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틈만나면 중고음반이나 소규모 사이트를 뒤지는 것이 하루의 꽤 큰 일과가 되었다. 너무 유명하니까 그래서 항상 우리 곁에 있을 줄 알고 구입을 하지 않고 그냥 넘겨두었던, 60 ~ 90년대 명반들이 메인시장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기 때문인데... 심지어 2000년대 것인데도 쉽게 눈에 뜨이지 않는 것도 있다.

지금 팔리고 있는 것들은 아마도 남아 있는 소량의 재고들일 것이고, 그것들마저 팔리고 나면, 나중에 그 음악의 진가를 알게 되어 뒤늦게 사고 싶어도, 그것들은 이미 우리곁에서 멀어져 있다.

글쎄, 성시완이나 전영혁같은 사람들이 우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었을 지도 모르는 60 ~ 90년대 유럽들의 명반들을 사재를 털어 들여와 들려주지 않았다면, 그 존재도 몰랐을 뮤지션들과 그 음반들, Amazon.com 등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이 음반들이 내 곁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축복을 누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전람회의 그림이...에 올리기 위해 최근 어렵사리 구한 ELP 의 Pictures at an Exhibition CD 는 사실 컬렉터 아이템이라 할 정도로 희귀했던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메인시장에서는 거의 구하기가 어렵고 중고사이트에서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예전에 중고로 구한 오리지날 LP를 가지고 있긴 한데 너무 낡아서 CD를 구입하려고 보니까 이것이 눈에 띄지를 않는 거다. 아마존에도 중고CD 외에는 없다. 국내 락밴드의 음반 사정은 더 열악해서, 활동중인 밴드 CD 도 정말 찾기 어렵다.

몇년 뒤, 이런 명반들을 화석이라도 구경하듯이 전람회나 박물관에서나 보게 되는건 아닐지...


지난 4월4일 내한공연을 한바 있는 뉴트롤즈의 경우는 아다지오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인지 Concerto Grosso 는 아직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이것도 언제 품절될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품절되면 이제 다시는 음반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MP3 사이트로 가거나, 사라지거나, 그리고 개인 소장품과 추억으로 머물거나... 뉴트롤즈의 2000년 Concerto Gross Live 음반은 5000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가더니 지금은 메인시장에서는 사라져서 중고시장에서 겨우 구입할 수 있다. 일본에 가면 좀 있을 수도 있다.


락 -클래식의 크로스오버로 아트락으로는 이례적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등의 상업적 대성공과 함께 가장 뛰어난 완성도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Concerto Grosso (1971). 2000년 30년만에 라이브로 재현된 Concerto Grosso 은 1971년 오리지날의 절제미를 넘어 현악뿐만 아니라 다소 숨죽이고 있던 기타도 격정적이며 다이나믹한 연주를 들려준다.

이탈리아 아트락 밴드치고는 국내에서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아다지오를 듣고 있으니까, 특히, 후반부 두번째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 이후에 이어지는 그 격앙된 기타의 솔로를 듣고 있자니, 오래 전 우연히 Moody Blues 를 듣기 시작해서 20년이 넘도록 나를 감동시켜왔던 음악의 순간들이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한해 한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오래된 기억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예전 이 음악들을 처음 들었을 때의 벅찬 감동과 추억 만은 끝까지 지키고 싶다. 그것은 내가 이렇게 지금까지 살아 올 수 있었던 자존감의 근원이었기 때문이고, 다른 그 누구도 가질 수 없을 내 몸에 박혀있는 오로지 나만의 재산목록 1호이니까...


음악의 화석화가 시작될 때의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음악산업의 인프라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거다. 지금 아이들이 재즈, 고전, 락, 팝, 월드, 포크 등등의 다양한 장르가 가지는 저마다의 색깔과 다양성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댄스나 힙합등의 상업음악만 듣게 되면, 결국 이 몰개성의 획일화된 음악적 경험이 후에 음악 제작 및 감상에 있어 레퍼런스가 될수 밖에 없다.

좋은 음악적 감각은 교육을 통해 단기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기간동안 사운드의 다양성이 확보된 환경에 노출되어 균형잡힌 사운드 감각이 자연스럽게 몸으로 체득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좋은 음악도 무슨 기획으로 뚝딱 나오는 게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오랜 기간동안 다져진 음악적 감각, 훈련에 의해서 나오는 거라 다양한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음악제작 일선에 서게 될 때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 하면, - 사운드엔지니어 : 모든 주파수밴드에 걸쳐 사운드를 풍성하게 내는 교향곡을 힙합의 감성에 맞게 믹스다운해버리는 식의 오류를 범하게 될 수도 있고, - 제작자 : 고전음악을 샘플링해서 힙합이나 댄스 음반만 만들려고 할 것이며, - 연주자 : 쿵짝쿵짝 비트와 미디악기의 연주에 길들여져 生연주의 현장감과 손맛매력을 잃고, 그리고 이런 애들이 방송사 PD, 기자 되고 기획사 차려, TV 라디오 인터넷을 장악하게 되어, - 청취자 : 세상에 존재하는 음악에는 댄스와 힙합만 있는 줄 알게 된다.

한국의 초창기 메탈 음반들을 보면, 연주는 훌륭한데 녹음상태가 끔직히 조악한 것이 많다. 훌륭한 연주가 락을 모르는 엔지니어 때문에 완전히 다 뭉개져버린 음반을 듣고 있자면, 생각할 수록 참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몇몇 일부는 나름 좋은 레퍼런스를 찾아서 좋은 감각을 키워 나가겠지만, 절대적인 숫자의 감소는 불보듯 뻔하며, 좋은 것을 만들어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결국 그들이 주력으로 제작하는 것은 기껏해야 MP3 나 모바일용 음원 정도가 될 것이다. 영화도 언제부터인가 재미와 흥행의 변수가 예술적 가치 평가의 영역을 밀어내고 있으니...


2007년 6월 27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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