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주익 언덕에서 맥주 잔에 바르셀로나 시내를 바라보는 동안 그리고 션이 그림을 그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아주 쉽게 흘러갔다.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바르셀로나 서부를 돌고 다시 호텔 근처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4. 5시에는 공항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야 하니 남은 시간은 이제 1시간. 바르셀로나 동부 투어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래도 2 버스라는 것을 타보았잖아, 하하하. 람블라스 거리 남쪽에 구엘 저택(Palau Güell) 있는데 거기나 다녀오자. 구엘 저택은 유명하니까 사람도 많지 않아 1시간이면 될거야, 아니면 그냥 다시 오고. 그렇게 우리의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방문지는 구엘 저택이 되었다. 일요일 오후, 도로에는 차가 늘어나고 버스는 느려졌다. 타고 있던 2 버스로 가기에는 어림도 없어 보여 바로 하차해 그라시아 거리역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정거장을 내려와 드라사네스역(Drassanes)에서 내렸다.



카사 바트요나 구엘 공원 등과는 달리 대단히 고전적인 스타일의 외관에 내부도 공동주택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저택다운 면모를 물씬 풍겼다. 외관이 도리어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고급스러운 내부 장식을 보며 스타일의 완성은 한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 카사 밀라보다 20 전에 지어진 저택이지만 옥상에는 여전히 가우디다운 작품들이 있다. 굴뚝과 환기구들이 형형색색의 타일을 조각내어 붙이는 가우디만의 기법으로 멋진 작품이 되어 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옥상에 올라가 수는 없었다. (타일이나 유리를 조각내어 붙이는 방법을 트랜카디스 기법이라고 한다) 가우디가 비슷한 시기에 지은 다른 카사 비센스처럼 이국적인 느낌도 많이 들며 모두 역시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화장실을 찾다가 가게 지하 1층도 인상적이다, 비밀 예배당인가 싶던, 뭔가 있어 보였던 곳은 실은 마구간이었다. 마구간이 이리 멋져, 어이가 없네. 


츄로스 가게와 션

말풍선에 쓰여진 이야기는 읽지 않고 그림만 보면서 만화책 권을 후딱 읽은 것처럼 그렇게 구엘 저택을 서둘러 둘러 다음 다시 드라사네스역으로 걸어갔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서두르게 하는 것일까, 활기에 넘친 바로 람블라스 거리에 앉아 커피 시간도 없이. 아쉽고 아쉽다. 해도해도 끝이 없던 업무로 인해 준비가 너무 미흡했던 여행, 게다가 날부터 찾아온 불운, 이런 생각들을 머리 속에 잔뜩 품고 호텔에서 짐을 찾아 디애고날 역까지 걸어와서 계단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 츄로스 먹어야 하는데. 츄로스? 열심히 다니기만 했지 호텔 조식 말고는 식당에서 여유있게 식사 한번 못한 지난 시간, 미안한 마음에 구글맵을 꺼냈다. 사거리 건너 수백미터 걸어가면 유명한 츄로스 가게가 있다. 덜덜덜 션과 나의 캐리어를 끌고 길을 건너 츄로스 가게에 들러 바닐라 츄로스와 초코 츄로스를 사서 자리에서 허겁지겁 개를 먹고 나머지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그리고 공항에서 먹었다. 그것이 우리의 저녁. 유명하지? 솔직히 말해 모르겠다. 하지만 곳은 이번 바르셀로나 여행을 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본 맛집이다.


킥보드형 캐리어와 션


츄로스까지 들고 디애고날역에 다시 시간은 5 20. 왼손에는 션의 캐리어를 들고, 오른손에는 나의 캐리어를 들고, 어깨에는 크로스백을 매고, 목에는 이번 여행에서 쓰려고 중고로 구입한 오래된 미러리스 카메라를 걸고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갔다. 잠시 말끔하게 캐주얼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를 멋드러지게 빗어넘긴 청년이 나를 도와준다며 오른손에 나의 캐리어를 함께 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No, Thanks. No, No, ... 그런 채로 계단을 내려왔다. 정도면 순식간이지. 잠시 잊고 있었다, 이곳은 소매치기의 세상인 것을. 계단에서 손을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계단을 모두 내려오자마자 크로스백 여권부터 확인. 일단 없어진 것은 없는 같은데. , 다행이다. 자식 소매치기인 같아, 조심하자. 자식은 우리와 함께 지하철을 탔고 주변을 서성대다 정거장 내렸다. , 안도의 한숨. 콜블랑역에서 공항과 연결되는 9호선을 갈아탔다. 도대체 층을 내려가는 것인지. 텅텅 9호선. 남은 츄로스를 먹었다. 캐리어를 끄는 순간은 언제나 초긴장 상태가 되고 지쳐가는 속도도 배가 된다. 특히 션의 캐리어는 어린이용 킥보드형 캐리어. 손잡이가 짧아 어른이 끌기 불편했고 킥보드를 접으려면 양손을 써야 한다. 평지에서는 최고다. 션에게도 나에게도. , 계단이나 경사진 곳에서 아빠는 캐리어에 저주를 퍼붓게 된다. 수없이 다짐했다. 집에 가자마자 바퀴 4 달린 캐리어로 바꿀 .  


유로윙스는 T1 터미널이 아니라 T2B 터미널이었다 


그렇게 T2 터미널을 지나 종점인 T1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6 40. 어느 창구에서 체크인을 해야 하는지 스크린을 들여다보았지만 비엔나행 20 45 우리의 비행기는 없었다. "어라, 이게 어떻게 된거지, 이상하네. 유로윙스는 어디서 타야 하냐?" "T2, 여기서 멀어. 1층에 내려가면 셔틀버스 타고 있어" 안내 데스크 직원의 듣고 싶지 않았던 대답. T2? 지하철에서 지나쳤던 T2, 지하철로 한참 가던데. T1 국제선 T2 국내선 아닌가?, 미치겠구만. 부리나케 셔틀 버스를 타는 곳으로 뛰어갔지만 이미 우리 같은 사람들로 붐볐다. 게다가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를 않는 셔틀 버스. 그제서야 구글에 바르셀로나 공항 유로윙스라고 검색하니 우리가 가야 곳은 T2B 였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정말 되는 없구나. 버스가 온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있나. 안되겠는지 택시를 타러 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7 20분이 넘어가면서 우리의 초조함은 점점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안되겠어, 우리도 택시를 타야 같아,라고 말하려는 순간 셔틀 버스가 왔다. 캐리어 3개에 아이까지 데리고 틈바구니를 비집고 버스에 오르는 성공. 인간 승리라는 표현은 이럴 쓰는 것일까.  


같은 좌석을 배정해놓고 "어린이"라고 써주기까지


이후 체크인을 하고 짐을 맡기고 검색대 통과까지는 일사천리. 다해서 20분도 걸린 같다. 스페인 브랜드 면세점도 둘러보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남은 츄로스도 먹어 치우고. 누기 전과 누고 뒤의 처절한 차이를 언제 체험할까. 비행기를 타야 게이트 벤치에 앉아 이제는 느긋하게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데 불현듯 깨달았다. , 빌어먹을 자식에게 털렸구나. 소매치기는 내가 아끼는 고가의 다스 베이더 보조 배터리를 가져갔다. 크로스백에 손을 넣은 같다. 첫번째 시도는 실패, 지갑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냥 . 두번째 시도에서 일단 잡히는 것을 가져간 것으로 추정. 슬림하고 타이트한 청바지를 입었기에 주머니를 털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지갑과 아이폰을 바지 앞주머니에 넣고 다녔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가져간 자물쇠로 크로스백을 미처 채우지 못한 순간의 방심은 결국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쓰라린 추억이 되고 말았다. 5 카메라를 털린 뒤쫓아가서 몸을 뒤지며 실갱이 끝에 찾았던 경험에도 불구하고 다시 당하다니 그땐 찾기라도 했지. 비행기 좌석도 문제였다. 확인을 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션과 나의 좌석 번호가 같았던 . 날처럼 하나라도 깔끔하게 진행되지 않은 마지막 하루. 우리는 그렇게 비엔나로 향했다. 굿바이, 바르셀로나. 굿바이, 아임 유어 배터리.  


안녕, I'm Your Battery...    

 바르셀로나를 외치는 그리운 목소리, 언제 들어도 멋진 프레디 머큐리의 노래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bopboy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