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a Noche (1985)

OLD POSTS/영화 2013. 12. 25. 13:16


게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들을 무조건 "게이 영화"라고 딱지를 붙여서 색안경을 끼고 볼 생각은 전혀 없지만, 게이가 등장하는 영화들은 - 중심 인물이건 주변 인물이건 간에 - 그들을 지나치게 정형화된(stereotyped) 캐릭터로 그려내거나,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서 고통받는 우울한 이미지를 내세우거나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성적 소수자로서의 고뇌와 갈등을 때로는 비극적으로 때로는 코믹하게 묘사하는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게 현실이니까. 그런 사회적 장애가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평범한 사랑 타령을 하는 건 환상일 테니까...

하지만 늘 그렇게 어두운 필터를 낀 채로 그들의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건 마음이 아프다. 그게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건, 가족의 눈총이건, 동성애혐오자가 가하는 물리적 폭력이건 간에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들의 사랑에는 늘 피할 수 없는 그늘이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동성애 소재를 빈번하게 다루어 온 Gus Van Sant 감독의 이 풋풋한 데뷔작은 매우 신선하고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Bad Night 으로 번역되는 <Mala Noche> 는 Walt 라는 청년의 짝사랑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짝사랑의 대상이 단지 "남자"라는 점만 다를 뿐이지, 여느 사랑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Walt 는 허름한 상점의 점원인데, 어느 날 Johnny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계속해서 그의 관심을 끌고, 친해지려고 노력하지만 Johnny는 그에게 무심하기만 하다.

순수하고 적극적인 Walt 의 노력은 Johnny 는 남자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과 Johnny 가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 - Johnny 는 멕시코에서 건너온 불법체류자이다 - 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계속되고, 결국에는 Johnny 와 그의 친구 Roberto 와 함께 가끔씩 시간을 보내는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잔잔하고 따뜻한 사랑 이야기만을 그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니와 로베르토는 늘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경찰에 쫓기며, 포틀랜드 배경의 이 작은 도시는 지저분하고 가난에 찌들어 있다. 그러나 거친 흑백 화면으로 묘사되는 이 초라한 도시에서 월트는 자니를 사랑하고, 자니의 친구 로베르토를 진심으로 돌봐주며,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끊임없는 애정을 퍼붓는다.

월트의 나레이션을 통해 전달되는 그의 사랑과 설레임은 어떤 한 사람을 조건없이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순수하고 멋진 것인지를 느끼게 한다. 불법이민자의 위태로운 일상과 세 젊은이의 혈기 넘치는 자유분방함 사이에서 우리는 동성애라는 색안경을 벗고, 짝사랑의 열병을 함께 느끼는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도 현실은 예외없이 비정하고,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삐뚤빼뚤 제멋대로 쓴 엔딩 타이틀이 올라갈 때, 천진난만하게 장난치는 세 주인공이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소박한 저예산 영화이지만, 그들이 이 영화를 정말 즐겁게 찍었다는 사실이 그들의 환한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 있기에...

2007년 12월 15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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