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의 첫번째 음반 <Please Please Me> 는 1963년 03월에 나왔고, 마지막 음반 <Let it Be> 가 1970년 5월에 나왔으니까, 그 중간 즈음인 1965년에 + 20년인 1985년를 전후로 세대를 나눈다고 할 때, 한국에서 1985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게 있어서 비틀즈는 들어는 봤지만 그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를 그런 밴드일 확률이 매우 높다.

매체를 통해 접할 기회를 거의 박탈당했다고도 볼 수 있는 이들은 오빠나 누나들이 들려주거나 하지 않으면 비틀즈의 음악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사실 없다고 봐도 된다. 베스트라고 해서 가끔씩 컴필레이션도 나오고 홍보도 하지만, 알다시피 여기에 담겨진 음악들을 비틀즈의 진짜 정수라고 이야기하는 비틀즈 팬들은 거의 없다.

그것들은 비틀즈의 음악들이 내포하고 있는 실험성 + 대중성에서 실험성이 거의 제거된 음반들, 그러니까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 회사의 상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틀즈의 곡 저작권에 관한 이야기를 관심있게 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을 많이 발견하게 될거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사람이 챙긴다는...

나는 가까운 이들에게 선물로 비틀즈 컴필을 만들어서 주곤 하는데, 그것은 보통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1967.6>, <White 1968.11>, 그리고 <Abbey Road 1969.9> 를 권하고, 그리고 옵션으로 <Rubber Soul 1965.12>, <Revolver 1966.8>, 그리고 OST 이기도 한 <Magical Mystery Tour 1967.11> 를 권하는 차원에서다. 그리고 이 음반들을  싱글의 모음으로 듣기보다는 음반을 사서 앨범 전체를 통으로 하나처럼 들으라고 권하기도 한다.

참고로 비틀즈의 정규앨범은 영국발매 기준으로 <Magical...> 까지 포함하면 총 13 장이다. 그러나 정규앨범에 없지만 컴필에 수록되어 있는 곡들도 많고, 미국반과 영국반이 조금씩 달라 종류로만 치면 가지수가 정말 많다.



영화 <Across the Universe> 에는 비틀즈의 30 여곡이 등장한다. 아주 짤막하게 일부가 사용된 것을 빼고 제대로 연주되었다고 할수 있는 곡만 치면 32 곡이 등장하고, 이 32 곡중에서 20 곡은 <Sgt...>, <White>, <Abbey Road>, <Magical...>, 이렇게 4 음반에서 나왔다. (OST 디럭스판에는 31곡이 등장 순서대로 들어있고, 영화에 등장하는 기타연주 한곡은 이 음반에는 들어 있지 않다. 그리고 이 32 곡과 비틀즈의 컴필앨범 <One> 에 담긴 넘버원 히트곡 중 겹치는 곡은 단 6 곡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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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연출은 미국의 여성 감독인 줄리 테이머가 했다. 그녀의 이전 작품은, 농민과 민중이 눈 뜨고, 지식인들이 투쟁하던 격변기의 멕시코를 살았던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20세기 여성의 우상이라고까지 하는 프리다 칼로와 그녀의 예술적 동반자요 연인이었던 디에고 리베라와의 사연 많은 삶을 보여 준 2002년 영화 <프리다> 이다. 그러니까 5년 만에 발표한 영화가 <Across the Universe> 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어찌 보면 비틀즈 트리뷰트같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미국을 변화시켰던 그 시대의 젊음에 대한 트리뷰트이기도 하다.

배경은 미국으로서는 가장 충격적인 사건일 베트남전이 벌어지던 60년대 말의 미국. 이 시기는 미국의 기성세대 전체를 당황하게 만든 미국 젊은이들의 혼란, 방황, 좌절 그리고 집단적 반항의 히피 문화와 반전의 예술과 시위라는 격변의 현장이었으며, 영화계로 보면 <죠스> 와 <스타워즈> 에 밟히기 전까지 작가주의와 B급영화가 만나 그 시너지가 폭발하던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시대이기도 하고, 대중음악계로 보면 밥 딜런과 지미 헨드릭스, 그리고 우드스탁으로 대표되는 반전과 혁명의 음악 시대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문화예술로 보면 황금시대다. 가끔 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탐닉했던 히피의 세계가 <판의 미로> 에서 오필리아의 공포에서의 도피처로써의 환상세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자신의 부모 세대들이 만든 미국은 정말 무서운 나라였으니까...

<Across the Universe> 는 그때를 여러 사건의 파노라마와 역시 60년대를 관통했던 비틀즈의 노래와 그 노래의 주인공들이 생명을 얻어 그 현장에 가서 겪게 되는 드라마가 믹스다운된 방식으로 그려낸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마치 비틀즈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격렬했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셈이다. 만약 이 영화를 다큐멘타리 스타일로 만든다면 밥 딜런의 노래들이 사용되어야 했을 지도 모른다. 쥬드, 루씨, 맥스, 조조, Dr. 로버트, Mr. 카이트, 세이디, 프루던스, 다니엘, 몰리, 마사 모두... 비틀즈 노래에 나오는 이름들이다.

그러나 비틀즈의 노래를 잘 모르고, 미국의 60년대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어쩌면 이 영화는 비틀즈 노래를 커버한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로맨스 판타지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FM 등에서 나오지를 않으니 누가 일부러 들려주지 않으면 좀처럼 비틀즈의 노래를 듣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들의 음악과 미국의 역사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비록 리메이크 버전이기는 하지만.


영화는 바닷가에서 "내 이야기 들어 줄 사람 없나요?" 라고 하는 <Girl> 을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쥬드는 자신과 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라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장면들은 격렬한 파도와 겹쳐지면서 비틀즈 노래 중에서 가장 시끄럽다는 <Helter Skelter> 로 오버랩되는데, 이게 이 영화의 오프닝이다. 쥬드는 폴 메카트니를 닮아있다. 폴 메카트니는 존 레논보다 보수적이었고, 영화에서도 쥬드는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아래 내용보기 안에는 영화와 음악을 엮어서 영화의 줄거리를 쫙 써 놓았다. 노래가 그 장면에 왜 나오는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이 부분은 영화를 보고 읽었으면 한다. 이 영화는 내러티브보다는 사운드와 영상의 결합 스펙타클이기도 하므로 이 줄거리가 스포일러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사실 읽는 것만으로는 별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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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곡은 OST 디럭스에 없지만, 영화에는 <A Day in the Life> 이 등장하는데, 조지 마틴의 비틀즈 트리뷰트 앨범 <In My Life> 에 수록된 Jeff Beck 의 연주이고 조조의 연주로 들려진다. <In My Life> 또한 비틀즈 커버 앨범 중에서는 아주 재미있고 강추하는 앨범이다. 정말 장르의 잡탕이다. 여기서는 짐 캐리가 <I am the Walrus> 를 부르는데 난 보노 버전보다 이게 더 흥미롭다. 

일찌기 Barclay James Harvest 는 비틀즈 노래 제목들을 엮어서 <Titles> 라는 노래를 만들기도 했지만, 영화 안에 비틀즈의 곡들이 삽입된 경우는 이전에도 많았다. 그 중에는 아예 비틀즈 음악에 기대어 영화를 만든 것도 있었고, 비틀즈 곡의 또 하나의 멋진 리메이크 모음이면서 사운드트랙이 또한 괜찮은 2001년 영화 <I am Sam> 이 그중 하나다. 다코타 패닝이 분한 소녀의 이름이 Lucy Diamond Dawson 이었다.

나는 여러 위대한 뮤지션들의 리메이크 버전을 매우 즐기는 편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 만큼이나 어렵지만, (이미 원곡의 기준이라는 것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통은 그 기준을 못 넘기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재해석을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 리메이크 작업 자체가 그 원곡을 즐기는 가장 완벽한 경험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고, 또한 우리에게는 그 결과물을 원곡과 함께 들으며 칭찬하고 까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위대한 곡의 리메이크를 보면 그 뮤지션의 진짜 실력과 가치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리메이크는 남들 들으라고 만들기보다는 뮤지션 스스로 즐기는 것이기도 하다.



비틀즈의 음악을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자신의 스타일로 리메이크를 해서 연주해보는 것일거다. 그래서 <I am Sam> 은 아마도 배우보다 OST 에 참여한 뮤지션들이 더 즐거워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Across the Universe> 의 경우는 영화의 내용과 음악이 따로가 아니라, 비틀즈의 노래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화면으로 뿅 하고 나타나 비틀즈의 곡들을 모아 스토리가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다. 그러니까 비틀즈 노래 주인공들이 비틀즈 곡들을 리메이크해서 부르며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라 감독뿐 아니라 배우들 스스로가 즐거웠을 것이라 생각되며, 그래서 이 영화는 무척이나 유쾌하다.

사실 이건 모험에 가까운 시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모든 곡을 다 잘 커버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스펙타클의 영상과 매치를 시켜야 하기 때문으로, 잘 만들면 비틀즈 팬들도 즐겁게 할 기획이지만, 못 만들면 음악과 영화 양쪽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고난이도의 시도이기 때문이다.  보통은 억지로 끼워 맞춘 듯 보이기 십상이다.

이 영화는 일부는 좀 아쉬웠고, 일부는 훌륭했다. 특히 세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I Want You (She's So Heavy)>,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 그리고 <Across the Universe> 와 <Helter Skelter> 가 교차되는 장면이다. 이 장면들은 각각 전쟁광 미국, 도피하고자 하는 히피, 그리고 짓밟히는 혁명의 영상으로 다가왔는데, 뮤지컬 영화가 아니면 이런 장면은 좀처럼 보기 어려울 듯 하다.


2008년 2월 2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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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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