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형식 [1]

기연즐 2013.12.16 23:23


원래는 기타 관련 이야기도 아니고 해서 부록편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화성, 리듬, 선율 외에 음악을 이해함에 있어 생각 외로 많이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서 일단 형식 (Form) 에 관한 이야기로 기.연.즐을 시작하려 합니다. 이야기가 또 길어질까 좀 걱정이 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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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라이만 프랭크 바움이라는 작가는 <오즈의 마법사> 라는 어린이 소설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약 40년 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영화 감독이기도 한 빅터 플레밍에 의해 1939년 영화로 만들어지죠. 해롤드 알런이라는 작곡가는 이 영화의 테마음악이며 도로시로 출연하는 주디 갈란드가 불러 'AFI 가 뽑은 영화사 100년에 가장 위대한 노래' 로 선정되기도 한 그 유명한 <Over The Rainbow> 를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를 혹 못 본 분들은 꼭 한번 보시기를.

영화가 시작하면 도로시(주디 갈란드)는 집으로 뛰어 들어와 함께 사는 숙모와 삼촌, 그리고 주위 어른들에게 동네 못된 노처녀가 그녀의 강아지 토토를 때렸다며 어떻게 좀 해달라고 하소연하지만 그들은 그녀의 말에 귀기울여 주지 않고 바쁘다면서 오히려 도로시를 다그치기만 합니다. 어디 말썽 피우지 않는 곳을 찾아 보라고 말이죠.

도로시는 토토를 바라보며 그런 곳이 있을까 궁금해 합니다. "말썽없는 곳이 있을까? 아마 배나 기차로는 갈 수 없는 곳이겠지. 아주 머니까. 달 뒤로 비를 넘어..." 그리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아래 악보의 선율에 맞춰서 말이죠. 음악은 여기서 확인.



가사와 선율 간에 조화가 참 아름다운 노래이죠. 이런 선율에는 이런 가사가 붙어야만 할 것 같은... 하여간 서론이 길었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것은 이 <Over The Rainbow> 라는 곡의 구성입니다.

악보에는 그려 넣었지만 마지막 4마디는 형식에서 제외하도록 하죠. 즉 총 32마디의 곡입니다. 그런데 잘 보면 1~8 마디와 9~16 마디, 그리고 25~32 마디는 완전히 동일한 선율의 프레이즈이고, 17~24 마디는 새로운 선율이죠. 첫번째 8 마디를 A 라고 표현하고 세번째 8 마디를 B 라고 표현하면 이 곡은 A-A-B-A 의 4부의 구성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하나의 8 마디 A 또는 B 안에서도 유사한 4 마디가 반복됨을 알 수 있죠.

A-A 는 반복을 통해서 통일성을 강조하고 음악을 친숙하게 만들고, A-B 는 대조를 통해 다양성을 추구하고 음악에 새로움과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동요나 민요, 그리고 고전음악 뿐만 아니라 거의 대다수의 대중음악이 이러한 구성을 이용하여 만들어지죠. 그리고 A-A 또는 A-B 형식을 두도막 형식 (binary form 또는 2부형식) 이라고 합니다.

반복하여 친숙하게 하고, 대조시켜 긴장감을 부여한 뒤 처음 것을 다시 반복하여 전체적으로는 안정감과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이죠. 선율의 진행 또한 도약 진행과 인접한 음들로 연결되는 순차 진행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변화를 위한 B 를 보면 A 에 비해 리듬이 달라지면서 속도가 붙고 조성이 바뀌는 부분이 나오기도 하면서 짧게 뛰는 선율이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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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Form)이란 음악의 설계도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음악이란 시간의 예술이므로 시간을 쪼개어 음악의 골격을 만들어야 하죠. 반복하여 통일성을 추구할 부분, 새로운 프레이즈를 제시하여 다양성을 부여해야 할 부분, 그리고 이것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엮어 전체적으로 하나의 음악이라는 통일성을 부여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아무리 긴 교향곡이라 하더라도 반복되는 부분과 새로운 부분이 교차하게 되어 있죠.

그런데 이런 것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음악 감상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곡의 형식을 모른 채 선율만 쫓아 가다보면 멋진 풍경을 놓친 채 그저 길 바닥만 보고 달려 가는 것과 같기 때문이죠. 길을 따라가기에도 바쁜데 주위가 눈에 들어 올까요? 그러나 형식을 미리 파악하고 있으면 언제 무엇이 나와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둘러 볼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또한 형식을 통해서 절제가 가능하게 되죠.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들은 이 형식을 대단히 엄격하게 지켰습니다. 이후 연주 및 기교를 중시하여 다양한 기악곡이 많이 나온 낭만주의에 비할 때 고전주의 시대에는 상당히 딱딱하면서도 감정이 절제된 소나타와 교향곡이 발달했죠. 모차르트나 베토벤 등. 일단 주어진 틀 안에 여러 요소들을 딱딱 설계한대로 우겨 넣은 것입니다. 물론 그 형식을 파괴하면서 절제를 풀고 감정의 폭발을 시도하기도 하죠.

다음에 계속...

2009년 9월 27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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