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 를 보았다. 그냥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놈놈놈> 에게는 저주를, <님은 먼 곳에> 에게는 응원을" 이다. <님은 먼 곳에> 는 나중에 DVD 가 나올 때 즈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한다. 할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다. 이준익 영화 치고는 좀 엉성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그래서 이 영화가 가장 맘에 들고 그래서 할 이야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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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두시간이 넘도록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는 것은 딱 두가지다. 쓸데없이 잔인한 폭력과 필요 이상으로 지루한 노가리다. 더 황당한 것은 그 지루한 노가리들에게는 그 잔인한 폭력의 이유를 전혀 설명할 의지마저 없다는 거다. 사실 나는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에 대한 심한 불편함과 분노마저 느낄 정도다.

일부 카메라 관련 일하는 놈들의 칭찬을 받아들여서 어쨌건 진일보했다는 카메라 촬영이나 액션 연출에서의 쾌거... 등이 순전히 이 잔인하고 지루한 장면을 찍기 위한 것이란 말인가?  잔인한 칼질과 무자비한 총질의 스펙타클, 반면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 폭력의 정당성과 내러티브...

무자비함과 잔인함으로 얼룩진 이 영화에 등장하는 폭력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은 무엇인가? 관람가 연령을 15세까지로 낮추면서까지 흥행에 몰두하고 숫자를 확보하고... 그래서 흥행했으니 된거다? 그러니까 관객들의 지지라는 부분으로 그 폭력 사용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인가?  그 폭력의 볼모가 된 관객과 흥행이 그 폭력 사용의 정당성이라는 거 아닌가 지금...

더 화가 나는 것은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이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어야 한다는 건가?  영화판에 돈이 돌아서 한국 영화도 살아야 기자와 평론가들도 밥 굶지 않는다는 건가?  이 영화에 thumb up 한 기자들, 다 '자질미달' 이다. 취재 고만하고,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폭력의 역사> 나 다시 한번 보시기를 바란다.

이유없는 폭력이 스펙타클의 능사가 아니며, 한국 영화 미래의 유망주도 아니며, 한국 영화계에 피, 그러니까 돈을 돌게 할 심장도 아니라는 점을 제작자들, 감독들, 투자자들, 기자들, 관련업계 종사자들, 제발 정신차렸으면 한다. 그러면서 애꿎은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 예술 영화 들만 뭐가 어쩌고 저쩌고, 이해가 어렵다는 이유로 관람가 연령만 높여 놓고 또 씹고...

왜 칼로 입을 쑤셔대고 몸을 사정없이 그어 대는지, 조잡한 세트 위에서 와이어에 매달려 하늘에서 왜 그렇게 땅으로 총을 난사하는지, 말타고 달리면서 총 한번 돌리며 폼잡는 CF 는 왜 찍는지, 영화가 지루할 것은 짐작했나 잠수종을 뒤집어 쓰고 왜 그렇게 연실 나불나불대는지, 그 벌판에서 삼국의 놈들은 왜 그렇게 엉켜붙어 싸워야 하는지,  그나마 긴장감 없이 그 마지막 세놈 대결 장면은 또 왜 그렇게 어처구니가 없는지... 심지어 그 막판 뒤집기식 뒤통수 후려갈기는 설정까지 나온다.

일언반구 설명도 없고, 그저 광활한 벌판에서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스펙타클 장면만을 내러티브 없이 담아 내어 15세 이상 관객들에게 보여주면 그만, 이라는 철학만 확인한거다. 잘난 놈들 데려다가, 그래서 거액 투자받아다가 만들어 내고, 기자들은 자기들 살겠다고 칭찬하고, 홍보와 마케팅 일선에서 좋다고 칭찬일색이니 관객들은 마냥 좋다고 돈 주고 보고...

그리고 이걸 또 깐느 버전인가로 재상영하겠다고? 그러니까 그 정당하지 못한 잔인함과 지루함, 다시 관객들에게 다시 보라 강요하겠다는 거야 뭐야 지금...  미친 것들 아닌가 지금? 김치 웨스턴? 하이고야 무섭다. 그 어느 싸구려 서부영화에도 상대방 이유없이 죽이는 거 못봤다.

ooo

헐리우드건 어디건 스펙타클의 최고의 주재료가 사실은 폭력이다. 그래서 폭력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그 '폭력 사용의 정당성 확보' 라는 부분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폭력 사용에 대한 해명과 해체 자체가 실은 영화 전체의 내러티브가 되는 경우가 대단히 많기 때문이다. 자, 지금부터, 그 옛날 권선징악형 서부영화에서부터 현재의 <다크 나이트> 까지 수많은 헐리우드 블락버스터와 액션영화들을 잘 뜯어 보시기를 바란다. 그 폭력의 정당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있는지...

<놈놈놈> 은 딱 과거 조폭의 홍보물 역할 수준에서 멈춰 서서 욕 들입다 먹은 그 수많은 조폭영화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다른 점은 조폭들이 나오지는 않고 정체불명의 놈놈놈과 패거리들이 나온다는 것 뿐이며, 오히려 더 나쁜 것은 그 화려한 스펙타클을 찍는 기술까지 철저하게 폭력 사용에만 동원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상대방을 죽이는 데는 이유가 없고, 그저 폼나게, 그 놈의 똥폼 잡으며 상대방을 죽이는 장면을 잡아내기 위해서 그 수많은 인력과 비용과 장비와 열정이 낭비되었다는 거다.

한마디로 이런 상황과 비슷하다. 추리 소설 하나가 있다. 소설 속에서 살인 사건 하나가 발생했는데, 범인이 시퍼런 칼로 희생자를 쑤셔대는 살해 장면을 온갖 휘황찬란한 표현으로 상세하고 긴박하게 묘사를 한참 하더니, 그냥 끝나 버리는 거다. 범인은 왜 죽였는지, 그 희생자는 왜 죽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생각을 해보자. 추리 소설, 아니 사건이 발생하는 모든 이야기도 해당된다. 왜 그 사건이 발생했는가, 에 대한 정황 추리와 추측를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즉, 여러 개의 단편의 장면 조각들을 가지고 하나의 커다란 직소 퍼즐 맞추듯, 하나 하나 짜 맞추어 나가면서 전체의 윤곽을 잡아 나가는 그 과정 자체가 보통은 그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이다.

그런데, <놈놈놈>은 그 놈놈놈들과 패거리들의 총질과 칼질이라는 그 단편 조각들이 하나의 퍼즐을 구성하는 것도 아니고, 따라서 각각의 조각들의 연결에서 발생하는 서스펜스도 없고, 추리도 없고, 긴장감도 없고, 그저 살인 현장에서 칼로 쑤시는 그 장면만 클로즈 업해서 보여 주고는 그냥 끝나 버리는 영화다. 그 클로즈업을 잡아내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과 인력과 자원이 낭비되었다는 사실...

카메라는 그렇게 만주 벌판을 휘돌고 쌩쇼를 하며, "봤지 대단하지 않냐" 하지만, 아무리 두눈 씻고 찾아봐도 폭력 스펙타클의 정당성은 보이지 않고, 아쉽게도 그 지루한 노가리는 just real nogari 의 틀을 벗어 나지도 못하고... 아, 그리고 진짜 쌍욕 나오는 게 그 음악인데 어디서 그런 싼마이 나는 사운드를 가져다가는... 우쒸...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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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 가 CG 로 감싼 내러티브 없는 폭력이라면, <놈놈놈> 은 촬영으로 감싸 안은 내러티브 없는 실사 폭력이다. 그러면서 둘다 폭력의 당위성이 각각 'CG' 와 '촬영기술'으로 둔갑을 해버린 경우인데, 스펙타클 최고의 소재가 폭력이라는 점을 감안, 결국 폭력의 정당성으로 들이댄것이 테크놀러지라는 결론이 나온다. "어쨌건 이런거 찍었잖아. 좀 봐줘라..." 웃기지 마라, 거기에서 멈춘 한국의 영화에 대해 당연히 우리는 욕을 하고 저주를 퍼부어야 한다. 왜냐하면 <님은 먼 곳에> 같은 영화도 지금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놈들의 그 폭력의 정당성 확보와 그에 반해 폭력을 해체하려는 놈들의 그 폭력의 부당성 확보의 싸움이 대부분의 영화가 가지는 내러티브, 라는 점을 꼭 염두에 두고 관객들은 액션 영화를 보았으면 하는 것이 내 개인적인 소망이다.

영화를 복잡하게 분석하며 보라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아주 단순하게 보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화끈한 액션에 담겨진 그 폭력의 정당성 확보가 안된 영화를 볼 경우 오히려 생각할 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어디선가 찾아야 하기 때문. 그러다보니 CG, 흥행성적, 촬영, 마케팅, 민족주의 등에서 그 당위성을 찾게 되는데, 얼마나 슬프고 한심한 현실인가?

그저 영화를 보고 웃고 우는 우리 관객들, 액션 블락버스터의 펀더멘털은 철저하게 내러티브에 있는 것이지, 결코 이미지에 있지 않다는 사실 명심하자. 이미지만 가지고 승부할 거면 예술영화 찍어야지... 물론 그런 영화들은 컬트 영화나 호러 영화의 장르로 들어가야 할 것이고. 버젓이 15세 이상 보게 해놓고 이유도 없이 칼로 사람 난도질 하면 쓰나...

ps. 폭력 장면이 많은 영화라서 문제다, 가 아니라, 폭력이 사용되는 이유가 애매해서 문제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폭력은 어차피 액션영화의 기본 소재입니다. 많다고 해서 문제라면 영화는 온통 멜로와 예술 영화만 나와야겠죠. 당연 산업으로 성장할 수도 없고...

그래서 폭력은 사용하면서도, 제작진들은 관객으로부터 사용해도 좋다는 일종의 안전 승인 같은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최소한 일부 극소수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모두 다같이 볼 수 있는 블락버스터를 표방한다면. <디워> 그래서 욕먹은거 아닙니까?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은 블락버스터를 표방합니다. 그리고는 모두 쏘아 대는데, 그들은 무엇을 위해 왜 쏘는 것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이해가 되십니까? 그 어떤 안전 장치격의 장면 보셨습니까? 오로지 그 스펙타클만을 위해서 폭력이 동원된 것, 이라는 생각 드시지 않습니까?  폭력의 이유가 설명 안되는 이야기 구조 너무 허술하지 않습니까? 일부를 위한 장르영화라면 모를까, 중고딩을 포함한 누구나 볼 수 있는 블락버스터 영화로 이게 적합하다고 생각되십니까?

각종 폭력이 남발하는 헐리우드 영화 들에서 등장하는 폭력의 이유,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다 이유와 장치 만들어 놓습니다. 폭력이 넘치는 쿠엔틴 타란티노나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영화에서 스펙타클 자체를 위한 마구잡이식 폭력이 등장합니까?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폭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 굉장히 치밀하죠. 게다가 이런 것들은 최소한 블럭버스터는 아니었죠.

단돈 7천달러로 만들었다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엘 마리아치> 같은 영화는 감탄에 또 감탄을 하게 하는데, 폭력 자체를 보여주기 위한 스펙타클은 좀 고약하다는 생각 드시지 않습니까?  그냥 화끈한 액션 자체를 즐기라구요?  만약 '액션 == 폭력' 라면, 화끈한 폭력을 즐기라는 논리 아닐까요?  액션과 폭력을 어떻게 해서든 분리할 노력 왜 못할까요? 조폭영화가 그랬죠.  관객을 우습게 알지 않으면 이런 영화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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