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짧고 기록은 길다 


start & stop, 한번의 녹화로 만든 개의 영상, 이것이 (shot)이다. 멀리서 찍고, 가까이서 찍고, 클로즈업해서 찍고, 롱테이크로 찍고. 이렇게 찍은 여러 개의 숏들을 이어 붙이면 (scene). 신은 보통 하나의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는 숏들의 모음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 신을 모아 하나의 사건, 하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이어 붙이면 그것이 바로 시퀀스(sequence). 마지막으로 시퀀스, 시퀀스를 연결하면 비로소 내러티브를 가지는 영화(cinema) 완성된다. < < 시퀀스 < 시네마


CINEMA > SEQUENCE > SCENE > SHOT


그런데 숏보다 작은 단위가 하나 있다. 프레임(frame), 장의 이미지라고 보면 된다. 영화는 1 동안 1/24 간격으로 이미지가 바뀌고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는 잔상(afterimage) 메꿔주는 활동 사진이다. 10초짜리 영상은 240 프레임, 240 사진을 1/24 간격으로 재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240 이미지가 찍어서 생긴 것이 아닌 하나하나 만든 것이라면 영상은 애니메이션.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차이는 프레임의 생성 방법에 있다고 보면 된다.


애니메이션 10초를 만들려면  240장의 이미지가 필요하다 


10 전인 2007 여름, 아내와 여행을 갔었다. 일본 동경. 션은 태어나기 .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음에도 망각의 골짜기에 버려지지 않은 기억들은 존재한다. 찌는 듯한 무더위를 견디지 못해 수박바를 계속 사먹었던 기억, 오다이바의 무지 넓은 아파트에서 지내며 요금을 미리 지불하고 전기를 사용하는 시스템 때문에 냉장고와 에어콘을 켜지 못해 잠을 제대로 못잤던 기억, 우에노 동물원에서 쇼빌과 눈싸움했던 기억, 지브리 스튜디오 마당에서 사마귀와 뛰놀던 기억, 오모테산도 거리를 하염없이 걸었던 기억 , 떠올리다보니 뭔가 하나씩 계속 생각난다.


프레임으로 어떻게 숏과 신이 가능할까 


그런데 문제가 있다. 기억들은 프레임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1/24초의 어떤 순간으로만 남아있어 프레임간 순서도 모르고 앞뒤로 했는지도 길이 없다. 남아 있는 기억들 대부분이 그렇다. 드문드문 살아 남은 프레임 개로 숏을 만들고 신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은 사진이 아닌 동영상으로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결국 여행의 스토리는 사라졌다. 남은 것은 프레임, 장의 사진들 .  


도시 방문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스토리를 남기기 위해서였다. 9,000 넘는 사진들이 드문드문 프레임으로만 남는 잊혀질 여행이 되지 않도록. 그래서 기록은 다른 누군가와 공감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우리 가족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가급적 시간순으로 작성한 매우 사적인 연대기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경험한 기쁨, 슬픔, 분노, 놀라움 그리고 행복의 순간도 담겨져 있어 10년이 지나 기억이 사라지더라도 우리는 기록을 보며 다시 웃으며 여행을 그릴 있을 것이다. 


아빠의 선물 


2017 11 21 화요일 아침, 기록의 에필로그를 쓰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작된 70여일의 파업을 중단하고 매일 아침 출근하고 매일 저녁 퇴근하는 일상을 다시 시작한지 7일째. 파업이 아니었다면 기록은 쓰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매일 아침 집회 카페에서 시간, 태권도장 보낸 집에서 시간, 저녁 학원 가는 지하철에서 30, 밀린 일기 쓰는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는 느낌으로, 아이폰을 부여잡고 메모장을 채웠다. 이유는 하나. 기억은 짧고 기록은 기니까.


기억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혹 급감한다


바르셀로나 3 4, 비엔나 3 4, 로마 3 4, 베니스 3 4. 13 동안 도시를 방문하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시간 순으로 작성한 개인적인 기록은 10년이 지나면 의미를 가지게 것이다. 기억들이 사라져 언젠가유럽여행을 갔었지라는 하나의 기억만 남게 되는 순간 기록의 의미는 최고점에 이르겠지. 기록을 션이 읽으면서 "10 여행인데도 마치 오늘 같아"라며 다시 생생하게 경험할 있도록, 그리고 최선을 다해 엄마 아빠를 쫓아 다녔던 때처럼 혼자 넓은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록을 만들었다. , 당일 사진은 당일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겨놓는 습관을 들여, 아빠처럼 고생하지 말고.


바로바로 사진 정리만 잘해도 편하다.


세상과의 공감


지난 11 19 일요일에는 강화도에 있는 소리체험박물관을 다녀왔다. 기대없이 갔다가 다양한 소리의 소소한 재미를 알게 되는 . 유독 나의 관심을 것은 공명에 관한 실험 장치들. 왼쪽의 소리굽쇠를 때리면 진동이 발생하고 진동은 나무통에 전달되어 울림으로 증폭된다. 그러면 옆에 있던 똑같이 생긴 나무통도 덩달아 울리기 시작하고 왼쪽 소리굽쇠의 진동과 동일한 주파수의 진동이 오른쪽 소리굽쇠에서도 발생한다. 오른쪽 장치는 집에서 해볼 있는 실험인데 외쪽 줄을 당겼다가 놓으면 잠시 다른 줄은 가만히 있는데 같은 길이인 네번째 줄만 덩달아 흔들리는 것을 있다. 그런데 줄에 매달린 것이 추가 아니고, 나무통 위에 놓여진 것이 소리굽쇠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공명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들


네가 흔드니까 나도 흔들린다, "함께 흔들림" 공감이라 한다면 공감은 같은 진동수, 그러니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하고만 가능하다. "같은 생각" 공감이 가능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 가족 일기에 가까운 여행 기록을 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것은 당연히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우리와 공감할 누군가 때문이다. 다만 기록이 누군가를 웃게 하거나 좋은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나의 재주가 아쉽다. 공감도 그저 원하기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니. 하지만 my world the world 교집합, 어디엔가 존재할, 공감의 영역이 좁아지는 것을 방치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 도시 방문기> 다양한 연습을 해볼 생각이다. 요약과 편집, 드로잉과 다양한 활용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과 포맷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나와 세상의 교집합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관성의 법칙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좋다는 여행이라는 외부 자극으로 우리 가족은 정말 변화했을까. 그렇다고 믿는다. 변화라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나는 순간 주어지는 끊임없이 달성해야 하는 사명.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여행을 다녀야 한다. 그리고 때마다 기록을 남겨야 한다. 그래야 기록이 망각의 골짜기로 사라져버린 여행의 기억을 다시 부활시킬테니까.  


The End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bopboy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