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 바트요에서 북쪽으로 500m 정도 걸어가면 카사 밀라가 있다. 카사 바트요에 반한 사업가 밀라가 가우디에게 부탁해 세워진 집으로 여기도 공동 주택이며 마찬가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유령이 나올 같은 카사 바트요의 기괴함보다는 물결 모양의 곡선이 장엄함을 연출한다. 가우디는 역시 카사 바트요처럼 옥상을 공원으로 꾸미고 멋진 조각상들을 만들었다. 조지 루카스는 옥상의 굴뚝 조각상에 영감을 얻어 다스 베이더를 탄생시켰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들에게 집까지 마음의 여유는 남아 있지 않았다. 스타 워즈의 나름 광팬인 션에게는 너무 미안해하면서 아쉽지만 그냥 패스. 그러고보니 5 출장 때에도 곳은 그냥 지나쳤다 다음을 기약하며. 다음 기회는 다음 기회로 남게 되는 것일까. 여기서 하나를 깨닫는다. 다음 기회는 없다는 것을


카사 바트요처럼 공동 주택이었던 역시 사람들로 붐빈다


카사 밀라를 뒤로 하고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카사 바트요를 지나 거기서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지하철 4호선을 있는 그라시아 거리(Passeig de Gracia)역이 나온다. 그라시아 거리는 명품샵들이 즐비해 구경삼아 걸어 만한 곳이기도 하다. 그라시아 거리역에서 4호선을 타고 정거장만 내려오면 하우메 1(Jaume 1)역이 나온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스페인 Jamón 하몽(표준 발음은 하몬)이라고 하는 것처럼 자우메가 아니라 하우메로 읽는다. 하우메 1역에서 골목길을 따라 백미터를 걸어가면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이 나온다.  


겉에서 보기보다 안으로 들어가면 매우 넓다


14세기에 지어진 저택 3채를 개조해 이어 붙여 만들고 1963 개관한 미술관이라고 한다. 좁은 골목 쪽에 위치해 찾기가 쉽지 않지만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내부가 매우 넓고 작품 수도 엄청 많은 . 미술관 내부에서의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아마 사진으로 남겨야지 할만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을 있다. 전시된 작품의 상당 부분은 피카소의 어린 시절 습작이기 때문이다. 파리로 이주해 세계적인 화가가 되기 전인 소년 시절 그렸던 그림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보면 된다. 이곳에서 피카소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그림들이 없다고 실망하지 마시길. 유명한 그림을 원한다면 파리로 가야 한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고 하면 아마도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따라 그린 그림 정도.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의 습작과 초기 시절 작품이 궁금하다면 미술관은 아주 멋진 곳이 같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미술에 관심이 없다면 풍요 속의 빈곤을 느낄 수도 있다. 피카소의 그림은 세계 수많은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고 피카소 미술관이라고 불리는 미술관도 유럽 곳곳에 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광장은 근사한 휴식처다


하우메 1 근처에는 바르셀로나 대성당도 있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시작하는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계속 걷다보면 콜럼버스 동상을 만나게 되고 너머는 바다다. 그리고 람블라스 거리 오른쪽 일대를 고딕 지구라고 한다. 13~15세기 지어진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도 한데 고딕지구를 대표하는 건물이 바로 바르셀로나 대성당이다. 1298년에 짓기 시작해 1448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150년이 걸렸다. 1882 짓기 시작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135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건설 중이니 동네의 건물 짓기는 살아 생전에 완성되는 것을 보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첫째 날에도 식은 뻘뻘 흘리며 션의 캐리어에 갖은 저주를 내리면서 성당을 지났었는데 성당 앞에서 한국에 돌아가면 안경에 구글맵을 적용하리라는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다시 바라본 성당의 모습, 이렇게 멋진 건물이었구나. 내가 클래식 기타 연주 선수가 된다면 나중에 앞에서 어거스틴 바리오스의 <대성당 La Catedral> 연주하리라.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 주변


하우메 1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정거장을 내려오면 바르셀로나 역이다. 바르셀로나 해변에 가려면  역에서 내려야 한다. 마드리드가 서울이라면 바르셀로나는 부산에 해당한다. 바다를 즐길 복장을 하고 도구를 준비해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직은 여름이니까. 수정된 오늘의 일정대로라면 바닷가에  앉아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어제 그리고 오늘 오전의 스트레스를 날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오늘도 이미 엄청난 거리를 걸은 션이 너무 힘들어했다. 바르셀로나 역에서 해변까지 한참을 걸어야 하는데. 녀석은 이미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내려놓은 상태.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바다에 발만 담궜다 가자. 구글맵 검색 결과 바닷가 근처에 쇼핑몰이 있는 것으로 확인. 쇼핑몰도 있어. 여기서 밥도 먹고 장난감도 하나 사자,라고 션을 달랜 해변을 향해 걸었다. 겨울에 걸어도 힘든 거리를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걸으려니 지쳐가는 속력이 걸음걸이 속력의 제곱이지만 장난감 하나에 자신의 모든 것을 션은 힘을 냈다. 그리고 도착한 . 


해변 운동 기구에서 노는


쇼핑몰은 없었다. 운동 기구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 곳은 그냥 해변 옆에 만든 거대 지하 주차장 였을 .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 분노가 치밀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아무리 검색해도 그곳은 여전히 쇼핑몰이라는 빌어먹을 구글맵. 멍청아, 여기는 주차장이라고 주차장, 쇼핑몰이 아니고. ( 글을 쓰면서 다시 검색했더니 지금은 주차장이란다. 도대체) 눈물이 뻔했다. 아들 션에게 아빠는 말이 없었다. 그래, 바다가 바로 옆이지, 하지만 해변으로 달려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우린 수영복을 입지도 않았고 모래놀이 도구도 없었으니까. 수영 팬티 하나만 입은 남자들과 비키니 수영복을 입는 여자들 사이로 아래 옷으로 몸을 꽁꽁 가린 지나가기도 어렵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 션에 대한 미안함에 고개를 떨굴 .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카탈루냐 광장에 백화점이 하나 있다는데, 장난감 해결할 있지 않을까? 지하 식품 매장도 괜찮다던데. 무기력한 아빠라는 자괴감에 빠진 나는 정신이 버쩍 들었다. 그래, 가자. 아빠의 무능함을 확인하면서 실패로 끝나버린 아주 잠깐의 바다 구경을 집어치우고 다시 바르셀로나 역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뜨거운 적외선과 자외선을 맞으며 걸어 길을 다시 걸어 가야 했다. 션아 미안하고 미안하다. 그리고 그렇게 걷고 걸어도 한번 안쓰고 함께 걸어 주어 고맙고 고맙다. 그런데 가는 길에 만난 비눗방울 쇼를 보자 션은 방울방울을 쫓으면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이 아닌가. , 맞다 녀석은 에너자이저였지. 방울 하나를 터뜨리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는 녀석을 보면서 뭔가 교훈을 얻은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걸었는데도 열심히 비눗방울 따라다니는


꼬르떼 잉글레스 백화점 7층은 장난감과 등을 파는 . 모든 고난과 불행을 이겨내고 마침내 도착한 천국에서 휘둥그레지는 션의 눈을 보며 아들에 대한 미안함은 녹아 내렸다. 그래 맘껏 골라라. 뭔들 사주겠냐 지금. 때만 해도 카탈루냐 광장 가까운 곳에 디즈니 스토어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디즈니 스토어가 있다는 것은 토요일 저녁 때가 되어서야 알았는데 다른 나라와는 달리 바르셀로나의 디즈니 스토어는 일요일이 휴무다. 하여간 바르셀로나에서는 되는 정말 없구나. 하여간 그렇게 션의 손에 이끌려 장난감 매장 순례를 하던 한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션이 가장 좋아하는 방송 채널인 드림웍스의 대표작 <드래곤 길들이기> 히어로 , 투스리스 Toothless 60% 세일해 50.99유로에 팔던 것을 19.99 유로에 팔고 있던 . , 이게 뭔가. 놈은 무기력함에 빠진 우리를 구원하려고 나타난 진짜 히어로네. , , 이것 .  


60% 세일해서 19.99 유로에 팔고 있던 하나 남은 투스리스


거대한 날개에 울부짖고 입에서 불까지 발사하는 투스리스의 등장으로 우리 가족의 오늘 하루는 그렇게 해피 엔딩이 되었다. 죽어가던 오늘을 살린 . 완전히 지쳐버린 우리 가족을 환하게 웃게 만든 60% 대박 세일 드래곤 투스리스. 사실 그렇게 대단한 행운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제 오늘 하루종일 계속되는 불운을 뚫고 우리에게 찾아온 작은 장난감 용이 앞으로의 우리 여정에 행운을 가져다 같은 어마어마한 기대감이 들었다. 실제는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맘에 드는 장난감이 많았고 투스리스가 베스트는 아니었음에도 기꺼이 이것을 선택해준 션에게도 고맙기도 하고. (물론 이후 방문했던 도시에도 디즈니 스토어는 있었고 우리는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살만한 것이 많지도 않았는데도) 


호텔 근처 스타벅스, 바르셀로나는 온통 발코니만 보인다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스타벅스는 종종 발견할 있고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가 묵는 호텔 근처에도 스타벅스가 있어 호텔로 들어가기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커피 잔을 하면서 내일 어떻게 것인가를 정리하기로 했다. 한국보다는 비교적 편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이렇게 포기해야 하나. 바르셀로나 방문의 주요 목적 하나를. 혹시 온라인으로 구할 있지 않을까. 구글에 Sagrada Familia 라고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사이트가 있다. 온라인으로 티켓을 파는 광고 사이트. 관람 예정일, 내일 8 19 토요일, 여러 시간 대로 시도를 해봤지만 표가 없으니 날짜를 바꾸라는 문구만 . 역시 안되나,하면서 포기하려던 순간 오전 10 예약이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 후다닥 예약 완료. 거의 모든 온라인 예약에는 수수료가 따로 있다. 11 이하 어린이는 무료 입장이지만 무료 티켓을 구입해야 하므로 역시 예약 수수료는 부과된다. 이어서 구엘 공원도 안전하게 예약 완료. 참고로 5 출장 때에는 이런 예약을 전혀 하지 않았다 (2월이긴 했지만). 좌석에 앉아 지정 시간에 보는 공연도 아닌 그냥 둘러보는 구경인데 매진이라는 것이 도통 이해가 안되지만 하여간 이제 됐어. 하하하. 오늘은 엄청 운수 좋은 날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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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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