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음계, 음정, 화음, 조성 [1] 에 이어서

이번에는 약간 골아픈 수학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앞 포스트에서 언급했던 '진동수의 비율', 음정 (interval) 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음계 (scale) 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 보려고 합니다.

이전 글에서 진동하는 현의 길이가 반으로 감소하면 파장이 절반이 되고 진동수는 2배가 되며 음높이는 한 옥타브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진동수는 주기에 반비례하죠. f=1/T) 그리고 한 옥타브 안에는 12 음이 있다고 하는데, 이 진동수 비율 1 : 2 사이에 그 12 개의 음은 어떻게 우겨 넣어야 할까요?  세가지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죠. 피타고라스, 순정률, 평균률.

평균율 (Equal Temperament)

조율의 기준음이 된다는 440Hz A4 를 예로 들겠습니다. A3 은 220Hz 가 되겠죠. 그리고 220 Hz ~ 440 Hz 사이에 11 개 음을 넣어야 합니다. 즉, (A3) - A# - B - C - C# - D - D# - E - F - F# - G - G# - (A4) 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12 음의 진동수들은 각각 어떻게 구해야 할까요?

A3 의 진동수를 a, 그리고 모든 반음의 배율(음정)을 x 로 일정하게 고정시킵니다. A# 의 진동수는 ax, B 는 ax^2, C 는 ax^3, ... 그리고 A4 는 ax^12 가 되겠죠. 그런데 A4 의 진동수는 A3 의 두 배, 2a 이므로 2a = ax^12 라는 등식이 성립합니다. 즉, x^12 = 2 가 되죠. x = 2^(1/12), 2 의 (1/12) 제곱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정된 반음 배율에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음계를 쌓아 만든다면 다음과 같은 표를 만들수 있습니다. 비율 1 에 해당하는 음으로 어떤 음이 와도 동일한 규칙이 적용됩니다. 이것은 이런 음계의 최대 강점이기도 합니다.
 

                                                                    비율은 표기상 소수 네째자리에서 반올림한 수치임. 

이 규칙에 의하면 A3 = 220Hz, A# = 233.08, B = 246.94, ... G = 392.00, G# = 415.30, A4 = 440Hz 가 됩니다. 음계 내 모든 반음의 음정이 1.0594635... 라는 무리수로 일정하게 고정됨으로 해서 만들어진 음계가 평균율 음계입니다. 피아노, 기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악기가 이렇게 정해진 음정대로 조율되죠.

그래서 모든 반음 간격이 1.0594635 로 일정하게 고정되면 연주 중간에라도 바로 새로운 key 의 음계로 전환하는 조바꿈이 별도의 튜닝없이도 가능하게 됩니다. (조옮김도 마찬가지) 당연하죠. 모든 반음 간격이 동일하니까 어느 음에서 시작하더라도 동일한 종류의 음계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평균율을 사용하기 전 음계의 반음 간격은 어떤가요?

이 규칙은 완벽한 것일까요? 이 평균율에 따르면 완벽한 음계가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음의 어울림 (consonance) 이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음의 어울림이 불완전하다는 것은 화음도 완벽한 어울림이 아니라는 말이 됩니다. 그럼에도 평균율은 현재까지는 가장 완성된 음정 체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피타고라스 스케일 (Pythagorean Scale)

B.C. 580년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음악, 특히 스케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죠. 그는 세상을 숫자로 이해했으며 음악 음계 역시 완벽한 숫자의 체계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성 (tonality) 의 존재를 처음 알아낸 인물이라고도 하죠.

어느날 피타고라스는 대장간에서 우연히 들린 망치 소리들의 어울림 때문인지 아니면 현의 진동 실험을 통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대단히 잘 어울리는 음정에 대한 대발견을 하게 됩니다. 가장 잘 어울리는 음정은 두 음의 진동수가 가장 간단한 정수배 비율일 때라는 것. 즉 2 : 1,  3 : 2,  4 : 3. These ratios define so-called perfect intervals of music, which are considered to have the greatest consonance.

즉, 재질과 장력이 같은 10cm 짜리 현과 20cm 짜리 현을 동시에 울리면 세상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음정이 되는 것이고, 20cm 짜리 현과 30cm 짜리 현을 동시에 울리면 두번째로 가장 잘 어울리는 음정이 되는 것이며, 30cm 짜리 현과 40cm 짜리 현을 동시에 울리면 세번째로 가장 잘 어울리는 음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잘 어울리는 순서대로 그 음정 비율을 늘어 놓았더니 다음과 같이 되었다고 하네요.


2 : 1 옥타브 (C/C) → 3 : 2 완전5도 (G/C) → 4 : 3 완전4도 (F/C) → 5 : 3 장6도 (A/C) →
5 : 4 장3도  (E/C)  → 8 : 5 단6도  (Ab/C) →  6 : 5 단3도 (Eb/C) ...


그래서 피타고라스는 숫자들의 배열을 늘어 놓았습니다. 1  4/3   3/2   2. 이 음정의 관계가 차례대로 완전4도 (perfect fourth), 완전5도 (perfect fifth), 완전8도 (octave) 인 것이죠. 참고로 4/3 * 3/2 = 2, 즉 완전4도 음의 완전5도 위 음이 옥타브 음이 된다는 것도 염두에 두시기를.

피타고라스는 1 : 2 사이를 더 채우는데 모든 음의 어울림 정도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3/2 를 '완벽한 숫자'로 여기고, 3/2 만 곱해 나갔습니다. (3/2)^2 = 9/4. 1 : 2 바깥으로 벗어나면 한 옥타브를 내려 9/8 로 만듭니다. (옥타브는 '복제'이므로 9/8 이나 9/4 나 같다고 본 것입니다). 자 이제 1  9/8  4/3  3/2  2  가 되었네요. 같은 방식으로 (3/2)^y, y = 3,4,5,... 를 계속하고 1 : 2 안으로 들어오도록 옥타브 다운 (나누기 2) 을 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구한 최종적인 피타고라스 음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소한 C, D, E, F, G, A, B 는 피타고라스가 원하는 대로 비교적 간단한 정수비로서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9/8 과 256/243 이라는 음정 배율의 조합으로 완전5도 완전4도는 완벽하게 만들어 냈죠. 결국 피타고라스 스케일의 최대 장점은 완벽한 완전4도와 완전5도의 구현에 있습니다.
 
그런데 5 /4 (= 1.25) 의 완벽한 장3도 음정은 만들어지지가 않습니다. 피타고라스 음계 상으로 보면 E/C = 81/64 (1.265625). 5/3 (=1.667)의 장6도도 마찬가지로 위 음계에서는 27/16 (1.6875). 6/5 (1.2) 의 단3도도 마찬가지. 위 음계에서는 (9/8)*(256/243)= 32/27 (1.185) ...

그리고 ? 로 표시하였지만 피타고라스 스케일에 크로마틱까지 고려하면 더 복잡해 집니다. 온음 간격 사이에 두개의 반음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가령 C 와 D 사이에 들어갈 C# 과 Db 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위 계산과정에서 보면 C# 의 비율은 2187/2048, Db 의 비율은 256/243. C#/Db = 1.0136 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것을 Pythagorean comma 라고 합니다. 피타고라스의 음정이라고나 할까...

ooo

그렇다면 처음에 언급한 평균율에서는 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음정 비율이 어떻게 될까요?  음정 관련한 지금까지의 내용을 하나의 표로 만들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장3도의 경우 완벽한 음정의 경우 5/4, 피타고라스 경우 81/64, 그 비율은 (81/64)/(5/4)=81/80(=1.0125), 단3도의 경우도 완벽음정 6/5, 피타고라스 경우 32/27, 그 비율이 (6/5)/(32/27)=81/80. 이 차이를 syntonic comma 라고 하는데 앞서 언급한 피타고라스 코마 1.0136 처럼 비스무리한 음정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이 1.0125 또는 1.0136 의 차이는 과연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요?  그것을 알기 위해 먼저 센트 (cent) 라는 개념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센트란 평균율에서 반음의 1/100 을 말합니다. 훨씬 더 세분화 한 것이죠. 그러면 1 octave 는 1200 cents 가 됩니다. 평균율 반음 배율 구하듯 cent 를 구하면 1 cent 는 2 의 (1/1200) 제곱.



이 센트의 개념에도 익숙해져야 합니다. 센트는 로그 스케일을 이용하여 비율의 곱을 센트의 합의 표기로 바꿔 줍니다. 가령 c^200 는 온음, c^100 는 반음이 되는 것이죠. 이 진동수 비율을 센트로 변환하기 위한 공식을 구하면 이렇게 되겠죠. c^x = f. 즉,



f=0.0125 이면, x 는 약 22 cents. f=1.0136 이면, x 는 약 23 cents 의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만약 센트 단위로 튜닝이 가능한 기타 튜너를 가지고 있다면 20센트 정도 변화가 어느 정도 틀어지는지 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out of tune 상태라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죠. 완전음정만 불러대던 시대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3도와 6도를 인정하고 사용하면서부터 결국 이 피타고라스 음계는 수정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에 이야기할 순정률 음계가 등장하게 되죠.

하여간 피타고라스음계는 옥타브와 완전5도와 완전4도는 완벽하지만 나머지 음정에서는 많은 오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평균율은 완전4도와 완전5도가 살짝 틀어지면서 나머지 음정에서는 피타고라스보다 오차를 많이 줄인 것을 볼 수 있죠. 게다가 피타고라스 음계 미완성의 크로마틱까지 완벽하게 완성을 시키고 조바꿈, 조옮김을 쉽게 만들어 그야말로 서양 조성음악의 전성시대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이 평균율이기도 합니다.

2009년 3월 12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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