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벨기에, 캐나다, 영국이 합작해서 만든 애니메이션 <벨빌의 세쌍둥이> 의 인트로에는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이 장면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무대에서 세 쌍둥이 자매는 신나서 노래를 하고, 장고 라인하르트로 추정되는 콧수염 아저씨가 담배를 뻐끔 피우며 손가락과 발가락을 번갈아 드리블 하듯 놀리면서 현란한 집시풍의 기타 연주를 하는 거다.

이미 이 애니메이션에는 등장 인물들의 신체의 묘사 하나 하나가 과장되어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그 콧수염 아저씨의 손가락 두 개가 마치 두 발로 춤을 추는 것처럼 장난스럽게 기타 연주를 하는 것에 대해 별 생각없이 웃고 넘어 갈 수도 있다. 그런데 장고 라인하르트는 기타 연주가 가능한 왼손의 손가락이 실제로 두개다. 그래서 그는 독특한 주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장고 라인하르트 (Django Reinhardt) 라... 신촌 어딘가에 있던 카페의 이름이 아니라, 기타로 연주하는 집시 재즈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장고 라인하르트와 스테판 그라펠리를 들었다면 최근에는 로젠버그 트리오와 자코 파스토리우스와 연주했던 비렐리 라그린 (Bireli Lagrene) 을 즐겨 듣기도 했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국내에서 크게 인기를 얻은 세르게이 트로파노프 (Sergei Trofanov) 의 <Gypsy Passion> 도 가끔 듣는다.

집시 바이올린과 집시 기타는 본디 방랑과 슬픔의 음악이다. 그래서일까... 지글지글한 LP 에서의, 그리고 약간은 텁텁한 옛날 스타일의 모노 녹음으로 듣는 장고의 그 두 손가락의 방랑이 더 아름답다. 방랑하는 집시 스윙에 잡음없고 깨끗함이라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장고 라인하르트는 1953년 5월 16일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지난 주였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55년 되는 날이... 그는 어렸을 때 입은 심한 화상으로 왼손의 세번째(약지), 네번째(새끼) 손가락을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의 솔로는 나머지 두 손가락으로만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벨빌의 세쌍둥이> 의 인트로에서 묘사된 장고의 연주 장면의 춤추듯 방랑하는 손가락만큼은 과장이 아니라는 거다.

장고 라인하르트는 그의 음악보다는 <Django> 라는 곡으로 더 유명한 것 같다. MJQ (Modern Jazz Quartet) 명반인 1956년 작품 <Django> 의 첫트랙이며 이후 엄청나게 리메이크되었다. 존 루이스 (John Lewis) 가 장고를 기리며 만든 곡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 곡을 또한 대단히 좋아한다. 아마도 그냥 장고라는 이유만으로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곡을 연주하지 않는 재즈 뮤지션이 과연 있을까? 언제 한번 이 곡의 다양한 버전을 쭈욱 나열해 놓고 스타일의 방랑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고도 싶다.



2008년 5월 22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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