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관점 (Point of View) 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주로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내용을 하나의 그림으로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간단하다. 아무 영화나 보고 나서 1 부터 8 까지 어느 영역에 들어가는지만 따지면 된다. 예를 하나 들자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은 1, 켄 로치의 <자유로운 세계>는 2,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은 3,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4, 알프레도 히치콕의 <싸이코>는 5, 구로사와 아키라의 <7 인의 사무라이>는 6,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는 7, 뭐 이런 식으로. (이 분류는 하나의 예시일 뿐임.)

조금 더 세밀하게 표현하고 싶다면 하나의 영역 안에서도 어디에다가 점을 찍느냐가 가능하다. 가령, 같은 4 라 하더라도 스탠리 큐브릭은 1 쪽으로 크지쉬토프 키에슬롭스키는 2 쪽으로, 뭐 이런 식으로. 물론 이 세가지 관점 만으로 보는 것 자체가 한계가 많지만 보통 사람이 평상시 이 세가지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도 실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세가지 필터라도 들이대자 뭐 그런 취지다.

어쨌건 난 모든 영화를 일단 이렇게 나누고 그냥 점을 찍는다. 그러다 보면 내가 어떤 성향의 영화들을 좋아하는지, 주로 어떤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지를 대충은 파악할 수 있다. 거시적으로 보면 어느 영역이냐가 중요하고 좀더 세부적으로 보면 하나의 영역 안에서도 어느 쪽에 가깝느냐라는 부분이 중요하다. 가령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대충 이렇지 않을까.


어떤 영화들은 분명히 흥미롭게 보긴 했는데 이 세가지 관점으로 분류가 안되는 것들도 가끔 있다. 그런 것들은 제 8 의 영역, 그냥 바깥에다가 찍으면 된다. 요 며칠 한국영화를 쫙 보았는데, <과속 스캔들>은 중심에서 먼 3, 이제서야 DVD 로 본 <추격자> 도 중심에 가까운 3, <멋진 하루> 는 2 에 가까운 8. 이것은 재미있고 없고, 흥행과는 크게 상관없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관점 세가지의 이 그림을 다른 현상을 보는데도 응용하곤 한다. 예를 들면 '전쟁'. 전쟁이라는 현상도 역시 세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을 듯 하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 가능할거다.



인류 역사상 벌어졌던 수많은 전쟁의 원인들을 어떤 영역에 넣어야 할지 따져보자는 거다. 대부분이 아마도 4, 6, 7 에 몰려 있지 않을까... 아마도 인간들이 '네가 옳아 내가 옳아' 라는 문제만 가지고 서로에게 총을 쏘고 칼로 쑤셔대지는 않을 거다. 가령 누군가 르완다 내전을 오랜 종족간 갈등으로만 판단해서 2, 3, 5 으로 분류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학계나 언론이 이렇게 분류를 해버리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르완다 내전이라는 것이 세계의 역사 왜곡일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대한 잘못된 분석이며, 아프리카의 정치 상황에 대한 왜곡이 되버린다.

그래서 나는 기자나 학자들이 꼭 가지고 있어야 할 필수 능력으로 가능한 "세가지 이상의 관점들의 교집합에서 답을 찾아라", 라는 것을 요구한다. 어떤 현상이던 간에 위와 같이 최소 세가지 관점을 그리고 가능한 교집합의 영역에 넣어야 하는 능력을 갖추려면 세가지 관점에 대해 물론 잘 알아야 하겠지. 즉 공부 많이 하라는 거다. 본인 스스로  이 8 개 영역 중에서 어디에 서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은 그래서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저기 어떤 현상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생각을 하고 주저리 주저리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좋지만, 그 밑바닥에는 남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 있는 그 자기 자신은 정작 어디에 서 있나, 바로 스 스스로 자각하는 '관점'에 대한 파악과 이해가 깔려 있어야 하는거다.


2009년 1월 12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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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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