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등학교 예체능 과목을 내신에서 제외시키겠다는 교육부의 추진 방안 뉴스를 접했다. 이미 대학 입시의 전장이 되어 버렸고,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 쯤으로 여기는 시대에 고등학교에서의 예체능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 교육과정이나 평가시스템은 정말 엉터리가 많기도 했으니까...

다만, 미술과 음악의 역사나 이론 교육이 형식적인 것이었다 하더라도, 이것들이 나중에, 없었다면 매우 높았을 예술에 대한 장벽, 거부감, 낯설음 등을 매우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거다. 그런데, 예체능 교육이 사설학원의 몫이 되어 버리면, 보통의 아이들이 바하, 베토벤, 모짜르트, 쇼팽 등의 음악을 접할 기회를 과연 가질 수 있을까? 이젠 고전음악의 이해와 감상에서조차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는건 아닌지... KBS 1FM 같은 채널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장벽이 높은 듯 하다.

최근 즐겨보는 고딩 퀴즈프로그램을 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간간히 나오는 예술 분야, 특히 음악 문제의 경우는 정답률이 매우 낮은 것 같다. 어제 방송된 KBS 도전골든벨 48번째 문제는 미술문제로 어떤 작품의 이름을 물었는데,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리기 위한 습작으로 그리기도 했다는 이 작품명을 최후의 1 인이었던 학생은 알지 못했고, 마지막 두 문제를 남기고 도전은 멈추어야 했다. 슈베르트가 괴테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가곡 '마왕'까지는 잘 맞추었는데...



Pablo Picasso Weeping Woman (우는 여인) (1973)


지난 6월 10일 방송된 도전골든벨 때에도 최후의 1인이었던 학생이 48번째 문제에서 막혔다. 어떤 음악을 들려 주며 "지금 들리는 음악은 한 러시아 작곡가가 만든 음악으로, 친구의 유작 전람회를 보고 느낀 것을 러시아 고유선법, 대담한 화성 등으로 표현한 것이다. 근대 인상파 음악의 선구자, 러시아국민주의 음악을 확립한 5인조의 한사람인 이 작곡가는?" 이 문제였는데, 그 학생은 답을 쓰지 못했고, 역시 도전은 멈추었어야 했다.

답을 하이코스프키라 적었는데, 아마도 차이코프스키를 착각한 듯 싶다. 답은 무소르크스키였고 흘러나왔던 음악은 전람회의 그림 중 프롬나드. 무소르크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원래 1874년에 만들어진 피아노 모음곡인데, 10개의 그림을 테마로 한 10개의 곡과 전주/간주에 프롬나드 변주들로 구성된다. 볼레로로 유명한 모리스 라벨이 관현악으로 편곡하고 이것이 널리 알려지며 유명해졌다.
  
지난 4월 22일 EBS 장학퀴즈 후반부 즈음에는, Sound of Silence 를 BGM 으로 들려주며, 1957년 활동을 시작한 이 밴드는 ... 이라 하는데, 한 학생이 비틀즈라고 했다. 이어서, 60년대 대표 포크 듀오로 이들의 음악은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운 하모니... 하니까, 상대편 학생이 사이먼과 가펑클을 맞추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지금의 중고등 학생들 중 과연 얼마나 비틀즈를 알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름은 들어봤어도 그 음악을 모르는 이들이 상당히 많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지금의 아이들은 어디서 비틀즈이나 사이먼과 가펑클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광고나 드라마에서 잠깐 듣거나 아는 형이나 언니들이 알려주지 않으면 좀처럼 알기도 어렵고, 그 뮤지션의 존재를 알려주고 음악을 들려주는 방송과 미디어가 거의 없다... 국내의 음악프로그램은 연예인의 잡담과 단기간 소비형 상품이 점령해버렸기 때문에, 조금 지난 가요만 해도 좀처럼 듣기 어려운데, 고전음악, 철지난 팝송이나 락음악은 오죽할까?

비틀즈이나 사이먼과 가펑클, 무소르크스키는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정말 어쩌다 찾게 되는 어디 전람회의 그림같은 것이 되지나 않을까 참 답답한 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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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뮤지션들이 도전하는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한 무소르크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영국 프로그레시브 락 기수이기도 한 Emerson, Lake & Palmer 도 7곡을 선택하여, 그들만의 색깔로 재해석하여 3번째 앨범으로 Pictures at an Exhibition (1971) 을 발표한 바 있다.


전람회의 그림 편곡 중 꼽히는 명작으로 락음악의 수준을 격상시켰다고 평가받는 음반이다. Promenade (산책) 에서 키스 에머슨의 오르간과 the Gnome (난장이) 에서의 칼 파머의 드럼 표현력이 인상적이다.


2007년 6월 25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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