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PBOY's JAZZ BAKERY

값싸고 질좋은

그외2014.02.03 10:03


벤 스틸러는 2001년 영화감독으로써는 세번째 장편 영화인 <쥬랜더>를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패션 산업 뒤에 감쳐진 이면의 어둠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이야기는 말레이지아 수상이 미국 기업이 자국의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을 거부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러자 저개발 국가의 값싼 아동 노동력이 꼭 필요했던 패션 업계는 수상을 암살하는 음모를 꾸미고 멍청한 탑모델인 데렉 쥬랜더 (벤 스틸러) 를 끌어들여 세뇌를 시킨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오웬 윌슨과의 모델 배틀과 갖가지 패러디들이 꽤 재미있습니다.

벤 스틸러는 지금까지 세 편의 장편 영화를 감독했습니다. <Reality Bites, 1994>, <The Cable Guy, 1996>, 그리고 <Zoolander, 2001> 입니다.

<리얼리티 바이츠>는 <청춘 스케치>라고 개봉되었고, 개봉 당시 그 OST 의 음악이 꽤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청춘 로맨스라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오리지날 타이틀처럼 "현실은  냉혹하다" 가 더 맞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에게 취업문은 너무 좁고 기성 세대의 시스템에서 점점 빈털터리가 되어 가면서 자신을 지키려고 싸우지만 결국 Loser 가 되어갈 수 밖에 없는 미국의 20대, 그러니까 미국판 88만원 세대를 그린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빈털터리 세대> 라는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케이블 가이>는 짐 캐리가 출연하여 광적인 코미디 연기를 보여 주지만 그것을 보고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TV 를 끼고 사는 짐 캐리의 삶은 코믹해 보이지만 동시에 TV 가 현대인과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큰 폐해를 끼치는지를 함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

<쥬랜더>는 유치 황당 코미디 영화입니다만 "아동 노동 착취와 멍청한 모델 (연예인)을 이용해 먹는 패션 산업" 이라는 인상은 강하게 남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아동 노동 착취"가 뭐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닙니다만, 우선 떠오르는 기업으로는 아디다스와 갭 (GAP)이 먼저 생각납니다. 갭은 미국에서 아주 잘 나가는 유명 브랜드입니다. "값싸고 질좋은" 옷으로 말입니다. 저도 몇 벌 있습니다. 비교적 싸고 입을 만한 옷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입으면서 찜찜한 마음은 있습니다. "이거 저기 산넘고 물건너 가난한 아이들이 만든 것인지도 모를텐데..."

"값싸고 질좋은" 은 일부 글로벌 마켓 글로벌 기업의 특징이기도 합니다만, 생각해보면 "값싸고 질좋은" 물건이라는 것에 좀 의문이 갑니다. 보통 시장에서는 질좋은 물건이 값이 비싼 것으로 알고 있는 데 말입니다. "싼게 비지떡" 이라고 하는데, 값싸고 질좋은 것은 일단 상식은 아닌 듯 싶습니다. 그러니까 싼 이유가 반드시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금융같은 무형의 서비스 상품을 파는 기업이 아닌 제조업의 경우에는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이라는 부분이 필수적입니다. 비용에는 물류 유통 비용이나 인건 비용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요즘의 기업은 투자자의 압력도 있고 해서 인건비를 팍 줄여야 하기 때문에 단순노동직을 많이 만들어 계약직을 비롯한 비정규직을 늘리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저개발 국가에 공장을 만들어 그 나라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인데, 특히 가난한 나라의 미성년 노동력은 사악한 마음을 가진 기업 입장에서 보면 군침 흘릴만 합니다. 저비용으로 포섭하기도 쉽고 통제하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값싸고 좋은 옷"이 가능한 것은 값싸고 어린 노동력에 기반한 대량공급 때문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유행이 된 말 같은데 MB가 이야기한 "값싸고 질좋은 소고기" 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만 먹는 소고기였는데, 언제부터 값싸고 질좋은 소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만,

어쨌건 소고기를 많이 생산하려면 기업형으로 소를 키워야 할 것이고, 이때의 원가절감 방법으로는 사료값을 줄이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모든 소를 풀을 먹여 기르면 아마 이런 기업형 사육에서는 감당이 안될 겁니다. 그래서 쓰레기에 가까운 값싼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마 예전에 소고기가 비쌌던 이유는 풀을 먹여 정성껏 키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한우에게 풀을 먹여 정성껏 키우고 있는 것인지,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기업형은 아닌지... 그렇다면 한우에게도 문제는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값싸고 좋은 소고기"가 가능한 것은 값싸고 쓰레기에 가까운 동물성 사료 때문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협상에는 이러한 사육 방식에 기반하는 미국의 축산업계가 뒤에 으르렁거리고 있었을 겁니다.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미국 축산업계가 데렉 쥬랜더를 끌어들여 미국산 소고기 반대를 외치는 대통령을 암살한다는 <Zoolander 2 : Mad Cow> 가 나올지...

풀은 매우 한정된 자원이지만, 동물 쓰레기는 넘쳐납니다. 풍토병이라는 것이 있듯이 지구 상의 모든 동물에게도 고유의 병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병이 동물간에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자연이 마련해 놓은 지뢰밭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풀을 먹어야 하는 소가 동물성 사료를 먹으면 그 지뢰밭으로 들어가는 꼴이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결국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결코 미국 소고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어떤 소이건 동물성 사료를 먹여 기른 소공장에서 나온 소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최초의 광우병으로 알려진 소도 결국 그러한 것 아니었습니까?

2008년 5월 7일 작성


저작자 표시
신고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