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nce> 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


주인공들과 그의 길거리 친구들이 데모 녹음을 앞두고 변변한 연습실이 없어 주인공의 좁은 방에 모여 간단하게 연습을 한 다음, 너무 가난했던 그들은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스튜디오를 빌려 연주를 하고 녹음을 해서 데모 CD 를 만드는 장면이 있다.

스튜디오 녹음날, 엔지니어는 처음에 각 트랙의 페더만 올려 놓는 정도로 성의없이 뚱한 표정으로 딴청을 부리지만, 연주가 진행되면서 그들의 연주와 사운드에 서서히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EQ 등의 콘솔 노브들을 만지면서 사운드에 집중을 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며 무척 흐뭇했던 부분 중 하나가 이 엔지니어의 표정 변화였는데, 이런 거다. "어라, 이 친구들 보게, 쫌 하는 걸... 그럼 어디 한번 놀아 볼까..."


어쿠스틱 기타와 키보드로 시작하는 인트로가 끝나고 베이스와 드럼이 차례로 가세하면서 사운드의 형태가 잡히고 사운드 레이어가 두터워지기 시작하니까, 엔지니어는  전체 사운드의 풍성함과 조화를 이루어 내면서도 그 악기 연주 하나 하나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리저리 콘솔의 여러가지 톤 노브를 만진다.

사운드 미학을 추구하는 엔지니어로 하여금 미소를 이끌어내는 연주를 했던 가난했던 주인공과 친구들... 개인적으로 난 이 장면에서도 영화 <원스> 의 매력을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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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에서 엔지니어가 만지고 있는 믹싱 콘솔 (Mixing Console) 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여러 트랙의 사운드를 합쳐 하나의 트랙, 스테레오라면 두개의 트랙으로 모으는 장치다. 제조사별로 외관은 조금씩 다르지만, 내부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의 믹싱 콘솔은 똑같은 채널 모듈 여러개와 그 채널 트랙들을 Sum 하는 믹서로 구성된다. 그리고 각 채널 모듈마다 다음의 장치들을 포함하고 있고,

  - 콘솔 안에서 처리가 가능하도록 라인 레벨로 신호의 크기를 증폭시켜주는 Pre-Amp,
  - 주파수 대역별로 게인을 조절하여 사운드의 음색을 조절하는 EQ,
  - 컴프레서나 이펙트 장치를 사용하도록 신호를 외부로 보냈다가 받는 Insert 와 Aux,
  - 스테레오 효과 등의 입체감과 다이나믹함을 부여하는 Pan,
  - 트랙별로 볼륨 레벨을 제어하는 Fader,
  - PA 나 멀티트랙녹음을 위해 모든 트랙의 사운드를 외부로 내보내는 Bus Out,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 모든 모듈의 가공을 거친 트랙의 사운드들을 합치는 Mixer,

정도로 대부분의 믹싱 콘솔은 구성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아래 그림과 같다고 보면 된다. 디지털 콘솔은 입력과 출력에 AD/DA 가 있어 내부적으로 디지털 신호로 처리한다는 것 외에는 아날로그 콘솔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 장치들의 기능 설명 보충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 조직 (Organization) 이라는 것도 결국 이 믹스다운 (Mixdown) 이구먼,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어떻게 EQ잉하고, 어떻게 Mix잉하느냐 하는 것.

Pre-Amp(게인조절)→EQ(음색보정)→SEND/RETURN(외부장치사용)→PAN(좌우분리)→Fader(레벨조절) 의 과정이 사람들 모여 활동하는 조직과 비슷하다는 거다.

Pre-Amp:
모든 신호는 채널 모듈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라인 레벨이 되어야 한다. 나의 출력은 라인 레벨인가? 나는 내 안에 고급 프리앰프를 가지고 있나?  그러면 조직은? 조직의 프리앰프라는 것...

EQ:
각 트랙의 대역별 게인 조절. 악기별로 주파수 대역이 충돌하지 않도록 한다. 그래야 모든 악기 사운드의 특징과 음색이 산다. 한 조직 안에서 와글와글 대는 사람들의 개성과 기질, 능력, 성향 등등이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각자의 개성도 살아야 한다. 팀장 또는 그 이상의 중간 관리자들은 자신들 안에 고급 EQ 를 가지고 있나?

Send/Return:
때로는 외부장치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 모듈 안에 모든 기능을 다 갖출 수는 없으니까. 그럴 때마다 내보내서 처리하고 돌아오게 하면 된다. 모든 조직이 모든 것을 내부에서 훌륭히 해결할 수는 없다. 조직이 얼마나 오픈되어 있으며, 세상의 전문가들과 얼마나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 받고 있을까? 사장은 Send/Return 단자 충분히 가지고 있나?

Pan:
트랙별로 좌우를 분리한다는 것은 좌우의 레벨 세기를 다르게 설정한다는 것. 사운드에 입체감과 다이나믹함을 부여한다. L 에 피아노 화음 반주가, R 에 기타 백킹이, C 에 보컬의 노래가, 살짝 R 에 치우친 위치에 기타 솔로를 배치시킨다.

축구에서도 모든 공격수가 중앙으로 파고 들지는 않는다. 조직도 마찬가지. 이건 일종의 협업 시스템일 수도 있는데 하나의 프로젝트에 있어서 L 과 R 에 해당하는 성격의 업무를 구분할 수 있을 거다.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하면 된다. 패닝 잘하는 중간 관리자, 팀장이 필요하다.

Fader:
모든 트랙을 모두 최고의 출력으로 그냥 더해 버리면 음악은 만들어 지지 않는다.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 시끄럽기만 하고 째지기만 하는 사운드. 음악이 되려면 연주가 흐르면서 트랙별로 레벨의 강약 조절을 통해 필요할 때 치고 필요없을 때 빠지기 의 효과적인 제어가 필요하다. 이것을 자동으로 저장해 놓는 것을 오토메이션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믹스다운의 목적은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 믹싱을 통해서 음악의 시간 및 공간의 전체적인 발란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조직 내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100% 실력껏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해야 하나? 그럴 필요도, 그럴 수도 없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모두 100%  출력을 내려고 한다면 그곳은 조직이 아니라 경쟁의 시험장이 될 뿐이다. 조직의 중간관리자는 시간을 두고 치고 빠지기를 통해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최종 목적은 음악, 아니 트랙간 조화가 잘 이루어진 균형 잡힌 Product 니까. 잘 만든 Product 에는 그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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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에서 악기를 연주하던 그들의 사운드가 각각 믹싱 콘솔의 채널로 들어가 최종적으로 엔지니어의 손에 의해 다듬어진 후 하나로 모이고 그 하모니가 엔지니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할 때.

물론 영화라는 믹싱 콘솔은 두 트랙 남녀 주인공의 하모니 믹싱을 통해 우리를 미소짓게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은 그 데모 CD 를 들고 떠나면서 여자 주인공에게 남기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우리의 아름다운 미소. 그래서 이 영화가 멋지고 그 음악은 아름답다. 중요한 것은 내가 미소를 지었다는 것.

두가지다. 조직의 관리자는 그들의 열정과 하모니에 미소를 지으며 EQ 며 PAN 이며 노브를 돌리면서 믹스다운될 프로덕트인 음악에서 각 팀원의 개성을 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며, 팀원은 바로 그런 팀장으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들면 된다. 그리고 계속 가는 거다.




2008년 10월 14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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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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