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PBOY's JAZZ BAKERY


<Untraceable 킬 위드 미> 이라는 영화를 소재로 두번 이야기한 바 있다. 한번은 '헌법과 민주주의는 시스템에 불과할 뿐, 떼거지로 달라붙어 페달을 돌려야 작동한다', 그리고 또 한번은 '소수의 traceable 을 마녀사냥하는 다수의 untraceable 들이 unconnected 과 섞여 자취를 감추니 조심하자' 라는 이야기다. 한번 더 써 먹어야겠다.

내가 방구석에서 한달동안 미디 장비와 기타로 근사한 기타 연주곡 하나를 만들고 연주하고 녹음해서 음원을 만든 후에 내 블로그에 올렸다고 해보자.

연습도 많이 하고, 나름 디테일한 시퀀싱 작업을 하고, 연주의 feel 도 신경써서 살리고, 파형 하나하나까지 모두 다듬는 세밀한 마스터링까지, 정말 신경써서 최종적인 음원을 탄생시킨거다. 하여간 창작의 고통이 들어갔다고 해보자. 그리고 블로그에 공개를 한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블로그를 통해 남들에게 공개를 한 시점 이전과 이후, 그 음원을 각각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예술가에게 그 작품을 보아 줄 군중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이때 이 작품의 문화적 가치와 상업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예술가 자신인가 아니면 군중인가, 그러니까 그 가치들이 예술가 자신이 창출해낸 것인지 아니면 군중의 관심에서 비롯한 것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난 후자를 믿는 편이다. 그러니까 예술가와 군중은 동업자로서 파트너의 관계에 있다는 거다.

ooo

공개 이전:
처음부터 최종적인 음원을 탄생시키기까지, 그러니까 그 모든 일련의 작업 과정이 마무리되는 그 순간까지 알게 된 지식들과 발생한 모든 가치는 당연히 내가 가져가야 할 재산이며 나만의 순수한 권리일 것이다. 만약 누군가에 공개를 하지 않고 나 혼자만 내가 탄생시킨 음원을 통해 그 음악을 즐길 생각이라면, 그 '감상' 또한 나 만의 권리가 될 것이다. 대신 음악은 오로지 내가 부여하는 가치만을 담게 된다.

들어 줄 대중이 없을 때, 홍보를 할 필요도 없고, 마케팅도 필요 없고, 그것이 시대의 걸작이건 장난질이건 오로지 나만이 온갖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게 되니, 그 음악은 전적으로 나의 소유물이 될거다. 어릴 적부터 가지고 놀던 인형같은 대상...

공개 이후:
문제는 블로그를 통해 남들에게 공개를 한 시점부터 발생한다. 일단 상업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라도. 처음부터 상업음악을 지향했다 하더라도 똑같다. 차이가 있다면 이 경우에는 대중의 관심을 사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미디어에 지불하게 될 것이다.

어쨌건 그 음원에서 어떤 근사한 음악을 발견한 많은 블로거들이 입소문을 내주고, 그래서 그 음원이 여기저기 복제가 되고 유통이 되고, 상당한 인기를 얻어 FM 방송까지 탔다고 할 때, 즉 <킬 위드 미> 의 그 참여형 킬러 사이트 메커니즘이 작동을 해서 음원이 대박까지 난 경우...

공개 이후 그 음원이 창출해 낸 모든 화폐적 가치는 전적으로 나의 소유일까, 아니면 수많은 블로거들의 공동 소유일까... 엄밀히 따지자면 그것은 많은 사람들의 소소한 관심이 모여서 커다랗게 생성된 가치임에 분명하다. 작품성이 아주 뛰어나건 대중성이 아주 강하건 간에, 어쨌건 그 수많은 '관심'이 이 음원에 달라 붙어 열라 그 가치 창출의 페달을 돌려 댄거다. 강력한 고비용의 마케팅 드라이브를 걸어 인위적으로 페달을 돌릴 수도 있다. 상업 음악의 경우. 어쨌건, 이런 경우라도.

음원 공개 후, 그래서 내가 100 만원을 벌었다면 100 만원은 다 내것인가? 100 명의 블로거들이 그 유통에 기여했다면, 각 블로거들의 문화적 가치 참여에 대한 보상은 어쨌건 1 만원 어치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나는 생각을 한다. 일단 유통의 범위 = 문화적 가치라고 산술적을 계산한다면. 블로거들이 개인적으로 자신들만이 감상으로 획득하게 되는 추억의 가치는 일단 제외로 하고.

그렇게 대박이 나게끔 원천적으로 음악의 가치를 부여한 것이 나다, 라고 나는 말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난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전적으로 뮤지션의 가치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대중 관심을 강탈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난 그래서 음악 비즈니스 한답시고 음악을 소재로 한 스타 상품을 파는 것에 대해 매우 강한 반감을 갖는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오로지 '스타에로의 관심' 이다.

'스타'도 결국은 대중의 관심이 그 가치를 생성해 낸 것이지만, 살아 있어 돈계산 한다는 것이 다르다. 음악 비즈니스라는 것은 철저하게 대중을 통한 공개 이후의 모든 일련의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가치에 대한 분배 놀이인데, 대중의 관심으로 성장했으면서도 그 관심의 화폐적 가치는 '스타' 들이 독식한다. 저작권 시스템은 그것을 보호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보기에는 엄연한 강탈이며, 왜곡된 비즈니스다.

홍보-마케팅이라는 것은 상품의 힘 즉 음악의 힘이 아니라, 대중 관심의 힘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따져서 그 마케팅비는 대중에게로 가야 한다. 완전한 자유 시장이라면 대중에게 돈을 주고 관심을 사야 한다라는 말인데, 그 돈은 각종 미디어로 흘러들어간다. 물론 미디어는 대중에게 공짜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보여 주는 것 같지만, 결국은 광고도 같이 팔기 때문에 결국 대중의 관심은 강탈된 셈이다. 그러니까 대중의 관심을 상품으로 보자면 미디어는 중간 유통자로서 중간에서 이익을 누리고 있는 셈.

ooo

음악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순간 그 음악은 뮤지션의 손을 떠났다고 보는 것이 나의 음악 철학이다. 그 다음부터는 음악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며, 어디까지나 대중의 관심이라는 자양분을 먹고 그 문화적 가치를 키워 나가면서 음악 스스로 커 나간다. 만약 과도한 마케팅과 홍보가 동반한다면 그것은 음악이 아닌 '스타' 마케팅과 홍보를 하기 때문이다. 원래 음악 그 자체는 홍보가 될 수도 없다.

나는 뮤지션들이 거짓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음악의 인기라는 것이 자신들의 역량에서 나온 거라는 말들... 그건 거짓말이라는 거다. 스타의 인기는 중간 유통자로서의 미디어에게 과도하게 지불된 소비자의 관심이라는 상품의 구입비용에 대한 댓가이며, 그 스타라는 상품이 수반되는 순간부터 음악 자체의 가치는 사라진다.

콘텐츠 사업자가 플랫폼 사업자를 궁극에는 이길 수가 없는 이유... 콘텐츠에 관심과 문화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도 나도 유통사업을 하려고 하고 이것이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켓을 틀어 쥐고 있는 자, 자본을 틀어 쥐고 있는 자와 함께 가장 힘이 있다. 우리나라의 음원 유통 사업을 하는 사업자나, 스타를 키워 내고 있는 기획사들... 거짓말 하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들이 팔고 있는 것이 음악이라는 거짓말...

월정액 몇천원에 음악상품을 팔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가치를 팔기 위해 음악을 미끼로 사용하는 것일 뿐이며, 스타를 팔기 위해 음악에 저작권 붙여 놓고, 대중 관심의 가치를 강탈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2008년 8월 27일 작성


저작자 표시
신고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