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글에서 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음악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직접 연주'를 해보는 것이며, 최고의 대중음악은 미학적 가치를 지니는 동시에 대중에게 '직접 연주의 즐거움'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Coldplay 의 <The Scientist> 가 그러한 기준에서 볼 때 매우 이상적인 음악이라고 했다.

자, 코드진행도 간단하고, 각 파트별 악기 연주도 비교적 어렵지 않다. 심지어 초보자끼리 모여도 이 곡은 연주가 가능하다. 그래서 누구나 최소한의 노력으로 직접 연주를 함으로서 이 음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말은 틀린 것이긴 하다. 그것은 악기의 숙련도에 비례하는 즐거움이기 때문.)

어쨌건 이 곡을 연주하면서 어떤 즐거움을 만끽하다보니 좀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 곡을 가지고 어디 락 경연대회를 나간다거나 음반으로 녹음을 하게 되었다고 가정을 해보자. 문제는 이때부터다. 즉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연주를 하는 경우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거다.

아마추어인 우리끼리 모여 피아노, 기타, 드럼을 연주하며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을 완성해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연주를 하는 우리 당사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지만, 대회에 참가한다거나 녹음을 하는 것은 남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으로 일단 다른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에는 자신의 연주에 있어서의 '상당한 숙련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어쿠스틱 스트로크라도 정확하면서 아름다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기 위한 강약과 완급의 조절에 신경써야 하며, 정교한 피킹에 매끄러운 코드진행을 만들어 내야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감정 표현의 일환으로 애드립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피아노 역시 아주 단순한 코드진행이지만 마찬가지로 매끄럽게 진행시켜야 하며 건반 터치에 고른 힘 조절과 사운드의 울림 또한 지저분하지 않게 느낌을 표현하면서 텐션을 지속시켜야 한다.

결국 이 곡 연주의 완성에 앞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코드를 알고 그 진행을 이해하고 있다고 해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기본기 위에서 충분한 연습이 있은 후에야 가능하다는 말과도 같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론의 정확한 이해'과 '충분한 연습'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으로 익히는 반사적 훈련과의 차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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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논리로 경제 이론을 해박하게 알고 있다고 해서 바로 그 필드에 뛰어들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을 쏟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서 정부처럼 성장을 고집하는 것이 옳은지 한국은행처럼 안정을 주장하는 것이 옳은지는 정말로 지금 경제 상황의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꼼꼼히 따져나가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그 속에서 충분한 경험과 연습 없이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지금 정부는 어떻게 보면 아마추어끼리 모여서 그 초보 수준의 단순한 플레이를 통해 하나의 음악이 완성되는 즐거움을 자기네끼리 누린 다음 남들에게도 통할거야 라며 바로 프로페셔널 영역에 뛰어드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도의 기본기와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실전에서는 그 강짜 아마추어리즘이 통할 리 없다. 백전백패일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아마추어답게 억지로 '성장'이라는 코드를 들입다 갈겨대면 최소한 하나의 완성된 음악처럼 들리기는 하겠지만, 훌륭한 연주가 전혀 아니기 때문에 그 음악의 사운드 하나하나를 뜯어 보면 결국은 노이즈에 가까운 사운드라는 사실을 나중에 전문가들은 알게 되어 있다. 그러나 연주하는 본인들에게는 음악으로 들리며 즐거울 거다.

하지만 그 음악은 연주하는 이들을 제외한 남들에게는 '고통'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고, '성장과 감세'라는 유치한 코드를 갈겨대면 '물가상승'과 '빈부격차 심화'라는 노이즈가 마구마구 터져 나올 수 밖에 없다. 연주하는 놈들은 신났고 듣는 놈들은 괴로와 죽는거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에게는 그러한 사운드가 음악으로 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그것이 가능하려면 그 음악의 정체를 식별하고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 귀를 가져야 한다는 것. 요즘 정부의 경제 정책에 하도 속이 터져서 경제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것을 보면 그 '귀'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 같기도 하다.

생각을 해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 '경제활동 인구'가 되고 '경제 사회'에 진입해서 조직에 들어가고 소득을 벌고 세금을 내고 하는 것이므로 그 전공이나 직업 불문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 된다. 물론 그 '세상이 돌아간다'의 1차 표면은 경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경제 지식' 없이 경제 사회로 진입하는 것 자체는 어쩌면 총없이 전장에 나가는 꼴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경제 지식이 사실은 이 경제 사회의 '언어'일 수도 있다는 거다.


2008년 11월 17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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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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