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PBOY's JAZZ BAKERY


2002년 1월~3월에 방송되고 한류의 기수역할을 한 "KBS 겨울연가" 의 음악은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담담했고, 이루마는 이 드라마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고 합니다. 방송을 안봐서 최지우, 배용준이 나온다는 거 외에는 이 드라마에 대해 잘 모르고, 이루마의 음악이 이 드라마의 인기에 어떠한 영향력을 주었는지 사실 잘 모릅니다.

드라마음악 중 최지우 테마라는 "When the Love Falls (사랑이 떠나갈 때)" 라는 피아노곡은 프랑스 뮤지션 Michel Polnareff 가 부른 Qui A Tue Grand-Maman?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 의 피아노 버전이라 할만큼 원곡에 충실한 곡이더군요.

그러나 <Qui A Tue Grand-Maman?> 는 이별이나 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할머니가 살던 시절 정원엔 꽃이 만발했습니다.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는 상념만 남았지요.
그리고 두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요? 시간인가요?
아니면 더 이상 여유로운 시간조차 보낼 수 없는 사람들인가요?

할머니가 살던 시절에는 고요함이 있었습니다.
나무가지들과, 가지에 매달린 잎새들과
새들의 노래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요함이 있었지요.
불도저가 할머니를 죽였습니다. 굴착기는 꽃밭을 갈아엎었지요.
이제 새들이 노래할 곳은 공사장뿐이랍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건가요?


이 노래는 재개발이라는 미명으로 할머니의 정원을 빼앗고 죽음으로 몰아간 산업화 및 자연파괴에 대한 저항의 메세지를 담은 곡입니다. 5.18 광주 민주항쟁의 민중가요라는 '5월의 노래'도 이곡의 번안이기도 하고, 그 외에도 국내외 수많은 뮤지션들이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

한미 FTA 타결 임박 이라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자꾸 한숨이 나오는 것은 한 10년 쯤 지났을 때 대한민국이 노래속 할머니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그러면 지금의 한국 아이들은 10년후 이런 저항의 메세지를 담은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요?

그리고, 가장 심각하게 걱정되는 부분은 미국인 투자자나 법인에게 한국의 공공정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부여하는 이른바 투자자 국가소송 제도 (Investor-State Claims) 인데, 미국 투자가가 한국의 사법심사 절차를 따르지 않고,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국제중재기관에 회부할 권한을 부여받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정부와 지방자단체가 시행하는 공공정책의 정당성을 한국사법부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는 국제중재기관이 정책의 타당성을 판단하게 되면? 글쎄요... 알려진 사실처럼 캐나다와 멕시코의 공공부문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 바로 이것이죠. 경제 주권 상실의 첫걸음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하네요.


2007년 3월 2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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