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방문한 도시들 중에서 어느 도시가 가장 재미있었나요? 
  • 공주 : 모든 도시가 저마다 특징... 하나를 고르기는 어렵... (정해진 답변을 무시하고) 로마요, 로마에서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할거예요. 

유럽 순방 공식 석상에서 국가의 지도자로서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특정 도시를 언급하는) 발언 공주는 떠나고 쓸쓸히 기자회견장을 나오는 브래들리 기자. 오드리 헵번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기고 숏컷 헵번 스타일을 만들어낸 1953 영화 <로마의 휴일> 마지막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 장면에서 기자회견장으로 사용된 곳은 콜론나 궁전(Palazzo Colonna). 트레비 분수에서 남쪽으로 350미터 걸어가면 나온다. 브래들리 기자의 쓸쓸함이 궁전의 화려함과 대비를 이루면서 여운을 남겨 기억에 남는 장소. 가보고 싶었지만 우리에게 그런 사치는 허락되지 않았다.  


<로마의 휴일> 엔딩 장면, 60년이 지나도 여전히 매력적인 영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을 나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정거장을 다음 스파냐(Spagna)역에서 내렸다. 곳에는 스페인 광장과 유명한 스페인 계단이 있다. 스페인 광장이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옆에 바티칸 주재 스페인 대사관이 있기 때문. 바티칸도 국가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와 외교 관계를 맺고 대사관을 두고 있는데 나라가 좁으니 대사관들이 로마 시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그래서 스페인 대사관 앞에는 크고 높고 멋진 성모 마리아 동상이 있다. 그리고 분수의 도시답게 망가져서 물이 새는 모양의 바르카치아 분수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 


스페인 대사관 앞 성모 마리아 동상바르카치아 분수


스페인 계단은 공주가 국가의 지도자로서의 엄격한 규칙과 답답한 삶을 벗어나 브래들리와의 24시간을 보내면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던 하나로 젤라또 아이스크림과 함께 영화 때문에 유명해진 곳이다. 물론 우리는 그런 이유로 여기 것은 아니다. 뜨거운 날씨에도 하루종일 엄마 아빠를 따라다닌 이유인 디즈니 스토어가 근처에 있다. 엄마랑 계단에 앉아 . 빨리 디즈니 스토어 가고 싶지만 엄마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앉아주지, 라는 승리의 브이를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 일그러짐과 예쁨이 공존하는 션의 표정이 묘하다. (10 기록과 사진을 보며 날의 기억을 떠올려 보기를 바라며) 


엄마를 위해서라면 


땡볕에 8분을 걸어 디즈니 스토어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2 55. 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규모가 크지 않았고 스타워즈도 없었다. 약간의 실망. 하지만 션은 포기를 모른다. 하나라도 건지겠다며 가게 장난감들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고른 것이 캐리비언의 해적 5 장난감. 캐리비언의 해적이 뭔지도 모르잖아. , 이거 대포가 발사되는거야, 상어도 있어. , 이건 영화 다음에 사면 어떨까. 대안을 찾아야 했다. 잠시 아내가 션을 불렀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찾아 . <가오갤2> 션의 희망 목록 2순위였다. , 대박이다, 어떻게 찾았어. 션은 손에 들고 있던 해적을 버리고 가디언즈들을 받아 들었다. 하하, 오늘 신나는 날인데.  


가오갤2 장난감 발견가오갤2 연출 중인 션


시간이 애매하네, 3 20분이면 점심 먹기에는 너무 늦었지. 순간. 아빠, 감자튀김 먹고 싶어. 에휴, 놈의 감자튀김 타령. 그러면 일단 쉬다가 이른 저녁을 먹자. 다시 스페인 광장으로 돌아가 아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하지만 해외에서 맥도날드만큼 편한 곳이 있을까. 감자튀김이 포함된 햄버거 세트와 카푸치노 잔을 주문. 맥도날드는 2, 맥카페는 1. 커피는 1층에서 따로 받아와야 한다. 션은 감자튀김을 먹으며 자신만의 <가오갤2> 연출했다. 저렇게 혼자 노는 보면 신기해.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맥도날드 안에도 소매치기들은 있었다. 우리 편에 소매치기 놈이 앉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션을 두고 잠깐 화장실을 왔다갔다한 순간에 털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놈도 방심한 것이겠지. 타겟은 옆에 놓은 가방들. 잠시라도 방심하면 털린다. 귀중품이 없지만 여권이 들어있으니. 그러던 어느 순간 놈이 좌석에서 우리 좌석 너머로 손을 넣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쓰윽 손을 빼고는 아무 없다는 일어나 걸어 나가는 놈을 한참 쳐다봤다. , 어이가 없네. 와중에도 션은 가오갤 놀이에 열중. 의자에 앉아서 남은 커피를 마시며 한동안 아무 생각없이 션을 바라보았다.  


맥주가 가장 맛있었어


다시 뜨거운 광장으로 나가야 했다, 저녁을 먹으려면. 그리고 있을만큼 있다가 맥도날드에서 나온 시간이 4 40. 이탈리아에서의 첫번째 식사는 파스타와 피자여야 하지 않겠어. 맥도날드에서 쉬면서 찾아놓은 스페인 광장 근처 안티카 에노티카라는 식당으로 가서 가지의 파스타와 피자 , 그리고 맥주 잔을 주문. 1시간의 식사. 20 전이라면 로마까지 와서 먹는 이런 음식들이 맛있었겠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맛있는 파스타집들이 많다. 맥주가 가장 맛있었어,라고 쓰는 것이 적절하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맥주만큼이나 짜릿한 시원함에 점령당한 미각이 파스타와 피자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는 없을테니까. 정도에 50유로, 싸다고 수는 없다.  


구스토 식당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원주


식사를 마친 후에는 인근에 있는 구스토 엠포리오라는 주방용품 가게를 찾아 500미터 정도를 서쪽으로 걸어갔다. 인기있다는 뷔페식 식당, 구스토 바로 옆에 있는 가게는 생각보다는 작았고 15 정도를 구경. 오후 6시에도 햇살은 따가웠다. 호텔로 돌아갈 시간. 스페인 광장에서부터 판테온까지의 거리는 1km 정도로 바르베리니역에서 판테온까지 걸어가는 거리와 비슷하다. , 오늘 하루 많이 걸어다녀서 힘든 알지만 조금만 걷자, 이제 호텔로 갈거야. 얇은 다리로 군말없이 하루종일 아빠 엄마를 따라다닌 션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천천히 걸었다. 콜론나 광장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원주를 지나 6 40분이 다되어서야 판테온에 도착. 하루종일 걸으면서 뜨고 베이고 위대한 걸작과 맥주 잔으로 상처를 씻어내린 , 이런 날은 한동안 기억에 남게 마련이다.  


방문 여는 션호텔 입구 여는 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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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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