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출신 György Ligeti (1923~2006) 라는 현대음악 작곡가는 Klaus Schulze Searching 이라는 포스트에서 설명한 전자음악의 특징과 그 작법을 관현악작품에 도입하여 <Atmosphères, for Orchestra>(1961) 라는 곡을 만듭니다. 36개의 관악기, 56개의 현악기가 다른 성부를 연주하고, 그 사운드가 합성되어 거대한 음향층을 만들어 낸다고 하죠. 또한 <Lontano, for Orchestra>(1967) 도 만드는데 정지 상태에서 내적 움직임을 수반하는 사운드의 연속적 변화과정을 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음악들은 듣는 데에도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기도 합니다.




<Atmosphères> 는 Stanley Kubrick(1928~1999)의 <2001: A Space Odyssey>(1968)의 시작 직후 2분50초 동안 아무 영상 없이, 블랙 화면과 함께 나오는 그 음악입니다. 그리고, 바로 개기일식의 장면과 Richard Strauss 의 <Also Sprach Zarathustra>가 이어지죠. 스탠리 큐브릭은 리게티의 음악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The Shining>이나 <Eyes Wide Shut> 등에서도 사용되죠. <Atmosphères> 는 <2001: A Space Odyssey>의 중간중간 사용되면서, 혼란스러움과 위기의 순간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해냅니다.


리게티의 음악적 실험을 위한 곡에는 성악을 위한 것도 있습니다. <Requiem, for Soprano and Mez. Soprano solo, mixed Chorus & Orchestra>(1963-65). 인간의 목소리가 이루어 내는 이 Sound Layer 의 효과는 소름이 끼칠 정도이죠.




개기일식의 장면과 Richard Strauss 의 <Also Sprach Zarathustra>가 서막을 열게 되면, 첫번째 막인 The Dawn of Man 이 시작됩니다.

인간종족의 선조에 해당하는 듯한 원숭이 종족들의 생활... 그들은 황무지 같은 땅 위에서 풀을 뜯어 먹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들의 터전에 생긴 정체불명의 검은 암석기둥 (Monolith) ... 혼란스러워 하는 원숭이 종족들...

이 혼돈을 표현하는 음악이 리게티의 <Requiem, for Soprano and Mez. Soprano solo, mixed Chorus & Orchestra>입니다. 이 음악 역시 가장 심각한 혼돈과 의문의 상황들마다 등장하여, 미궁으로 빠져가는 상황을 기가막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후, 원숭이 종족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알게 됩니다. 풀을 뜯지 않고 사냥을 위한 도구, 타 부족과 전쟁을 위한 무기...


이 원숭이 종족의 문명의 발단에는 Richard Strauss 의 Also Sprach Zarathustra 가 다시 사용되어 정말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 내죠.

그리고 저 도구는 제2막의 2001년의 우주선으로 진화하며, 음악은 Johann Strauss II 의 The Blue Danube 로 왈츠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편집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Match Cut 중 하나로 기록되죠.


영화의 3막 <Jupiter Mission: Eighteen Months Later>, 마지막 4막 <Jupiter, and Beyond the Infinite>에서도 역시 리게티의 <Atmosphères for Orchestra>, <Requiem for Soprano and Mez. Soprano solo, mixed Chorus & Orchestra>가 이 영화의 최고의 긴장된 순간을 표현해 내고 있으며, 이는 보는 사람을 거의 질리도록 만드는 감독의 고집 또한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한번 두번 볼수록 그 가치를 새롭게 찾게 되는 스탠리 큐브릭의 이 영상과 함께, 20C 현대음악의 거장 리게티의 음악도 빼놓아서는 안 되는 명작입니다.


2007년 2월 19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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