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라는 도시를 선택하게 자연사 박물관이었지만 이곳에서는 3시간을 머물렀을 뿐이다. 일단 션의 목표는 달성. 다음은 당연히 위대한 작곡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봐야지. 비엔나는 음악의 도시라구. 쉔부른 궁전, 벨베데레 궁전 같은 왕이 살던 집들과 션이 좋아할 프라터(놀이공원) 마다하고 우리가 찾아다닌 곳은 음악의 집들이었다. 음악의 (Haus Der Musik) 향해 고고. 헬덴 광장 패스, 왕궁 정원 패스. 괴테 동상은 지나칠 없지. , 괴테 옆에 서봐. 괴테가 여기서 살았나 . 션에게 괴테의 기운이 함께 하기를 잠깐 기원한 걷다보니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 여기서 오페라 공연을 보라고 하던데. 하지만 8월에는 휴가철이라 오페라 공연은 없었고 대신 음악회를 하고 있었다. 오페라 공연도 그런가, 비엔나 시내 곳곳에서 음악회 청중을 모으고 표를 파는 사람들을 쉽게 있다. 여기서도 이렇게 홍보를 하고 호객 행위를 하는구나. 하긴 저절로 되는 어디 있겠어.


점심 시간, 오늘도 그림을 그리는


1 30분이 넘었네,  점심 먹자. 저기 괜찮아 보이는데. 우리 여행와서 처음으로 테이블에 앉아보는거야, 식당 테이블에 앉아 서빙을 받아보는 것이 처음이라구, 그런가. 바르셀로나에서는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괜히 다시 울컥해지자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고기 야채 요리에 맥주, 션은 감자튀김과 샌드위치, 아내는 카푸치노 한잔. 여기도 맥주가 맛있네. 그렇게 걸었는데도 션은 여전히 기운이 넘치나, 다시 그림을 그리겠다며 종이를 달라고 하더니 냅킨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커서 뭐가 되도 되겠어, 버튼처럼 되는 아니야? 하하하.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의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음악의 집으로 갔다. 2 40분에 도착한 음악의 (Haus Der Musik) 입구에는 피아노 계단이 있었다. 소리가 난다. 역시 션은 신났다. 여기 생각보다 재미있네, 하는 순간 재미는 시작과 동시에 끝났다. 비엔나필 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던 지휘자들과 유명 작곡가들의 방을 지나 이런저런 사운드 실험과 체험을 하게된다. 1시간 소요. 기념품 샵까지.


생각보다는 그냥 그런  음악의 집과 모차르트의


기대가 크면 실망도 , 기대를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음악의 집을 떠나 이번에는 모차르트의 (Mozarthaus Vienna)으로 향했다. 모차르트의 집은 다르려나. 이곳에 가려면 서울 명동 거리와 비슷한 케른트너 거리(Kärntner Straße) 지나야 한다. 명동에 익숙하고 낯설지 않았다. 여기 건물들이 좀더 오래되고 우아하게 보일 . 구름에 해가 가려지면 바로 선선해지는 날씨 때문인지 약간 춥다는 션을 위해 H&M 에서 옷을 샀다. 바지 , 라운드티 2, 셔츠 1벌이 4만원도 안돼.  최근 ZARA, H&M, GAP 같은 스파 브랜드 옷만 입다보니 10만원이 넘어가면 어휴 비싸다는 말이 저로 나온다. 예전에는 비싼 옷들을 어떻게 그렇게 척척 입었지? 정신이 아니었네, 하하하. 션은 싸고 멋진 옷만 입히자구. 케른트너 거리가 끝나는 지점에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양식의 건축물인 슈테판 대성당이 있고 쪽에 모차르트의 집이 있다. 성당에서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있었다고 한다. 외관만 잠깐 구경하고 패스. 모차르트의 집으로 고고.  


한번 들어가 그랬나 싶은 슈테판 대성당 외관


모차르트의 집은 사진 촬영이 제한되는 곳이었다. 이런 곳을 오면 당황하게 된다. 사진을 찍으면 해야 하지? 음악을 열심히 들으라는건가. 한국어가 지원되는 오디오 가이드를 손에 들고 장난감인냥 계속 번호를 눌러대며 무슨 말인지 모를 설명을 열심히 듣는 션의 모습 컷을 남기지 못했다. 션의 모습이야 그냥 찍으면 되는 것을. 하긴 쉴새 없이 뛰어다니며 까부는 녀석을 붙잡고 자세를 잡게 다음 사진 찍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지. 그러고보니 화가의 작품은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면 되는데 작곡가의 작품은 어디에 전시를 한단 말인가. 우리가 곳은 작품들이 만들어진 집이었을 뿐인데. 혹시나 남아 있을지 모르는 그들의 숨결을 한번 느껴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곳들을 찾아 다닌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고전주의 시대의 상징 비엔나이긴 하지만 정작 고전주의를 완성한 것은 베토벤이다. 허나 비엔나는 베토벤의 도시는 아니었다. 그래, 음악은 집에서 좋은 하이파이에 훌륭한 녹음을 걸어놓고 들을 때가 최고지. 그보다 짜릿한 순간이 어디 있겠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40분이 지나고 5 10분이 되었다.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발매된 DG111 시리즈, 괜찮다.


모차르트의 집을 나와 슈테판 성당을 한번 보면서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는 케른트너 거리 주변을 좀더 걸었다. 카페에 들어가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멜랑주(비엔나 스타일의 커피 종류) 할까. 점심을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을 먹기도 애매한 시간이네. 하지만 우리는 하기에는 너무 피곤한 상태였다. 박물관에서도 걷고 음악의 집에서도 걷고, 실내에서도 계속 걸어다닌 것이기 때문에 실은 오늘 하루종일 걸은 셈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호텔에 가서 쉬자. 피곤하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거리. 이번에는 그라벤 거리를 따라 가보자. 그래도 여기는 다니면서 제법 많으니까. 정원에 쉬면서 먹을 생각으로 모퉁이 핫도그를 파는 작은 가게에서 핫도그와 감자튀김을 포장한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흑사병이 끝난 것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동상이지만 멋지다 


괴테 동상에서 괴테의 기운을 받고자 다시 한번 사진을 찍고 정원에 들어가 벤치에 앉아 핫도그와 감자튀김을 먹으며 깔깔거리고 옆에 있는 모차르트 동상에서 사진도 찍고. 바르셀로나를 가우디가 먹여 살린다면 비엔나는 모차르트가 먹여 살리는거네. 서울은 누가 먹여살리나? 강릉에는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요즘은 커피), 통영에는 이순신, 서울은? 서울시도 고민을 한번 해볼만한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을 지나 자연사 박물관을 지나자 호텔이 보였다. 저녁은 먹나, 여기 초밥집이 하나 있는데 포장해가자. 하하 간만에 쌀밥을 먹어보겠네. 김밥을 포장하고 호텔에 도착하니 6 40. 8 21 일정은 이렇게 끝났다. 이날 이후는 사진으로 남긴 기록이 없어 뭐했는지 모르겠다. 김밥 먹고 맥주 한잔 마시고 쓰러져 잤겠지.


왕궁 정원 안에 있는 모차르트 동상


한때는 중세를 암흑의 시대 Dark Ages 라고 했다. 하지만 진정한 암흑의 시대는 당시 기록이 없는 시대. 기록을 남기지 않았거나 사라졌거나. 5 바르셀로나 출장 주머니를 소매치기를 쫓아가 멱살까지 잡으면서 카메라를 되찾은 용기는 바로 기록 분실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카메라에 꽂혀진 SD카드에는 션이 태어나서 3살이 되기까지 커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으니까. 아찔했고 눈물이 했다. 기록이 없으면 암흑의 시대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잊혀진 시대는 어쩔 없이 왜곡되고 만다. 기록이 없으면 그렇게 되는거다. 그래서 일기를 쓰라고 하는 거잖아. , 일기를 쓰는 이유는 너의 하루하루가 소중하기 때문이며 그렇게 기록된 정직한 과거가 너의 밝은 미래를 만드는거야. 또한 내가 여행 일정 그토록 촘촘히 사진을 찍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사진 촬영을 제한하는 곳에서는 얼마나 속이 타겠어. 


Mac OS 이미지뷰어 속성보기의 Exif 정보


디카로 찍은 사진 파일에는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이미지 데이터 카메라 제조사와 모델, 사용 렌즈 모델, 사진 촬영 날짜와 시간, 셔터 스피드, 초점 거리, 조리개 개방 수치, ISO 감도, GPS 내장이라면 경도와 위도 등의 위치 정보까지. EXIF라고 부르는 정보는 이미지 뷰어나 파일 탐색기에서도 확인 가능하며 사진을 좀더 찍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정보다. 하지만 셔터 스피드가 얼마고 조리개값이 얼마인지 따져가면서 사진 찍기를 수학 공식보다 어려워하며 자동모드면 오케이인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의미없는 정보일 . 한가지 정보만 빼고.


다름아닌 촬영 시간. 촬영 시간은 당연히 사진을 찍은 날짜와 시간을 말한다. 시간 곳에서 뭔가를 했어. 사진을 찍은 시간은 단편적인 체험의 순간들을 연결시켜 하나의 여행으로 완성시키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숫자가 적힌 점을 이으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것처럼. 조선시대 왕을 쫓아다니던 사관처럼 카메라는 여행을 나를 쫓아다니며 여정을 기록하는 개인 비서인 셈이다. 물론 휴대폰이 가장 우수하겠지만 휴대폰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하나 있다. 배터리 수명. 특히 사진 찍을 . 


이렇게 그려보면 그날의 여정이 한방에 정리된다


찾고 맛집 찾고 정보 찾고 하루종일 바쁜 휴대폰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이번 여행은 모처럼 카메라를 동반했다. 지난 년간 아이폰에 불만은 없었다. 다스베이더 보조배터리 하나면 든든했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문득, 아이폰 사진에서 까무잡잡한 노이즈가 보이기 시작했다. ISO 감도를 자동 조정하면서 생기는 노이즈란다. 그래서 조명이 약한 곳에서는 사진이 탁하구나. 욕심이 생겼다. 이번 여행은 좀더 깨끗한 사진을 남기자. 지난 여행과는 달리 풍경을 많이 찍을텐데.


그렇게 여행 한달 사진 까막눈 주제에 과감하게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입했다. 2011년에 출시된 루믹스 GX1 이라는 기종과 14-42 전동 줌렌즈와 20.7mm 단초점렌즈. , 노이즈가 확실히 적네. 아웃포커싱도 좋아. 그런데 찍기가 어려워. 단렌즈를 사용하면 배경을 날리고 션의 표정을 살리겠는데 풍경은 아니네, 줌렌즈는 반대고. 뺐다 꼈다를 하다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비싼 렌즈 하나면 된다는데 수십만원을 넘는 가격은 아무래도... 그러면서 결국 렌즈 캡은 분실. 게다가 사진이 필요한 순간은 자꾸 놓치고. 시행착오야, 다음 기회에는 하겠지.


구닥다리 아이패드로 그린 카메라.


아이패드 프로 하나 살까 오늘은 나에게 좋은 사진이란 찍은 사진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사진이라는 것을 절실히 경험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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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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