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PBOY's JAZZ BAKERY


마이클 무어 최초의 영화는 <로저와 나 Roger & Me, 1989> 라는 다큐다. '로저'는 Roger Smith, 당시 제네럴 모터스 (GM) 사의 회장을 말하고, '나'는 당연 마이클 무어다. 영화의 주제는 간단하다. '나'는 '로저'에게 묻고 싶은 거다. 왜 오랫동안 플린트시 사람들의 생계의 터전이던 GM 공장문을 닫고 대량 해고를 해서 그 많은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어야 하는지..., 를 묻기 위해 '나'는 영화 내내 '로저'를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영화는, GM 사가 해외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멕시코 등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함에 따라 오랫동안 플린트시 사람들의 직장이던 플린트시 GM 공장문을 닫고 대량 해고를 함에 따라, 먹고 살길 막막해진 지역 주민들을 위해 그리고 플린트시의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서 최종적으로는 완전히 망가진 플린트시를 보여줌으로써, 미봉책이거나 얕은 속임수에 가까운 정부 정책이 참 뻘짓이다, 라고 한 다음, 대기업 최고의 존재 가치는 과연 기업의 이윤추구이고 그래서 이러한 사태가 어쩔 수 없는 것이니 그냥 그러고 살아라, 가 맞는 것인지 아니면 직원의 고용 안정은 보호되어야 하고 그래서 직원의 가난에 기업은 책임을 져야 하는거다, 가 맞는지 생각 좀 해보자, 를 제안하고 있다.

물론 마이클 무어는 그 자신의 다큐 구성 방식의 특징이기도 한 건조한 장면들의 편집 속에서 슬픔, 분노, 유머가 튀어 나오게끔 장면들을 배치한다. 주관적인 개그 장면 같아 보이기도 하면서도 그 안에는 현실의 무거움을 담고 있으며,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한 사실보다는 과장을 선호하기도 한다.

여러 장면에서 마이클 무어는 스스로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한 그 장면들과, 계속해서 로저 스미스도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장면들을 섞어 놓고 서로가 서로를 부각시키도록 하면서. 플린트시 사람들의 가난과 로저 스미스의 부유함을 비교해, 유머 속에 허탈함이 베어 나오도록 표현하기도 한다.

기업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효율성 증대 라는 문제, 만을 생각한다면 비싼 국내 노동력을 포기하고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해외로 나가는 것이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기업, 정확히는 몇몇의 결정권자들이 자신들이 살기 위해 직원들을 과감히 버리는 것인 이러한 상황에 대해 좀더 심도있게 고민 좀 해보자, 하는 영화가 <로저와 나> 이고, 이 영화는 결국 "GM,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를 말하고 있다. 물론 20년 전 이야기지만, 지금은 이게 더하다.

그렇게 효율성 따졌던 지금 GM 어떤가, 지금 허구헌날 들리는 소식이 이번 분기 최대적자 얼마, 부도 위기... 심지어 파산위기설도 들린다. 세상은 그렇게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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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올 DVD 뭐 있나 훑어 보는데, <누가 전기 자동차를 죽였나? Who Killed The Electric Car?, 2006> 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예전에 다큐를 몰아서 구입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이 다큐를 보았었다. 사실 국내 출시 자체가 좀 신기하다.

영화는 마이클 무어의 <로저와 나> 와 마찬가지로 "GM,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를 말하는 다큐로, GM 이 왜 전기 자동차를 죽여야 했는지 그 이유를 추적해 나가고, 알고 보니 무시무시한 공범이 존재했음을 찾아 내고, 그래서 최종적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영화는 어떤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애도의 대상은 제네럴 모터스사의 전기 자동차 EV-1. GM 이 어마어마한 개발 비용을 쏟아 부어 탄생시키고 임대방식으로 도로를 질주하던 EV-1 일천여대의 사망 추도식이다.

공기를 더럽히는 배출가스도 없고, 휘발유 없이도 쌩쌩 달리는 GM 의 차세대 기대주로 1996년에 태어났지만 그러나 GM 사 스스로의 갑작스러운 전량 리콜과 폐기처분의 운명를 맞아 10년을 채 살지도 못하고 자동차 역사 속으로 EV-1 은 사라져 버린다.

영화는 그 이유를 추적해 나간다. 언젠가는 고갈되어 버릴 석유와 더이상 더럽히면 못 살 것 같은 대기오염 걱정에 어렵사리 등장한, 몇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미래 지향의 가치를 지녔고 꽤 고효율에 성능 좋은 EV-1. GM 사는 갑자기 그 EV-1 을 포기하고는 기름귀신 Hummer 를 인수하고, 존 터먼 교수의 <미국이 세계를 망치는 100가지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한 기름왕짱 SUV 를 장려한다. 왜 그랬을까?

'이건 다 자작극이야', 라며 911 의 숨겨진 진실에 대해 동영상으로 요목조목 증거를 제시하는 <루스 체인지 Loose Change> 를 둘러싼 음모론 논란처럼, 전기 자동차의 죽음을 정유 회사와 정부, 그리고 자동차 회사들의 야합으로 몰고 가는 이 다큐에서도 음모론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일단 보기에는 그다지 음모론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1920년 속도에서 승리해 전기 자동차를 따돌린 내연기관 자동차였지만, 그후 자동차의 대량 생산, 가솔린의 폭발적 수요 증가, 전쟁도 불사한 원유 확보 경쟁, 그 많은 자동차들이 뿜어대는 배기가스, 자연을 파괴하는 각종 도로 등의 문제가 누적되자, 그 대안으로 전기 자동차는 다시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로저와 나> 의 그 로저 스미스 회장의 GM 은 EV-1 을 탄생시킨 것이었지만, 바로 전기 충전소 설치가 어렵고, 수요가 적고, 수익성도 나쁘다는 이유로 EV-1 에 사망진단서를 내리게 되고, 비싼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Hybrid Car 를 칭송하면서, 그것이 가솔린의 대안이다, 라고 하기 시작한다.

영화 중에는 <총알탄 사나이 2 The Naked Gun 2 1/2: The Fear of Smell) 의 한 장면이 잠깐 등장하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태양열과 전기로 가는 자동차가 등장했다. 하지만 걱정없어. 아무도 이런 자동차가 나왔다는 사실을 모를 테니까."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 거다. 아마도 이건 굉장히 맞는 말일거다.

망하고 있는데도 잘 되고 있어, 하는 말들... 그래서 망하고 나서는 어디론가 날라 버리는 이들... 의외로 대단히 많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과는 별개로 마케팅이 돌리는 세상에서 사는 우리들, 현실과 진실과의 괴리... 특히 요즘의 우리나라가 그렇다. 진실과 따로 놀게 될 현실... 망하고 있는 진실, 그러나 잘되고 있다는 현실... 이제부터 어금니에 힘 꽉 주고 끝날때까지 정신 놓지 말고 바짝 차려야 할거다.

영화는 최종적으로 전기 자동차를 죽인 것으로 추측되는 용의자들을 찾아내 공개 수배하고, 용의자로 묶여 있던 일부를 무죄로 결론 짓는다.

한정된 거리 주행의 실용적 개념을 무시한 소비자는 유죄, 석유 회사에게 팔려서는 사정없이 짓밟혀 버린 축전지 기술은 무죄, 그리고 석유 회사들은 유죄, 오로지 수익성에 매달린 채 미래를 저버린 자동차 회사들도 유죄,

SUV 를 밀고 전기 자동차를 방해하고 석유에 몰빵하고 미래의 에너지 정책 버려 버린 부시, 딕체니, 콘돌리자 라이스 등등등의 정부는 아주 큰 유죄, 환경관련 법을 후퇴시킨 캘리포니아 대기 자원국 유죄, 엄청나게 비싸고 사용하기에 불편하다는 먼 미래의 이야기인 수소 연료도 유죄...

꽤 재미있는 다큐이고, 이런 저런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어, 자동차 관심 많은 분들 한번 볼 만하다. EV-1 같은 자동차들이 폐기되지 않고 계속해서 초기의 단점이 하나씩 극복되고 진화되어 정말로 <총알탄 사나이 2> 에서 말하는 것 같은 태양열 + 전기 로 가는 제대로 된 자동차라도 탄생했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과는 너무 다르지 않을까 하는...

"GM, Shame on You..." 는 영화 중에서 GM 이 EV-1 을 폐기처분하는 데에 대해 분노한 소수의 시민들이 GM 앞에 모여서 시위를 하면서 석유 회사를 위해서 일하지 말라며 외치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이 영화가 공개된 후 꽤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모양이다. MBC 2006년 11월 22일자 뉴스데스크 특파원 보도로 이 다큐의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최대시속 130 km, 엔진오일 교체도 필요없는 무공해차량이 10년 전에 이곳을 누볐고 천기충전소도 150개나 되었는데 7년 만에 모두 사라졌다. GM 이 모두 회수했기 때문. 수요가 적어서, 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이유는 정유회사의 방해공작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동차 성능의 핵심인 배터리 기술을 정유회사가 사버렸다. 전기 충전소 설치도 반대했다. 부시도 정유회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알라스카에 석유 많다고 개발하자고 했단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지역 중 하나다. 뭐 이런 내용으로...

하여간 세상 참 재미있으면서도 허탈하던 말이야..


2008년 8월 9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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