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mp3 플레이어에 일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가장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아마도 베이스음일 것 같다. 베이스음은 듣는 것이라기보다는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 따라서 제대로 음악을 듣고자 한다면 조용한 집에서 미니 오디오건 하이파이건 CD플레이어와 앰프와 스피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니 아마도 그래야 할꺼다. 그래야 나의 심장이 뛴다. 가령 아기에게 고음, 저음 대역이 커트된 mp3 를 들려주는 것은 그다지 권장할만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

하여간, 이어폰의 그 작은 스피커로는 웬만해서는 고품질의 베이스 사운드를 뽑아 내기가 어렵고, 휴대용이니만큼 늘 거리 소음과 함께 들어야 하므로 베이스 대역은 그 소음에 묻혀 버리기 십상이고, 따라서 볼륩을 높여서 듣고 다니다가는 쨍쨍거리는 고음역대도 커지게 되고 결국 귀, 즉 청력은 망가지게 되어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옆 사람에게 들리도록 이어폰으로 필요 이상으로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듣는 아이들이 있는데 자해 행위다. 내가 예전에 그랬는데 귀가 많이 상했다.

어쨌건 상대적으로 이어폰의 약한 베이스음을 그나마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이어폰보다는 귀 전체를 덮는 헤드폰을 사용한다거나 요즘 이어폰의 대세인 in-ear 이어폰을 사용해야 한다. EQ로 베이스를 키운다고?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다. CD로 음악이 나올 때는 이미 사운드의 음역은 최적화되어서 나온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 EQ를 사용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in-ear 형은 고무 재질의 캡이 귀를 틀어 막아 소음을 차단하고 귓구멍 안으로 사운드를 발생시키니 아무래도 음 전달 측면에서 보면 효과적이다. 단 보통 이어폰에 비해서는 귓구멍이 좀 답답하고 귓구멍 안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들려 약간 거슬리기도 한다. 일반 오픈형에 비해 볼륨을 약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나 나같이 귓구멍이 짝짝이인 놈은 영 불편하긴 하다.


그럼에도 얼마 전 참다 참다 못해 아이폰용으로 나온 새로운 애플 in-ear 이어폰을 구입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제는 도저히 베이스음을 놓칠 수 없다,라는 간절함 때문이다. 가격이 좀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전문 오디오 장비 메이커에서 나오는 제품보다는 저렴하다 할 수 있다. 통화를 해야 한다는 아이폰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이 이어폰을 사용하긴 하지만 통화가 아니라면 아마도 다른 전문 브랜드의 제품을 이용했을거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 베이스음을 얼마나 제대로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락이나 재즈를 듣고 있는데 베이스가 들리지 않는다거나 교향곡을 듣는데 첼로가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듣고 있는 것인가. 앙꼬 없는 찐빵을 먹고 있는데 그나마 그 빵도 유통기한 지난 것을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나는 본다.

베이스 사운드는 음악의 심장 박동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이것을 듣지 못한다면 죽은 음악을 듣는 것이요 제대로 들으면 살아있는 음악을 듣게 되는 것이다. 박동과 저음이 느껴져야 비로소 우리들은 음악 감상에 필요한 흥분이라는 요소를 생성할 수 있다. 원래는 모든 악기 소리 하나하나 디테일까지 들어야 그 음악의 진정한 멋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TV 방송 음향이 항상 아쉬운 것은 TV에는 항상 저가형 스피커가 사용되어 베이스 사운드를 제대로 뽑아내지 못한다는 것. TV로 TV 음악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은 그러니까 어찌 보면 꽤나 어리석은 행동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가능하면 하이파이 등으로 뽑아서 듣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아마 대번에 실망할지 모른다. 보통 그 사운드가 엉망이니까. anyway.

악기 소리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 내 주위에서는 그런 사람을 단 한명도 만나 본 적이 없다. 이어폰으로 베이스를 제대로 듣기 위해, 또는 기타 사운드를 좀더 좋은 품질로 들을 수는 없는지 고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관심의 깊이가 너무 얕아 저 낮은 베이스까지는 미치지도 못하는 것일까. 이런 현실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살아가는 뮤지션들은 기억되기 어렵다. 안타깝다.

베이스가 탄탄하면 전체적으로 음악이 건강해진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음악에만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다. 원래 대부분의 자연 현상 및 사회 현상이 그러하고 대부분 사람들의 삶이 그러한 법이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 그러나 사람들은 베이스가 들리는지 안들리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 지금 나는 왜 살고 있는지 관심이 없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베이스를 놓치지 않으려는 삶이 건강한 삶이다.


2010년 8월 29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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