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황한 이전 글들에서 평균율 음계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가장 간단한 정수비율인 1 : 2 진동수비를 가지는 옥타브를 균등 분할하여 12음을 일정한 음간 거리로 균일하게 배열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C음을 기준으로 그 12음을 쫙 나열하면 다음과 같이 되겠죠.



좀 기괴하죠. 불안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것도 음계의 하나입니다. 반음으로만 이루어져있다고 해서 반음음계 또는 크로마틱 스케일 (chromatic scale) 이라고 하죠. 이 음계는 '도 레 미파 솔 라 시도' 같이 음들 사이에 들리는 시작과 끝, 어떤 질서 또는 특정 분위기 같은 것이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고, 그 음계의 성격을 이끄는 큰형님 으뜸음 '도'와 종결감을 들게 만드는 7번째 음 '시' 같은 이끈음 (leading tone) 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즉 어떤 조성 (tonality) 이 잘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죠. 크로마틱에는 key 가 없습니다. 어떤 음에서 시작해도 그게 그거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 음계는 사용하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죠. 많이 사용합니다. 5음만 사용하는 펜타토닉 스케일 솔로의 경과음 (passing tone) 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코드 진행에서 루트음 (root note) 이 반음 진행을 하는 경우에도 사용되고, 노래 선율에도 또한 사용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



크리스마스 캐롤인 <화이트 크리스마스> 의 선율입니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는데 각각의 그 첫 4마디를 보면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하는 부분인데 선율이 반음으로만 만들어져 있죠. 나머지 부분에서는 '도 레 미파 솔 라 시도' 7음을 사용하는 메이저 스케일을 사용한 상행 및 하행하는 선율로 차분하게 진행하지만, 이 부분은 반음음계를 사용하여 '크리스마스가 다가 오고 있어' 뭔가 기대감과 설레임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메이저 스케일을 사용하여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이고 차분한 톤의 성격 (tonality, 조성) 을 유지하면서도 중간중간 크로마틱 스케일을 사용하여 key 를 없애고 조금은 다른 느낌, 즉 설레임, 호기심, 아주 약간의 긴장감 같은 느낌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잠깐만 조용히 하고 들어봐... 크리스마스가 오잖아..." 뭐 이런 느낌...

이 크로마틱 스케일은 피아노로 보면 흰건반 검은건반 옥타브 내 12음 모두가 평등한 지위를 얻고 있는 것이고, 모든 건반을 다 사용하면 됩니다. 기타의 경우는 프렛보드의 독특한 로직때문에 하나의 반음음계를 일정 거리만큼 밀려서 겹쳐 놓은 것이기 때문에 대개는 어떤 특정 패턴 (pattern) 으로 스케일을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메이저 스케일이건 펜타토닉이건 또는 기타 어떤 스케일이건 음단위가 아닌 특정 패턴으로 접근하십시오.

가령 기타에서 반음음계를 패턴으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될 수 있겠죠. 다음과 같이 피아노처럼 쫙 펼쳐서 하나의 현에서 모든 프렛을 하나하나 연주하거나,



아니면, 줄간 거리가 완전4도(2~3번줄은 장3도) 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과 같이 상행/하행할 수도 있고,



또는 유사하게 이런 패턴을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손가락이 4개라 이런 패턴은 좀 불편하긴 하지만.



기타에 있어서 이 크로마틱 스케일 패턴은 처음 기타를 배울 때 마치 피아노 하농 연습 하듯 손가락 푸는 연습을 겸하기도 하지만 엄연히 하나의 음계의 패턴을 연습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급적 이 그래픽 패턴은 외우시기를.


2009년 3월 22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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