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두뇌는 그릇이 아니라 근육이다"라는 말을 보았는데, 아마도 이 말은 인간의 두뇌는 지식을 넣어두기만 하면 되는 저장고가 아니고, 지속적으로 훈련시키고 자극을 주어 발달시켜야 하는 시스템이라는 말이겠죠. 왜냐하면, 뇌라는 것은 기억장치일 뿐 아니라 정보들을 처리하고 해석하는 生프로세서이기도 하니까요.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되는데, 씨네21 기사에서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군대에 있을 때 맹세했다고 하는 세가지 원칙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1.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페이지 이상은 반드시 읽는다.
2. 아무리 짧은 문장이라도 하루에 한 가지 이상 글을 쓴다.
3. 일주일에 세 편 이상 영화를 본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영화를 보는 것...아무래도 이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영화를 많이 보더라도, 그때그때 그 감상을 글로써 남기지 않으면시간이 어느정도 지났을 때 그 감상을 잊어버리고 내용조차 까먹게 되는 것도 문제지만,감상을 정리하면서 떠올릴 수 있을 새로운 생각들도 얻지 못한 채 흘려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간단하게나마 리뷰를 쓰게 되면, 영화를 보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억속 정보와 새로운 시각에서의 조합이 가능하게 되고, 리뷰를 쓰기 위한 작품의 배경이나 역사적 사실 조사를 통해 스스로 보충 학습도 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러한 행동이, 두뇌를 영화감상 사실을 담아두는 그릇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나의 지식으로 처리하고 해석하여 결과물을 내는 근육 활동으로 만드는 것이겠죠.

정성일은 세 가지 원칙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덧붙였는데요...


시네필이어서 영화만 계속 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다 보면 사람이 바보가 된다.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면 말이다. 반면 글을 안 쓰고 책만 계속 읽는 사람은 머리가 잡다해지는 것같다. 나는 영화를 보는 것과 책을 읽는 것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글을 쓴다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중재하는 것, 내가 표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정보를 많이 습득하고, 좋은 작품을 많이 감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그 사이에서 표류하지 않고, 나만의 것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 아마도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 Blogging 을 하는 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사람들과의 의사소통과 정보 교류도 큰 의미를 가지기는 합니다. 나 또한 남들의 블로그나 리뷰를 보면서 많은 정보를 얻기도 하고...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욕구가 가장 큽니다.

지난 주에는 정성일의 원칙을 따라하겠다고 일주일 동안에 영화 세 편을 극장에서 보았는데, 이것도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더군요. 퇴근 후에 보게 되다 보니까 집에 들어가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고, 역시 일주일에 세 편을 극장에서 보는 건 무리다 싶네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주말에 즐기는 DVD까지 포함해서 일주일에 세편으로 하향조정할까 합니다.

00ooo00

몇개월 전, 한 UCC 컨퍼런스에서 TNC 대표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블로그는 온라인 매거진의 형식을 띠고 있는 UCC 대표선수라는 내용이었고, 태터툴즈는 흰 도화지와 크레파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제작 주체인 당신이 맘대로 그리라는 것.

그래서 사용자들이 맘대로 그린 것을 쭉 살펴보니까 가장 인기있는 소재는 주로 정치, IT, 연예, 게임 등이었다고 하고, 1% 생산자 : 10% 전달자 : 100% 소비자   의 룰을 적용시킬 수 있겠더라는 것이다.

내가 처음 블로그를 만들면서 생각했던 것은 라이브러리였고, 따라서, 그때그때 소진되기보다 훗날에도 사용가치가 있을 소재를 사용한다는 기본원칙이 있었다. 선입견이겠지만, 휘발성이 강한 정치, IT, 연예 등의 소재는 라이브러리화 되기가 어렵다. 크리스 앤더슨의 롱테일에서도 보면, 긴꼬리는 주로 라이브러리들이고... 물론 블럭버스터들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라이브러리로 들어가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건 여차저차해서 1%의 생산자가 되긴 했는데... 문제는 이 비인기소재를 전달해 줄 10%의 유통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거다.

원하는 정보를 찾는 과정을 크게 Intention 과 Attention 의 관점에서 보게 되면,
    - Intention : 어떤 의도를 가지고 지식인을 검색 (Searching).
    - Attention : 포털 뉴스 보다가 어떤 특정 주제의 이야기에 낚임 (Browsing).
이 있다고 한다. 이 Attention 을 돈으로 환전하는 데 성공한 기업의 대표격으로 Google 을 꼽기도 하고...
  
결국 검색당하거나 낚이거나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정보검색 차원에서 검색이나 RSS를 통한 종합일간지 같은 방식은 장려할 만 하지만, 특정 기사 위주로 낚이는 것은 그냥 좀 그렇다. 블로그의 아이덴터티 차원에서도... 1% 생산자 입장에서는 그냥 도서관 가듯이 매일 찾아와 머물다 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까?... 지금의 블로그 포털을 보면 작성된 기사 위주로 돌아가는 시스템인데, 블로거의 스타일 위주로 돌아가는 블로거 포털도 있으면 괜찮을 듯 싶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각 분야의 주제별 Reference Blog 들이 많이 나와 주어야 할 것 같다. 분야별로 전문적 정보와 식견이 가득하여 각종 활동의 참조가 될만한 Expert Blog Group ... 그 하나의 예로 매거진T 를 꼽곤 한다. 블로그도 보면 단기승부지향의 휘발성 소재가 블럭버스터가 되어 롱테일 커브를 이루는데, 긴꼬리에 해당하는 라이브러리 양산이 비교적 적은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쉽다.

00ooo00

얼마 전 미국의 인터넷라디오 방송사들이 음반사들의 인터넷 라디오방송 로얄티 인상에 대한 항의로 오는 6월 26일을 24시간동안 방송을 중단한다는 Day of Silence 로 정했다고 한다. 내년에는 라디오 공중파방송보다 훨씬 많은 로얄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함... 이에 인터넷방송사들은 가처분 소송도 내고, 로얄티 규정도 재정비하려고 하는 중이다.

글쎄... 뭐 어떻게 결론 날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향후에는 듣는 매체에 있어서는 FM 이 아닌 인터넷라디오가 더 강력한 매체라는 것을 확인한 셈인데...

현재 방송사의 라디오 다시듣기 같은 AOD 서비스가 안되고 있는 이유는 그 서비스가 음원 복제/배포권을 가지고 있는 음반사에게 이렇다 할 수익을 가져다 주지 않기 때문인데, VOD 의 경우도 이런저런 저작권 문제가 아직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수익이 발생하여 판매용음반의 방송사용보상금을 지불할 수 있는 상황이고, 또 한편으로는 정부가 하라고 해서 하는 부분도 있다고 들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한 곡에 500원씩 내고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BGM 깔면, 미니홈피 주인만 듣도록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방문자 누구든지 들을 수 있는데, 하루 방문자가 수만까지 이르는 미니홈피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자. (개인적으로는 참 비정상적인 음원사업이라 생각한다.) 만약 이것이 메이저 음반사 입장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물론 아직은 블로그 플랫폼에서 음원을 판매하고 있지는 않고, 내가 원하는 음원은 판매하지도 않겠지만, CD를 구입하여 MP3 를 만들어 올려 블로그 주인 뿐 아니라 방문자도 들을 수 있게 했을 때, 방문자 입장에서 볼 때 그 올려진 음악은 싸이월드 미니홈피 BGM과 무엇이 다를까?...

(불법 다운로드 받은 MP3 가 아닌 합법적으로 구입한 음원일 경우를 말하는 것임.) 카페에서 음악을 틀어 BGM으로 손님들에게 들려주는 행위나 예전에 흑인들이 스테레오를 어깨에 들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음악을 듣던 행위도 비슷한 맥락일수도...

싸이월드의 사례를 보듯이 온라인에서의 MP3 소비패턴은 MP3 플레이어로 다운받아 혼자 이어폰으로 듣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은 이미 음악을 구입하는 단순한 판매망의 역할을 넘어 소비하고 그 감동을 발산하고, 다른 사람들과 그 즐거움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었는데, 개개인의 삶이 많이 투영되는 사이버 소비문화의 대표공간 블로그를 단순히 자신의 음원을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망이 아니고 통제도 안된다는 이유로 방송사 라디오 다시듣기처럼 싸그리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좀 거시기 하다고 생각됨. 미디어업계나 메이저 음반사들은 인터넷을 여전히 음원판매 유통망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다.

유통이 이루어지는 곳이면 당연히 소비도 발생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왜 못할까? 다만 사적인 소비행위가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 올려지는 경우,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싸이월드를 보면 그것을 특별히 문제시 하는 거 같지도 않고 ...

판매망으로는 적극 이용하면서, 바로 그 망에서의 소비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어쩌면 독점적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철저하게 Offline 만 이용해 음원을 판매하고, 인터넷을 모두 불법망으로 간주한다면 모르겠지만, iTunes 나 Melon 등의 온라인판매를 하면서 온라인 소비행위를 막을 권한이 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메이저 음반사들은 자신들의 통제영역 밖에 있는 사업망에 뛰어들어 어정쩡하게 원칙없이 사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카페 손님에게 BGM 을 듣는 로얄티 비용은 왜 안 묻는지 모르겠음...

물론, 음악을 올리는 블로거에게도 문제 발생의 소지는 있다. AdSense 나 AdClix 등으로 블로그 수익을 내고 있는 경우 등인데, 어쨌건 소비를 넘어 남의 저작물인 음원을 사용하여 영리활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니까...

그것이 실제 돈으로 환산된 것이건 방문자 수 등의 잠재적 가치이건 간에 이 경우는 저작권 사용료가 지불되도록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소장하고 있는 음반에서만 추출해 올리고 있긴 하지만, 다수에게 접근 가능한 이 블로그 역시 문제의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

온라인에서의 음악소비 패턴을 제대로 연구해서 뭔가 새로운 형태의 음원사업을 개발하는 것이 지금 메이저 음반사의 진정한 할 일이 아닌 가 싶다. 블로그란 같이 놀자며 스테레오 들고 길거리 광장에 서 있는 것과도 같은 거니까...

비싼 로얄티를 제시하고 못 받아 들이면 아예 안줘버리는 식의 참 답답한 사업모델을 보면 조만간 음원사업은 메이저 기업의 손을 떠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단순하다. MP3 음원 사업 제대로 할거면, CD to MP3 로 변환 통제가 우선인데, 보면 뭐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팔 수 있는 건 다 만들어 팔면서 오프라인에서만 가지고 놀아라는 식은 스스로 그 한계를 드러내 보이는 독불장군 심보일 뿐. 인터넷은 이미 소비공간이기 때문에 내가 산 거 내가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 시장의 장점은 그것이 롱테일의 창구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메이저 들이 들어와 기존 질서나 잣대를 적용하면 인터넷은 결국 그냥 오프라인의 재탕이다.
차세대의 음악산업은 음원이나 음반이 아닌 다른 형태의 것이어야 할 지도 모르며, 뮤지션이 직접 기획하고, 음악을 제작하고, 유통하고 공연도 할 수 있는 온-오프 라인의 연계 사업모델 등이 많이 나와 주어야 할 것이다.


2007년 6월 13일 작성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bopboy
TAG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쭈니러스 2014.01.29 1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