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19 토요일 아침 6, 오늘도 역시 자라는 머리가 아닌 일어나라는 몸의 명령에 눈을 떴다. 나는 요즘 세상에는 머리로 하는 일들이 생각 외로 많지 않다는 현실을 열심히 체험 중이다. 나이 들기 전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역사를 돌이켜 세상을 망치는 사람 상당수는 머리만 믿고 까불던 사람들이었다. 무지개 너머에는 희망찬 미래가 기다린다고 철썩같이 믿고 책상에 앉아 공부만으로 청춘을 보내는 일만큼 위험한 인생 도박이 없다는 사실은 도박으로 인생을 망친 사람이 아니면 도리가 없다.


오늘은 어제 보기로 했던 가우디가 지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 공원을 보기로 날이다. 불운의 연속이던 어제 하루가 대박 세일 투스리스의 등장으로 역전되면서 좋게 성당 온라인 예약까지 해놓은 덕에 오늘은 마음이 한결 가볍다. 운이 좋았다면 성당 꼭대기에 오를 있는 티켓을 구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잠깐 들긴 했지만 어쩌겠나. 5 출장 때에도 놓친 탑뷰였는데 (그때는 엘리베이터 공사로 아예 오를 수가 없었다) 다시 다음 기회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e-티켓


어제와 같이 마음의 안정을 주는 조식을 하면서 호텔 로비에서 프린트한 티켓을 훑어 보았다. Hora de acceso al recinto 무슨 뜻이지. 구글 번역도 돌려보고 검색도 해보았지만 정확한 뜻을 알기가 쉽지 않다. 예약을 때에는 10시로 했었다. 대충 10 45 정도 입장해라,라는 의미겠지. 어제 허탕을 치면서 어마어마한 입장 줄을 목격한 우리는 토요일인 오늘은 어제보다 거라는 걱정을 하며 서둘러 사그다라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했다. 9 30분에 도착. 성당 입구 표를 검사하는 직원에게 물었다. 문구는 무슨 뜻이냐. 당신은 10 45분부터 11 사이에 입장이 가능하니 다시 와라. 10 40분이 되었는데도 못들어가게 한다. 정확하게 45분부터 들어오란다. 결론적으로 내가 예매한 티켓은 10시가 아니라 10 45 표였던 .


건너 가우디 광장에서 찍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입장까지 1시간. 건너 가우디 광장이라는 작은 공원에서 약간의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배경으로 가족 사진도 찍고 동네 꼬맹이들의 전용 공간인 조그마한 놀이터에서 뛰어 놀기도 하면서 깔깔깔 웃어 보기도 하고. 아무리 작아도 놀이터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션에게는 모처럼 신나게 있는 최고의 시간과 장소가 . 이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야,라고 션에게 물었을 한결같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라고 답한 것은 어쩌면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까불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여행 시작 처음으로 우리 가족이 환하게 웃은 날이다. 만일 입장 시간에 맞춰 왔다면 작은 기쁨은 누리지 못했을 아닌가. 성당 보고 바삐 구엘 공원으로 이동했을테니까. 작은 놀이터의 존재도 몰랐을 것이고 이렇게 깔깔대며 웃지도 않았겠지. 모든 일들은 의도했던 것들이 아니다. 어제의 불운은 결국 오늘의 행운으로, 어제의 슬픔은 오늘의 기쁨으로 이어지는 , 이런 것이 인생이지. 불운과 행운은 결국 몸이었음을, 슬픔없는 기쁨은 존재할 없다는 것을, 픽사 애니 <Inside Out> 주제처럼. 그래서 인생은 길게 보아야 한다는 것을, 오늘은 울고 싶더라도 내일은 웃을 있으니 오늘을 포기할 없다는 것을, 경험하는 요새 며칠이다.


입장 시간이 다가옴에도 노느라고 바쁜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션을 보며 성당이 아니라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놀이공원인 티비다보 같은 곳을 그랬나,라는 아쉬움과 션에 대한 미안함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션의 취향이 많이 배제되어 있다. 이전 여행들이 놀이공원으로만 다녔으니 이번에는, 하는 엄마 아빠의 보상 심리 때문인지 아니면 유럽까지 와서 놀이공원이야, 하는 고정 관념 때문인지. 그래도 티비다보 같은 곳은 가볼만한 곳인데, 아쉽고 아쉬웠다. 아쉬움은 이번 여행의 테마인가. 바르셀로나의 주요 명소를 배경으로 하는 우디 알렌의 영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에서는 다른 곳들은 그냥 보여주기만 하는데 티비다보 만큼은 앤티크하고 매력적인 곳으로 바르셀로나의 모든 것이 보인다며 굳이 나레이션으로 언급한다. 우디 알렌도 티비다보가 마음에 들었나봐. 하지만 우리는 다시 다음 기회로. 아무래도 바르셀로나는 한번 와야 같다. 놀이공원에 가야 하니까.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bopboy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