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PBOY's JAZZ BAKERY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며칠을 연속해서 아들에게 읽어 주다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어리석게 보임은 벌거벗음의 부끄러움을 불사할 정도로 두려운 것일까. 아마도 아들은 이 이야기가 이해가 안되니 며칠을 계속해서 읽어달라고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은 나도 지금껏 궁금해 한 적도 없는 것 같고 줄거리만 아는 것이지 이 동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것 같다.


아들에게 읽어주면서 유독 내가 흥미로왔던 부분은 어리석게 보임을 두려워한 사람들은 임금님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였다는 점과 모두가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시민들 앞에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임금의 아이러니였다.


벌거벗고 행차를 하는 임금님을 보며 마을 사람들은 멋진 옷이 보이는 척 하며 그를 칭송하지만 어리석게 보이지 않으려 "척"하는 그 난해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아이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외치자 마을 사람들도 더 이상 "척"하지 않고 상황은 종료된다. 임금님은 속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옷을 입거나 행차를 멈추거나 하지 못한다. 수많은 역사의 비극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걸까...


남들이 나를 어리석게 볼까 두려움,이라는 심리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렵다. 아이들이 과연 그런 똑똑해 보이고자 하는 가식에 대해 이해를 할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이해가 안되서인지 재미있어서인지 계속해서 읽어달라는 아들을 보면서 곰곰히 생각 후 내린 결론. 이 이야기는 미취학 아동을 위한 동화는 아니구나...


어리석음이 벌거벗음보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보다. 그리고 어리석은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라며 임금님과 마을 사람들을 속인 사기꾼들이 동화에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200년 전에도 어리석게 보임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속성을 악용하는 사기꾼들이 꽤나 많았나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역사의 비극이 계속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생각만큼 똑똑하지 않고 그래서 어리석게 보임에 대한 두려움이 크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그 사기꾼과 같이 눈 앞에 펼쳐지는 진실에 귀를 닫고 눈을 감게 만들고 거짓을 외치게 만드는 사람들과 어리석게 보임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그 거짓된 외침을 되풀이하는 사람들은 200년 전에도 많았고 지금도 많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2,500년 전 소크라테스가 내가 아는 것이 없구나,라는 깨달음부터 출발해라,라고 한 것을 보면 수 천년 전에도 상황은 비슷했나본데 지금은 그의 말대로 난 참 어리석었구나,라는 깨달음부터가 이 시대를 똑똑하게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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