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PBOY's JAZZ BAKERY


주워 들은 거라 누가 말했는지 확실치는 않치만 어쨌건 톨스토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누구나 문학사에 남을 걸작 한편은 쓸 수 있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되니까...  그러나 걸작들을 계속 쓸 수 있다는 것은 작가가 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런데, 이 말은 "음, 그럴수도 있겠군." 하고 스쳐 읽기에는 꽤 중요한 몇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그 몇가지를 생각해 봤는데...

첫번째.
걸작의 기준이 명확히 무엇이다 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새로운 관점의 미학 제시가 그 하나라면, 지구상에 1만명이 살고 있다고 할때, 모든 사람의 자신만의 고유한 삶, 경험과 기억, 그리고 관계 속에서 1만개의 관점 (Point of View) 이 생성될 수 있으니까, 정말 1만개의 걸작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두 책 한권씩 의무적으로 써야 하고, 또 나만의 이야기를 남의 눈치 안보고 성실히 썼다면... 베스트셀러가 되냐 아니냐는 물론 그 사람이 유명인이냐 아니냐에 달려 있기도 하겠지만...

이 경우, 유일 경험과 유일 관점이 어떤 정형성을 깬다는 점이 걸작이라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 같다. 그만큼, 자신이 살아온 삶의 유일한 개성에 대한 스스로의 존중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니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죽기 전에 나만의 걸작을 자서전으로 한편 꼭 남겨 보기를...

두번째.
같은 말을 뒤집어서 보면 결국 "한편의 걸작으로 그 사람에게 속지 마라" 라는 말도 된다. 천재와 사기꾼의 차이, 반짝스타, 평범해진 영재, 사그라진 열정 따위의 말들... 작가라면 새로운 관점 제시 수준을 뛰어 넘어 그것이 하나의 철학적 명제까지 올라서야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두번째 작품에서 철학과 스타일이라는 것이 보이면 일단은 통과다.

누구나 걸작 한편을 쓸 수 있다는 말이 누구나 문학사에 남을 위대한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두번째, 세번째도 걸작이 나와야 우리가 위대한 작가, 거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진짜는 두번째, 세번째부터다. 데뷔작 한편 가지고도 위대한 작가가 될 수는 있는데, 그거 쓰고 바로 죽는 방법이 있다.

보통 작가, 영화감독, 뮤지션들의 데뷔작이나 초기작이 최고의 걸작인 경우가 대단히 많다. 데뷔작은 보통 대중을 겨냥하기보다는 작가 자신을 겨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중을 의식하지 않은, 그리고 자신만의 특수한 환경에서의 농익은 고민과 좌절, 그리고 실패와 용기의 흔적이 보이고, 또한 자신 만의 사색과 철학이 담겨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쩌면, 예술의 숙명은 진보하기보다 퇴보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스타일리스트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해야 한다.

세번째.
두번째 작품이 데뷔작의 재탕인지를 주의깊게 봐야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의 재능만 있으면 데뷔작은 그 신선한 미학 만으로도 웬만하면 걸작이 되는데, 그 신선한 미학에 처녀작으로써의 개인적인 그리고 고유한 고뇌와 철학이 이제 빠지고, 기대주로써의 사회적인 그리고 대중이 공감할 메세지가 들어갔을 때도 여전히 걸작으로 남을 수 있느냐... 이게 문제라는 거다. 그리고 이것이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경계일수도 있다. 문체, 연출, 작곡 등의 테크닉적인 측면에서야 어느정도 성장은 하겠지만, 이것은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거장(巨匠)되기의 필요조건은 아니다.


헐리우드 영화 거장의 거장이라면 역시 알프레드 히치콕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심리분석과 정신분석당하는 기분을 피할 길 없는 그 서스펜스와 스릴러의 아버지.

참고로 서스펜스와 깜짝쇼의 차이를 아는가? 이것은 지금 내 등 뒤로 누가 날 죽이러 다가오는 상황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이기도 하다. 전자는 "오긴 오는데 도대체 언제? 으으으..." 주인공과 관객은 함께 계속 불안해하지만, 후자는 전혀 예상치 않던 상황으로 일종의 "어 깜짝이야..." 단발의 큰 충격을 주게 된다. 한마디로 후자는 공포영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쇼킹 이미지가 된다.

아마도 헐리우드가 영국에서 스카우트해 간 최고의 감독일 히치콕은 헐리우드에서 그의 영화 미학과 철학을 사수하기 위해 제작자와 영화사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면서, 그야말로 진정한 프로페셔널 거장의 거장으로 우뚝 설 수 있었는데,

어쩌면 두번째 걸작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치열한 싸움에서만 얻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즉, 고유의 관점과 철학도 끊임없는 그 치열한 투쟁 속에서만 새롭게 재탄생될 것이고, 새롭게 탄생한 새로운 관점의 제시가 또 이차 걸작일지 모르는 또 하나의 나만의 이야기가 될 테니까...

2008년 1월 4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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