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삐용삐용 사운드라도 그 Sound Layer 를 어떻게 포개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초래하게 됩니다.

낭만시대 서양음악 특징 중 하나는 악기의 음색 (Timbre) 에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고전시대의 관현악곡이 형식 (Form) 의 완성이라면 낭만시대의 관현악곡은 악기 소리의 색을 살리려는 시도도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녹음과 음반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작곡가의 내면세계의 표현이 아닌, Sound Object 자체의 전면 등장이 가능하게 되죠. 소음, 악기소리, 새소리 등등을 녹음해서 편집한 일종의 사운드 모자이크 식으로... 이런 음악들을 구체음악 (Concrete Music) 이라고 합니다.

한 단계 더 진보한 사운드 합성장치 (Synthesizer) 의 개발은 Electronic Music 을 낳게 됩니다. 전자음악은 합성된 사운드만 사용하여 Sound Layer 를 쌓아 만든 음악을 말하는데, Synthesizer 은 수학적 해석을 통해 사운드의 특징을 분석해서, 어쿠스틱 악기 사운드를 합성해 내고, 매우 독창적인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기도 하죠.

20세기에 들어서는 선율, 리듬, 화성이라는 음악의 3요소 외에 음색도 매우 중요한 음악적 요소로 취급되었고, 음색변화도 하나의 선율처럼 여겨집니다.

독일의 Stockhausen 은 엄청난 합성 Sound Layer 쌓기 실험을 통해 전자음악의 대부가 되며, 이후 독일은 전자음악이 매우 발달하여 세계적인 뮤지션이 많이 나오기도 했죠. 전자음악에 대해 전혀 몰랐을 때, Klaus Schulze 의 <Searching> 을 처음 들었던 그 순간은 일생일대의 대충격이었습니다.

그때 받은 느낌은 "이건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파고 드는 것이군..." 이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정말로 대단한 사운드층이었으며 음색선율의 변화는 마치 허를 찌르는 듯 했죠. 작가의 내면세계를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 그렇게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통제 하에 음악이 아닌 사운드 자체를 제시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내면세계를 끄집어 내도록 하는 것 같았습니다.


클라우스 슐츠의 그 많은 정규음반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으며, <Supernatual Fairy Tales>라는 Progressive Rock 의 명곡 편집음반 Set 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2007년 2월 16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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