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고생스러운 이유는 어제에 대한 후회와 내일에 대한 기대 때문이겠지만, 실은 고생스러운 오늘이 어제에는 기대로 부풀었던 바로 그 내일이었다. 이것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렇다. 확정된 어제에 비추어 볼 때 내일이 너무 불확실하니 오늘은 고생스럽다. 그러나 그 고생스러운 오늘이 내일이면 확정된 후회의 어제가 된다. 사고력이 발달하는 10대 이후부터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삶이라는 것이 그렇다.


조정래의 <정글만리>을 읽고 나서 나로 하여금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직장과 직업의 차이라는 것이었다. 20대에는 알기 어렵다 그 차이를. 20대는 후회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30대가 되어서야 20대를 후회를 하고, 40대가 되면 30대에 대해 후회를 하고 20대로 돌아갈 수만 한다면 따위의 망상을 하게 되면서 수많은 기회 비용을 따져본다. 그러면서 50대가 되면 다시 40대는 후회의 시대가 되어 버린다.


만일 이제 생각이라는 것을 정리할 수 있는 10대에 들어서는 아이를 교육시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나는 우선 가장 먼저 이 "어제와 오늘 그래고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것 같다. 그 모든 배움에는 반드시 순서가 있다는 것을 요즘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는 중인데 아이들 교육이라고 예외일수는 없다. 오히려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순서가 지켜지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편법과 요령을 배우는 방법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오늘은 힘들 수 밖에 없게 된다.


배움에 있어 순서라... 그렇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배워야 한다는 말인가. 생각해보면 단순하다. 누구나 직장을 가져야  한다? 아니며 누구나 직업을 가져야 한다? 뭘 배울지에 대한 고민부터가 시작인데, 난 사실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그런 생각을 별로 안해 본 것 같다. 지금 내가 왜 이렇게 오늘이 고생스러울까,를 돌이켜보면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누군가 나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 알려주었다면 최소한 그토록 안일하게 살진 않았을 것 같은데...


어쨌거나 한마디로 말하자면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직업이지 직장은 아니다. 내가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이 나를 선택하는 것임을... 교육의 목표는 당연히 직업을 갖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연한 소리이겠지만. 이 정도의 차이만 아이들에게 명확하게 이해를 시켜도 난 우리나라의 사교육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본다. 어떤 직장이 아니라 어떤 직업이 내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지에 대한 부모 스스로의 정말 심각한 고민이 아이의 배움에 첫번째 단계가 되지 않는다면 그 이후는 편법과 요령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게 되는 것 같다.

 

주중, 주말에 대한 이런 고민을 한다. 어디 갈까... 아니면 뭘 할까... 이 두가지 고민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마치 직장과 직업의 차이같기도 하다. 만일 어제 오늘 어디 갈까,를 계획했는데 그곳에 못가게 되는 경우 그 때부터는 대안을 찾게 되지만, 뭘 할까를 고민하고 계획했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이것은 큰 차이가 있다.


어제는 뭘 할까를 고민하고 오늘 어디 갈지를 고민하며 내일은 오늘을 추억하면 된다. 그러나 어제 어디 갈까를 고민하고 오늘 뭘 할지를 고민하게 되면 내일은 어제를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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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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