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light Zone

OLD POSTS/영화 2013. 12. 26. 23:16


천둥, 번개가 요란한 짙은 구름 속을 뚫고 비행 중인 비행기 화장실에서 극도의 비행 공포에 질려 땀을 뻘뻘 흘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로알드 달을 닮았고 'Micro Chip Logic'이라는 교재를 쓴, 대학 교수로 보이는 한 중년의 아저씨 발렌타인은 승무원의 도움으로 제자리에 돌아와 간신히 공포를 진정시키지만 심하게 흔들리는 기체에 공포는 좀처럼 떨치기가 어렵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창 밖 광경. 망상인지 현실인지 그의 눈에는 해괴한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다시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른다. "날개 위에 뭔가 있어요. 녹색의 새인지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엔진을 부수고 있어요. 이륙할 때 올라 탄 기술자인가... 그런데 바람도 세고 춥고 공기도 희박하고... 불가능하잖아. 쩝." 승객들은 창가로 몰려와 바깥을 내다 보고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35,000피트 상공을 나는 비행기 날개 위에서 사람이 엔진을 부수고 있다는 게 말이 되? 제길슨 바보가 된 것 같아." 발렌타인은 착각일거야 진정하려 노력하고 사람들은 "정신이 나갔나봐요" 수군댄다. 그러나 엔진이 파손된 것은 사실이므로 빨리 착륙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발렌타인에게 기장은 몇 분 전에 비행기 엔진이 번개에 맞아 파손되었으나 나머지 3개의 엔진으로 착륙할 때까지 비행이 가능하다고 그를 안심시킨다.

심하게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극도의 공포감으로 어쩔 줄 몰라하며 다시 창 밖을 보던 발렌타인은 엔진을 파괴하고 있던 괴물을 다시 보게 되고 가스통으로 창을 깨더니 급기야 동승했던 경찰의 총을 빼앗아 창을 향해 쏜다. 창은 깨지고 대기는 비행기 안을 무섭게 빨아 들인다. 그리고 발렌타인도 튀어나가는 것을 승객들은 붙잡고 상체만 창 밖으로 튀어 나온 발렌타인은 그렘린처럼 생긴 그 끔찍한 괴물과 대면하고 사투를 벌이더니 괴물을 떨쳐낸다...


이 이야기는 1980년대말 국내에도 방영된 바 있는 <환상 특급 Twilight Zone> 이라는 미드의 극장판의 네번째 에피소드입니다. 조지 밀러가 감독을 했죠.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존 리스고가 존 발렌타인을 연기했습니다. 나머지 세 개의 에피소드는 존 랜디스, 스피븐 스필버그, 조 단테가 연출했죠.

<환상 특급>의 오리지날 시리즈는 1959년~1964년 동안 시즌 5까지 제작되고 CBS에서 방영된 전설의 미드입니다. 그리고 1983년에 위 극장판이 만들어진 다음, 1985년에 리메이크되어 CBS에서 1989년까지 방송되죠. 이것 역시 뛰어 납니다. 국내에 방영된 것은 이 리메이크작이죠. 그리고 2002년에 포레스트 휘태커를 진행자로 기용하고 다시 시리즈가 제작되지만 큰 호흥은 얻지 못하고 시즌 1으로 마무리됩니다.

극장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아무래도 이 발렌타인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괴물이 비행기 날개 위에서 엔진을 부순다는 장면은,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찰리와 초콜릿 공장>,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등을 쓴 로알드 달의 첫번째 동화인 <The Gremlins>의 설정과 비슷하죠. 디즈니에서 그림책으로 나왔는데 상상의 동물인 그렘린이 하늘을 나는 전투기 날개 엔진을 부순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존 리스고는 실제로 로알드 달을 상당히 닮았다는 부분이죠. 어쨌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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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 영화보다는 그 설정에 관한 것입니다. 발렌타인은 '마이크로칩 로직'이라는 교재를 쓰는 교수일 정도로 매우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인물이죠. 그런데 비행기 날개에서 괴물이 엔진을 뜯어 내는 것을 보았다고 상식적이지 않은 공포에 사로 잡힙니다. 하지만 인정하기도 하죠.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환상 특급> 에피소드들의 주요 설정이 이러하죠.

그것은 위의 이미지처럼 짙은 구름과 번개가 만들어 낸 착시일 수도 있고 그의 극도의 비행 공포증이 불러 낸 환영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엔진은 번개에 맞아 파손되었죠. 물론 발렌타인의 눈에는 그 괴물이 뜯어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과학적 사고를 해야 하는 공대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 그의 눈 앞에는 괴물이 보인다고 사람들에게 확신을 하죠.

창 밖의 그것이 괴물이라고 확신하게 된 발렌타인은 결국 창을 깨고 상체만 내밀고 괴물과 사투를 벌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깨진 창으로 빨려 나가지 않기 위해 몸을 바짝 숨기는 탓에 비행기 바깥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게 되죠. 그리고 목숨을 걸고 싸워 이긴 발렌타인은 스스로를 수백명의 목숨을 구해는 영웅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들의 이성과 합리성으로 괴물이 날개에서 엔진을 뜯어 내는 것은 현실 불가능하다는 상식적인 판단을 합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많이 보는 장면이긴 합니다만. 하지만 발렌타인이 창을 깨어 버림으로서 다른 사람들은 몸을 낮추게 되고 아무도 창 바깥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볼 수 없게 되죠. 그리고 주인공이 괴물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믿거나 말거나" 선택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됩니다.

인간의 이성과 상식에 의거한다면 당연히 발렌타인의 영웅담은 헛소리에 불과하여야 하죠. 물론 <환상 특급>은 이런 시시한 결론은 지향하지 않지만. 문제는 발렌타인이 만들어 낸 상황입니다. 트루만 대통령의 "lf you can' t convince them, confuse them" 라는 말처럼 발렌타인은 창을 깨고 기내를 혼돈스럽게 만듦으로서 누구도 진실과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죠. 황당무계한 설명이건 과학적인 논리건 미신이건 그 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발렌타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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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국방부나 정부가 천안함 사태를 의도적으로 이렇게 몰고 갔다고 보고 있죠.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에 의해 두 동강나고 수십명이 희생되었다,라는 국방부의 이야기는 비행기 날개에서 그렘린이 엔진을 뜯어 내고 있다는 발렌타인의 이야기와 어쩌면 아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의문을 가진 이들을 convince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confuse 하게 해왔다는.

비행기 승객 들 중에서 누구도 발렌타인이 주장하는 엔진을 뜯어내는 그렘린을 본 적이 없는 것처럼 천안함 생존자들 중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폭파되어 두동강 날 때 폭발 현장을 보았다고 들었다고 하는 이는 없고 관련 동영상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번개가 엔진을 파손시켰듯이 배는 좌초되어 파괴된 것인지도 모르죠. 일단 이것이 지극히 논리적인 과학적인 사고 같습니다.

발렌타인과 정부가 짜고 영웅담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비행기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몰래 비행기 엔진 근처를 금속으로 마구마고 훼손을 한 다음 공개를 할 수도 있겠죠. <환상 특급>에서는 실제로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옵니다만. 천안함 경우에는 쌍끌이 어선으로 건진 어뢰에 쓰여진 1번이 그것이겠죠. 여기서 과학적인 사고는 이런 것입니다. 1번이라 적힌 어뢰 파편이 발견되었으니 상황 종료다,가 아니라 왜 폭발이 일어났다면 왜 그 고열로 당연히 녹아 없어지거나 타버렸어야 할 글씨가 이렇게 뚜렷하고 온전하게 남아 있는가.

국방부의 말대로라면 이렇게 됩니다. 구글 어스가 바닷가도 아니고 평양 상공에서 포착한 잠수정과 비슷한 잠수정이 추진체에 1번이라 쓰여진 대형 어뢰를 탑재하고 몰래 내려와 천안함에 쏘았고 정확하게 명중이 되어 배가 반토막이 났는데, 타고 있던 승무원 중 폭발음을 듣거나 충격을 느끼지도 못했고, TOD 영상 그 부분만 쏙 빼고 기록된다. 그리고 두 달 지나 MB 말대로 국운으로 건져낸 파편을 보니 거기에 북한 글씨체로 1번이라 떡하니 적혀 있더라.

이 상황이 그렘린과 싸워 이겼다는 발렌타인과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네요. 현장을 볼 수 없고 현장에 있던 승객도 아닌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은 선택입니다. 발렌타인의 말을 "믿거나 말거나". 당연히 우리는 우리의 미신과 소망이 아닌, 논리와 이성을 동원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정부와 국방부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상식적으로 믿을 수 없는 것이죠. 증거가 없고 궤변과 추측만 있는 상태이며 과학적 추론은 오히려 발렌타인의 사후 훼손, 즉 조작의 흔적을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그것이 오키나와 미군 기지 존속을 위한 한미일의 협잡이었는지 아니면 여당, 정부, 국방부의 더러운 지방 선거 전략이었는지, 무엇이었는지는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어쨌거나 발렌타인의 공포증과 행동에는 지금의 우리나라의 국방부와 여당과 정부의 공포 정치 선호 사상과 이념에 대한 집착과 컴플렉스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2010년 6월 1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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