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4월 비틀즈가 해산하고 같은 해 12월 존 레논은 준비해왔던 <Plastic Ono Band>라는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엄마...를 외치는 <Mother>로 시작하는 바로 그 음반이다. 2003년 'Rolling Stone 지가 선정한 500대 앨범'에서 22번째로 랭크되었으며, 가깝게는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뽑은 100대 음반 시리즈'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음반에는 <God>이라는 노래가 포함되어 있다.



God is a concept, by which we can measure our pain. I'll say it again.
God is a concept, by which we can measure our pain.


밤하늘을 별처럼 반짝이는 듯한 피아노의 인트로에 이어 존 레논은 "신은 개념에 지나지 않아. 그것으로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잴 수 있지. 다시 한번 말해 볼까. 신은 개념일 뿐이야. 그것으로 우리의 고통을 측정할 수 있다는 거지." 라고 나즈막히 이야기한다.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가사와 프레이즈다. 그리고 이어서 톤을 약간 높여 마음 속에서 버려야 하는 우상들에 대해 외친다.

I don't believe in Magic,
I don't believe in I-Ching,
I don't believe in Bible,
I don't believe in Tarot,
I don't believe in Hitler,
I don't believe in Jesus,
I don't believe in Kennedy,
I don't believe in Buddha,
I don't believe in Mantra,
I don't believe in Gita,
I don't believe in Yoga,
I don't believe in Kings,
I don't believe in Elvis,
I don't believe in Zimmerman,
I don't believe in Beatles.

마술, 주역, 성경, 타로, 히틀러, 예수, 케네디, 부처, 진언, 바가다드 기타, 요가파, 왕, 엘비스 프레슬리, 밥 딜런, 그리고 비틀즈... 그러니까 우리들의 우상으로 군림했고 여전히 군림하고 있는 개념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다 믿지 않겠다, 한다.

이 부분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약 400년 전 영국의 대법관이자 철학자였던 프란시스 베이컨의 우상 이야기가 떠올려지기도 한다. 중세적 세계관을 타파하고, 즉 신이 아닌 인간을 찾으라며 베이컨은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그리고 극장의 우상을 떨쳐 버리라고 했다. 간단히 말하면 미신과 종교를 믿지 말고, 말장난을 믿지 말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그리고 권위를 믿지 말라...

우상을 모두 이야기하고 나서 레논은 잠깐 쉬었다가 다시 톤을 낮추어 이렇게 이야기한다.

I just believe in Me, Yoko and Me, And that's Reality.
그제서야 뭔가를 깨달았는지 존 레논은 자신이 속해 있던 비틀즈마저 우상으로 치부하고는 "나는 단지 나 자신, 아니 요코와 나 자신을 믿을 뿐이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이야." 라고 한다. 전 세계인의 그 수많은 사랑을 받은 비틀즈가 뭔데. 내가 비틀즈였을까, 비틀즈가 나였을까. 그리고 그는 이제 비틀즈라는 우상을 벗어 던지고 레논으로서 다시 태어남을 대중들에게 선언한다.

The Dream is Over, What can I say? The Dream is Over.
Yesterday, I was Dreamweaver, But now I'm Reborn.
I was the Walrus, but now I'm John,
 
And so dear friends, You just have to carry on, The Dream is Over.

그리고 존 레논은 자신의 선언대로 1980년 괴한의 총에 의하여 삶을 마감할 때까지 <Imagine> 을 부르며 전쟁에 반대하고 자본주의를 비난하며, <Power to the People> 을 부르며 민중 해방을 외치고, <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 을 부르며 여성 해방을 부르짖는다. 우리가 존 레논을 위대하다고 하는 이유는 비틀즈여서가 아니라 존 레논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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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ieve in God 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내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놓여 있다. 그들과 함께 신을 믿고 세상을 지배하던가, 아니면 신을 믿지 않고 그들의 지배를 받던가. 전자를 택하면 믿음의 대가로 신이 주신 양식으로 늘 배부를 수 있지만 후자를 택하면 불신의 대가로 핍박받고 늘 굶어야 한다.

지금 이 시대의 이 나라는 어떠한가. Believe in God 을 외치는 사람들은 God 도 모자라 온 나라에 Believe in Idols 를 외치면서 사람들에게 개념으로서의 신이 아니라 실존으로서의 우상을 턱 앞까지 들이밀며 강요한다. 내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놓여 있다. 이 우상들을 믿고 그들과 헤헤거리며 살던가, 아니면 이 우상들을 거부하고 존 레논처럼 살던가.


2010년 4월 30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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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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