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장 출연한 기업은행 CF 동영상 보기

비발디의 <사계> 여름 3 악장이 강렬하게 울려 퍼진다. 어딘지 모를 굉장히 높고 넓은 곳에서 사라장이 연주를 한다. 그리고 들리는 나레이션,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파가니니, 비발디...  이들의 자산과 가치는 그녀의 손에서 더욱 커가고 있습니다.  자산은 누가 키우냐가 중요합니다. 당신의 자산을 성공으로 연주하다..."

최근 사라장이 출연한 기업은행 광고. 이 광고를 보고서는 툭 나온 한마디, "진짜로? 거꾸로가 아니고?"  비발디의 자산과 가치를 사라장이 키울까, 진짜로? 게다가 금융 기관의 '자산 관리 상품'이라는 거 결국은 '투기 상품'인데, 이런 연결은 좀...

비발디와 차이코프스키와 파가니니와 브람스를 연주하는 사라장 콘서트에 1000 명이 왔다고 하자. 이중에서 순수하게 차이코프스키와 파가니니와 브람스와 비발디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 공연장을 찾은 사람은 몇 % ? 또는 사라장이니까 왔다, 라고 하는 사람은 몇 % 나 될까?  위에 내가 툭 던진 질문 "진짜로?" 의 대답은 이 % 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위대한 음악가들이 사라장의 자산과 가치를 키운다고 생각할 것 같고,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광고 카피에 수긍할지 모른다. 기본적으로는 난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물론 예외도 인정하고 있어, 드물지만 때에 따라서는 연주자의 가치를 더 우선시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뮤지션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뮤지션의 가치가 음악의 가치를 넘어선다는 것을 난 인정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뮤지션의 사명은 자기 자신의 가치를 모두 음악 자체의 가치로 녹여 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늘 음악 자산의 가치가 더 크다. 이런 면에서 보면 광고 카피는 맞는 말이다. 물론 그런 의미로 사용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거품? 후자에게서 거품이 발생할 수도 있을 듯 한데 연결은 잘 모르겠다.

대개의 사람들은 무엇을 연주하느냐보다는 사라장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이때 발생한 관심이라는 가치가 거품의 실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와 파가니니와 비발디가 없었다면 사라장은 무엇을 연주했을까?  이 위대한 음악가들은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미 그들 작품의 희소성의 가치는 극대화되어 있는 상태인데, 미학이 아닌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음악가가 남긴 위대하고 희소성있는 음악의 자산 가치 + 사라장이라는 연주인의 연주 노동 가치 = 그 음악 자체의 자산 가치, 정도로 나는 생각한다.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음악 자체에 수많은 뮤지션의 연주 노동의 가치가 축척되기 때문에 당연히 한 연주자의 노동에 아주 큰 가치를 두기가 어렵다. 무명 가수가 처음부터 자기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 이미 가치가 축척되어 있는 인기 히트곡을 부르면서 그것에 힘입어 자신의 존재도 알리고 가치를 올리기도 하니까.

굳이 비유를 하자면 이런 문제와도 비슷할지 모른다. 농부들이 지주에게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쌀 100가마를 생산해서, 50가마를 토지 소유자인 지주에게 바친다고 하자. 쌀 100가마의 가치는 농부들의 노동의 힘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토지에서 발생한 것일까?  지주는 땅 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50가마를 꿀꺽하는 것은 '합리적'일까?  결국 그 땅이 얼마나 비옥한 토지냐, 노동은 얼마나 전문적이며 숙련된 것이냐, 를 따지는 것과 비슷할거다.

어쨌건 나는 그 음악의 위대함으로 사라장 자체의 가치가 더욱 커졌다고 보는 편이라, 광고의 카피가 찍는 지점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 같다. 또한 난 토지보다는 노동의 힘을 더 믿는 쪽이기도 하다. 그러면 혹 누군가 이렇게 따질 수도 있을 듯 하다. 연주는 노동이고, 비발디는 토진데요...

난 그 반대로 생각하는 편으로, 비발디가 남긴 음악이 노동이며, 사라장의 연주가 토지라고 본다.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이라는 노동이 사라장이라는 토지에서 가치있는 음악을 만들어 낸다, 아니면 사라장의 노동이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이라는 토지에서 음악을 수확한다? 난 전자라는 거다. 아마 대개의 사람들은 나와 다르게 생각할 것 같은데, 어쨌건 생각하는 건 내 자유니까. 물론 '음악'의 속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시각은 달라진다.


2008년 10월 30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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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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