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PBOY's JAZZ BAKERY


Ecstacy of Gold 참고


별 볼일없는 배우로써 빌빌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이탈리아 감독인 세르지오 레오네가 전화를 걸었다. "서부영화를 찍을 건데, 주연 좀 해 주쇼", 이스트우드가 계속 거절하자, 세르지오 레오네는 이야기한다. "실은 일본 감독인 구로자와 아키라의 <요짐보> 알죠? 서부영화판 <요짐보> 를 찍는 겁니다..." 이스트우드는 수락했고, 그 영화가 <A Fistful of Dollars, 황야의 무법자, 1964> 다.

레오네와 이스트우드는 이후, <A Few Dollars More, 석양의 건맨, 1965> 과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석양의 무법자, 1966> 를 연달아 찍고, 소위 달러 트릴로지, 이름없는 남자 트릴로지 또는 무법자 트릴로지라고 하는 시리즈를 완성한다. 미국의 서부 영화를 베꼈다고 해서, 마카로니/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 비꼬아 이야기하지만, 실은 간단히 말하면, "아메리칸 드림, 서부 개척 신화? 뻥 치지마" 하는 영화들이다. 건맨들이 총쏘고 죽고 죽이는 서부영화라는 장르만 빌려왔을 뿐, 내용은 사실 전혀 다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평생의 스승이라고까지 하는 세르지오 레오네와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에 눈을 뜬 그였기에, 공화당 지지자임에도 그가 만들어 내는 영화에는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정서가 대단히 짙게 깔려 있는데, 이게 아마도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향일 수 있다. 세르지오 레오네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처럼 이탈리아 공산당원이었고, 레오네는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영화들을 만들었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또다른 3부작 소위, "옛날 옛적에 3부작" 이라고 불리는, 그러니까 <Once Upon a Time in the ...> 시리즈는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 깡패 주제에 니네가 무슨 세계의 질서 어쩌구 저쩌구냐? 뻥 치지마" 하는 영화들이다.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옛날 옛적 서부에서, 1968>, <Once Upon a Time... the Revolution, 또는 A Fistful of Dynamite, 석양의 갱들, 1971>, 그리고 <Once Upon a Tiime in America, 1984> 이렇게 3부작.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의 시나리오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다리오 아르젠토가 쓰기도 했고,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거성 아르젠토도 레오네의 조감독 하면서 컸다.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미국 노동 조합의 투쟁사를 깡패 입장에서 보게 한 영화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를 만든 그 위대한 레오네 감독에게서 영화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으니, 어찌 말랑말랑한 영화가 나올 수 있겠는가... 아마도 그 레오네의 영향력이 제대로  보이는 영화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 <The Unforgiven, 용서받지 못한 자, 1992> 일 거다.

그리고, 참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에는 스크린 안에 없는 제2의 주인공이 항상 등장하는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다. 오히려 배우들보다도 더 중요한 장면들도 굉장히 많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아주 감미롭고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그런가? 그 굉장히 아름다운 선율에 역설적이게도 가장 날카로운 역공의 펀치가 숨어 있다고 항상 느끼는 내가 오바하는 건가?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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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 (이하, 석양의 무법자) 는 이탈리아의 영화감독이자 공산당원이기도 했던 세르지오 레오네 (Sergio Leone) 가 미국의 남북 전쟁 (The Civil War, 1861~1865) 을 무대로 놓고, 미국의 서부 영화에 등장하는 웨스턴 스타일의 건맨들을 주인공으로 데려다가, 그 피비린내 나는 내전 속에서도 일확천금을 목표로 여행을 시키고는 결국 목적지에서 금을 차지하기 위한 최후의 결투를 하게 한다는 내용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실은 오락적인 구석이 별로 없는 영화다. 다만 레오네 스타일의 풍자와 유머가 있다. 따라서 오락영화로서의 접근은 권장되지 않는다.



1940~60년대 미국은 서부영화 전성시대. 미국의 위대한 감독 존 포드 (John Ford) 로 대표되는 서부영화에는 일련의 규칙이 있었다. 의인 대 악당이라는 이분법이다. 의인에는 백인, 보안관, 서부개척, 문명 이라는 개념들이 들어가고, 악당에는 무법, 인디언, 야만 등의 개념이 들어간다. 이것은 물론 백인이 바라보는 관점이고, 따라서 대부분 서부영화는 백인을 위한 영화다.

인디언은 도끼를 들고 야만스럽게 그리고 잔인하게 백인을 죽이니, 그래서 무법의 야만인 인디언을 몰아내고 문명을 세우기 위해 백인은 서부를 개척해야 하고, 세워진 문명의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백인 보안관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미국의 현재진행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미국의 서부영화를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과 신화 구축하기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해석들이 많다. 물론 인디언에 대한 시각은 엄청나게 왜곡된 것. 존 포드 말기 영화를 보면 인디언에 대한 시각에 변화가 있기는 하다.

그러니까, 기존 서부영화의 규칙으로 보면, The Good 은 백인 또는 보안관, The Bad 는 인디언 또는 범죄자나 갱들 (지금으로 치면 악의축이라는 테러국들...) , The Ugly 는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멕시칸 정도로 볼 수 있으려나... 그러나 <석양의 무법자> 는 서부개척이 아닌 전혀 다른 배경, 즉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선악 구도가 아닌 악악 구도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따라서 <석양의 무법자> 를 기존의 서부영화의 규칙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석양의 무법자> 에서의 세명의 건맨 설정은,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보안관 대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갱 구도도 아니요, 도끼 들고 설치는 야만 대 총 들고 쏴대는 문명의 대결 구도도 아니고, 하얀 백인 대 검은 인디언의 싸움 구도도 아니다.


내전, 그러니까 아메리칸 신화의 축인 문명과 법과 질서를 내세우는 백인들끼리 싸우는 전쟁 배경에서, 동맹과 배신을 거듭하던 현상금 사냥꾼 (Good) 과 무법자 (Ugly), 그리고 그저 잔혹한 기회주의자 킬러 (Bad) 가 우연히 일확천금이 묻힌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모두들 남군인척 때로는 북군인척 하면서 서로 쫓고 쫓기다가, 그러니까 역시 자기네끼리 싸우면서, 결국은 슬픈 언덕 묘지가 있는 곳 강 건너편에 다다르고,

그곳에 있던 남군과 북군을 서로 싸우게 만든 다리를 폭파해 버림으로써 전쟁의 명분을 없애 버린 후, 그러니까 오로지 금을 차지하기 위해서 다리를 폭파해 버린 것인데, 그것때문에 그곳에서의 전투는 멈추게 되는 희한한 상황을 연출하며, 놈놈놈들은 슬픈 언덕 묘에 이르러 최후의 결투를 하게 되는 거다. 다분히 반자본주의 정서도 보인다.


레오네는 플롯 자체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결코 평범한 스토리가 아닌 듯 싶다. 고도로 치밀한 이야기가 얽혀 있는 데다가, 곳곳에 미국과 서부영화에 대한 풍자와 공격이 날카롭게 서려 있다. 풍경화같은 이미지와 익스트림 클로즈업의 조화가 사실 대단히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게 레오네 스타일의 마카로니 웨스턴, 스파게티 웨스턴이다.

게다가, 리게티 음악 듣는 것 같다가도 코믹 음악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슬프지만 무섭고, 아름답지만 추한, 익스트림을 달리는 음악들을, 영화 내내 모리꼬네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최후의 결투에 선 놈놈놈, 누가 죽고 누가 살아 남을 것인가에 대한 초조함이 극에 달한다. 왜냐하면, 돈다발이 묻힌 묘지의 이름은 좋은놈만이 아는 상황이기 때문인데, 사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가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도 불확실하다. 그러니 그 결투에서 누가 죽게 되는지는 예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일확천금의 향방은 미처 생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나는 이 영화에서 추한놈이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그가 말이 가장 많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말이 별로 없는 남자, '이름없는 남자' 다. 레오네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무법자 트릴로지는 <The Man With No Name Trilogy> 로 불리기도 하고, 이렇게 출시가 되어 있기도 하다.


ps. 참고로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거의 3시간에 육박한다. DVD 에는 165분인가 써있던데, 실제로는 175분인가 그랬던 거 같다. 위에 써 놓은 내용은 다분히 거시적 관점인데, 미시적 관점에서 포착할수록 매력이 더해지는 영화가 또한 이 영화다. 내러티브, 이미지, 음악,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러니 이 영화를 만만하게 보시지 말 것.


2008년 7월 28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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