같네요.


책을 읽고 있는 화가의 아들, 티투스

Rembrandt, Portrait of Titus Reading,1656-57


두번째로 좋았던 건 아래 그림인데, 어릴 때 집에 있던 화가별 그림 전집 중에서 귀여운 꼬마 왕족들을 많이 그려서 기억하던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직접 본 것도 왠지 감동적이었습니다.

스페인의 마르가리타 공주가 커가는 모습을 계속 그림으로 남겼는데, 아래 것은 4살 때의 모습이죠.



흰 옷의 어린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

VELÁZQUEZ, Infanta Margarita , 1654


사실적인 묘사에 있어서 거의 최상의 경지에 이른 듯한 아래 발타자르 데너의 작품도 인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만 같은 정밀묘사로 감탄을 자아내더군요. 땀구멍까지 보이는 세밀한 묘사로, 사진보다도 더 사실적인 이 작품은 특정한 모델을 두지 않고 그렸다고 하니 더 놀랍기만 하네요. 이 그림은 한때 다빈치의 모나리자 만큼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18세기 후반부터 인기가 사그라졌다고...


늙은 여인

Balthazar Denner, Portrait of an Old Woman,


개인적으로는 한 화가의 작품을 모아 놓은 전시를 선호하는 편이긴 하지만, 비슷한 시대의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하고 있는데, 관람객이 꽤 많은 편이더군요. 여유있게 감상하시고 싶은 분들은 평일에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007년 7월 4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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