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찾아 떠돌다가 LA 에까지 오게 된 주인공은 길거리에서 한 시각장애인 신부가 설교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됩니다. "우리 인간은 타락했다. 그들은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 그들이 우리를 억압하고 있다. 상류층은 안전하다. 그들이 우리의 지배자다. 깨어나라. 그들은 여러분 주위에 있다...", 미친 사람인가?... 하며 주인공은 그곳을 지나치죠.

주인공은 건설 현장에서 일자리를 하나 겨우 얻게 됩니다. 고된 노동이 끝나면 인근 노숙촌 같은 곳에서 TV 를 보다 잠드는 게 그곳 노동자들의 일과이죠. TV 를 멍하니 보고 있노라면 가끔씩 해커가 보내는 것인지 이상한 신호가 끼어 들어와 "시그널이 나오는 근원지를 찾아 부숴 버려야 한다" 는 둥 이상한 영상이 잡히곤 합니다. 미친 놈들인가?... 그냥 스쳐 지나가며 잠이 듭니다.

그러다가 근처 교회 창고에서 수상한 사람들이 뭔가를 나르는 것을 보게 되고, 그곳으로 몰래 들어가 수많은 선글래스 박스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선글래스를 하나 집어 들고 나와 주인공은 거리를 활보하죠. 그리고 우연히 선글라스를 쓰게 됩니다. 그랬더니.... (위 아래 번호순으로 대조)

평상시에는 이렇게 보이던 것이,


선글래스를 착용하고 나니 이렇게 보입니다.


선글래스를 끼고 바라 본 도시의 모습...


이 선글래스는 그것을 착용하게 되면 어떤 방송 전파를 차단하여 그 실체를 보게 하는 물건이었던 것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소비하도록 그리고 복종하도록 부추기고 조정하고 있는 광고, 사람들로 하여금 권위에 도전하지 말고, 생각하지 말고, 항상 깨어 있지 마라를 강요하는 미디어, 사람들의 노동을 빨아 먹고 사는 괴물에 불과한 자본가를 말쑥한 신사로 둔갑시키고 있는 자본주의, 의 실상을 볼 수 없게 하고 허상을 보이게 하는 그 방송 전파를 차단해 그 실체를 깨닫게 하는 것이 그 선글래스였던 것입니다.

지구를 정복하고자 하는 외계인이 지구인들이 즐겨 보는 TV 를 이용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방송사를 장악하고, 끔찍한 현실로부터 사람들의 눈을 가리는 시그널을 방송 전파에 실어서 쏘게 했던 것이죠. 영화는 주인공이 그 방송사로 잠입하여 방송사 시스템을 파괴하고 무력화시킴으로써, 방송 전파를 더 이상 쏘지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변에 괴물이 판치고 있는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방송국이 파괴되고 전파가 차단되니...


우리 주위에 스며들어 있던 외계인의 그 적나라한 실체가 드러나는구요.

이 영화는 B급 영화, 특히 공포, 호러 영화의 전설 존 카펜터가 1988년에 만든 <They Live, 화성인 지구정복> 이라는 작품입니다. 원제인 <그들이 산다> 라는 제목이 더 와 닿죠. "그들이 산다. 우리 주위에서 우리와 함께 우리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소리만 늘어 놓으면서. 그러나 뒤로는 우리를 빨아 먹으면서...", 존 카펜터는 이 영화에서 미국의 노동자들을 밟고 팽창하는 미국의 저질 자본주의와 그 시스템의 세계화에 대한 비판과 자본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매스 미디어를 무섭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레이건이 대통령이 되면서 미국의 자본주의 경제는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죠. 완전 친기업에 규제를 다 풀어 버린 탓에 기업들이 그야말로 괴물로 성장해 버렸으니까...

시민들의 눈과 귀를 흐리는 조중동과 방송사를 외계인에 점령당한 방송사 케이블 54 로, 이 방송을 이용해 자신들의 실체를 속이고 있는 MB 정부와 그 일당을 외계인 괴물로, 블로거와 아고라와 일부 신문사들의 지지를 받는 촛불을 선글래스로,  그리고 조중동과 이명박 정부와 싸우는 촛불 집회 참석자를 외계인과 싸우는 저 노동자들로, 이렇게 보면 이 영화의 내용은 지금의 대한민국 촛불정국과 황당할 정도로 유사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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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교훈은 뭐가 될까요?  너희들 모두 선글래스를 끼라는 거죠.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우리의 눈과 귀를 덮어 버리는 시그널을 차단하라는 것이고, 이것은 즉, TV 를 끄고, 신문을 덮으라는 것입니다. 광고주와 자본가에 의해 점령되었고, 정부를 비롯한 온갖 권력기관의 하수인이 되어 버린 방송사와 언론사를 버리라는 것이죠.

광고로 먹고 사는 미디어는 우리가 보아주고 들어주지 않으면 어차피 광고주로부터 버림받게 되어 있습니다. 광고주, 소비자 이렇게 두 부류의 고객을 모시는 미디어의 콘텐츠를 소비자가 외면하면, 광고주도 자동적으로 그 매체를 외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콘텐츠를 통해서 광고주와 소비자 간의 일종의 거래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위로부터의 압력에 의한 공영성 상실 이전에 우리가 "진실을 외면하는 TV 끄기 운동" 만 제대로 해내려는 의지만 보여 주어도 TV 는 그렇게 타락하지 않습니다. 드라마, 예능은 이미 공영성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된지도 한참이죠. 대다수가 쓰레기니까... 보도 기능을 말하는 겁니다. 드라마 예능 때문에 TV 를 못끄겠으면 차라리 다운로드를 받아 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이게 방송사의 공영성 사수에는 효과적일테니...


2008년 6월 30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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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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