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7 일요일, 열한번째 .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몸과는 달리 이제 그만 하자며 냉정해지던 마음. 그러던 마음은 호기심 유발자 베니스의 물길과 매력적인 아파트를 만난 다시 열정을 되찾았다. 이런 것이 집의 힘인가. 하지만 넘치는 매력에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 밖으로 나가기가 싫어졌다. 아침 8 전에 일어났음에도 서둘러 나가 바깥 세상을 구경하기보다는 집안에서 느긋하게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쉬다 나갈래, 일찍 나가면 하겠어, 바다 구경이나 하겠지. 거실 창문만 열어도 도로가 바다잖아. 갈매기도 날아다니고.  


매일 아침 밖을 보게 된다 


션은 어제 기차에서 쓰다만 그림일기를 이어서 쓰고 그렸다. 션의 그림을 보면서 고민에 잠긴다. 아이의 그림생활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피카소의 말처럼 화가이던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 화가로 남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나는 힌트 하나를 최근 배우기 시작한 일러스트 드로잉 수업에서 얻을 있었다. 여행 기록 작업이 끝나면 같은 이야기를 일러스트 버전으로 만들 계획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인데 정리하면 이렇다. 아이는 , 생각한 , 상상한 것을 선입견 없이 맘에 들게 표현하지만 어른은 자신이 아는 지식과 정보를 이용해 그리고 학습된 습관에 따라 남의 인정을 받도록 재현을 하려고 한다는 .  


재현은 원본이 존재하고 비교 평가를 당하기 때문에 부담이 생길 밖에 없지만 표현은 유일한 평가자인 맘에 때까지 자유롭게 그리면 되니 재미있는 그리기가 가능하다. 이것이 일러스트가 가진 표현의 매력이겠지. 그런데 표현의 재미를 만끽하려면 먼저 부담이라는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100% 공감.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나의 그리기를 가로막았던 것은 그려야 한다는 부담이었던 것일까. 션도 마찬가지겠지. , 진짜 멋지다. 이걸 이렇게 표현하다니, 너무 재미있어. 창의력과 상상력도 끊임없이 나를 표현하는 연습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열매일텐데 부담스러운 그림 그리기에서 무슨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대하겠어.  


아침부터 그림일기 


시간의 그림일기 쓰기 후에도 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뒹굴뒹굴. 어제 승부를 내지 못한 라이트닝 맥퀸과 잭슨 스톰의 경주를 다시 시작하더니 어제 복숭아와 바나나를 먹으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탈리아어로 방송되는 어린이 채널을 보며 깔깔깔. 우리 이제 슬슬 나가야 하는 아닌가, 이러다 정말 하루종일 안에서만 시간 보내겠다. 아파트를 나선 시간은 결국 10 50.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침 식사는 고작 딸기잼에 조각이 전부. 일단 먹자, 피자건 빵이건, 어제보니 골목골목 먹거리 가게들도 많던데. 근처를 배회하면서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가게들을 찾았다. 어제 피자 가게는 아직 열었고, 설탕 도너츠는 션이 먹을 같고, 그러다 발견한 빵집. 가게에서 만드는 샌드위치와 피자 그리고 카푸치노를 포장해 나와 광장 동상에 쭈그리고 앉아 먹었다. , 여기가 우리가 여행와서 지금까지 사먹었던 음식 중에서는 제일 맛있는데. 카푸치노도 맛있고. , 샌드위치 진짜 맛있지. . 그럼, 제발 먹어.  


피자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빵집 손님들 


벌써 11 30분이야, 지금 출발해서 언제 보고 오지. 오늘 가기로 했던 곳은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 , 예쁜 집들이 많아 사진 찍기 좋다는 부라노 ,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현지 사람들은 해수욕하러 가지만 외국 사람들에게는 베니스 영화제로 알려진 길쭉한 리도 섬까지. 리도 섬은 다른 섬들과 함께 지중해를 가로 막고 있으며 개의 운하로 바닷길이 열려 있다. 그래서 리도섬 그러니까 쪽에는 베네치아 석호(Venezian Lagoon)라는 완전히 바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호수라고 하기도 애매한 바다가 형성되었고 안에 100개가 넘는 섬이 있으며 중에 무라노 섬과 부라노 섬이 있다.  


리도 섬을 경계로 위와 아래의 바다 색깔이 많이 다르다 


또한 리도섬과 본섬 사이에는 아내의 출장지이기도 아주 아주 작은 섬인 세르볼로라는 섬이 있다. 원래 섬인지 바다 위에 만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전체가 하나의 캠퍼스이며 이런저런 학회나 워크숍 등이 많이 열린다. 그런데 학회나 교육을 위해 이곳에 출장을 온다는 것은 섬에 갇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의 일정대로라면 아내는 어두워지기 전에 우리와 작별 인사를 하고 섬에 들어가 등록을 마치고 숙소 체크인을 하고 내일 아침부터 하루종일 그리고 1주일 동안 교육을 받아야 했다. 션과 둘이 남은 일정 마치고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갈 있을까. 걱정 인형, 아내의 깊어지는 고민. 고민 고민 하던 아내는 드디어 결론을 내렸다.  


부라노 섬은 공항보다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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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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