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PBOY's JAZZ BAKERY


최근에 S영화사 마케팅 담당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참고할만한 몇가지 팁도 있고 수긍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고. 수긍한 내용 중 하나는 <디 워> 마케팅에 관한 부분이다. 그 담당자의 이야기를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야말로 수렁에서 건져 낸 영화" 였다.

완성품을 접하고 보니 답답했고 수준 미달에 논란의 소지가 많아 보였다. 그러나 이미 엄청난 거액이 들어간 상태. 고도의 홍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어느 정도 의도된 "CG vs. 스토리 논쟁" 으로 대부분의 미디어를 점령하여 다른 영화가 끼어 들 틈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대대적인 노이즈 마케팅과 함께 영화의 본질적 논란으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바보 코미디언에서 영화 감독으로의 변신이라는 인간 승리" 이야기를 만들어 애국심/민족주의 마케팅과 결부시켰다. 그래서 <디 워>는 홍보/마케팅에서 보면 주요 성공사례에 들어간다. 완전 개천에서 용 냈으니까.

영화는 그저 "일회성 소비재"라는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대중으로 하여금 "어떻게 해서든 한번 보게 만들면 된다" 라는 와이드릴리즈 전략으로 접근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국내 영화사 상당수가 이러한 마인드로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한다. 실무자들의 영화에 대한 이해 수준 자체가 상당히 저급한 회사들이 대단히 많다. 얼마나 끔찍한 현실인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어쨌거나 각종 매체를 통해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도로 "감독의 인간승리" 이야기로 대중의 동정심을 자극하고 여기에 애국심을 강요하는 식의 홍보 전략과 영화의 질적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게 만드는 노이즈 마케팅을 십분 활용했다는 것이 그 이야기였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아직도 "우리는 철저하게 농락당했다"는 걸을 깨닫지 못하면 진짜로 심각한 거다. 이 사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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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는 수백억짜리 문화적 쓰레기다. 스토리없는 그래픽의 공허함, 철학없는 기술의 초라함, 가치관이 배제된 테크놀러지의 철없음, 교양없는 연출가의 무지와 독선, 의식없는 비즈니스맨의 무모함과 위험성, 이론없는 실기의 그 멍청함,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엄청난 낭비... 그 해악을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제작자건 관객이건 인문학 교육의 중요성을 정말 뼈절히 느끼게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MB 정부는 이 <디 워>와 너무 닮아 있다.

워쇼스키의 <매트릭스>가 그토록 강조한 것은 이거였다. 영화의 엔딩을 흐르는 RATM 의 외침처럼 "깨어나라" 라는 것. "너의 생체 에너지를 빨아먹는 대가로 이 놈의 기계 덩어리가 너의 뇌에 주입시키는 환상의 실체를 알아?  빨간 약 먹고 깨어나서 이 빌어먹을 현실, 무서운 진실이 도대체 무엇인지 똑똑히 보라" 라는 것.

정부의 한예종 핍박은 그러니까 "깨어나라" 를 지극히 불순하게 보는 이 땅의 <매트릭스>를 꿈꾸는 무리들의 위기의식에서 나온 적극적인 경고이자 행동이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잠들어라, 너희가 잠들어야, 너희가 진실의 문이 닫힌 환상 속에 안주하고 살아야 우리가 너희 몸에 빨대 꼽고 먹고 살 수 있다" 라는 거다.

<매트릭스>를 지키려는 입장에서 보면 "깨어나라"는 인문학과 교양의 영원한 주제였으므로 당연히 인문학/교양/이론 교육을 금지시켜야 한다. 기술을 강조하고, 실용을 강조하고, 실기를 강조한다. 따라서 실용 교육, 실기 강조, 는 다분히 허구다.

미국의 헐리우드를 착각하고 유럽의 고전음악을 착각하면 안된다. 그곳은 첨단의 기술이 후방에서 백업을 하는 덕에 무수한 상상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교양의 천국이지 기술의 천국이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돈도 번다. 비즈니스맨들도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뮤지션에게 있어 교양이 후방에 머물러 있으면 지금 한국을 점령한 그런 음악들만 계속 나오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기술이 "잠들어라"를 주장하는 이들의 사상적 억압의 도구로 활용되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그게 바로 <매트릭스> 다. 대한민국이 <매트릭스>가 되기를 꿈꾸는 MB 정부, 아니, MB 집단의 "이론보다 실기" 주장 "깨어나지 말고 잠들어라" 라는 교양과 상상과 예술에 대한 픽박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가 턱까지 치민다. 그들이 입가에 발린 소리처럼 하는 상상과 창의는 그들의 언어가 아니다.

한예종을 핍박하고 이론없는 실기를 강요하고 교양없는 기술을 강조하면 이 땅에는 계속해서 <디 워> 와 무수한 야동만 만들어질 뿐이다. 따라서 비즈니스 맨들은 그러한 MB 집단의 마인드를 가지고 해외건 국내건 어디 가서 문화와 예술을 논하지 말길 마란다. 당신들의 면전에서는 헤헤 웃지만 뒤돌아서는 순간 그들은 침 퉤 뱉고 미소를 지우며 당신의 뒷목덜미로 이 한마디를 내뱉을테니까. "병신...". 지금 우리가 이 땅에서 그러고 있는 것처럼.


2009년 6월 18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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