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작년 겨울 개봉되었던 독일 영화 <Vier Minuten, 포 미니츠>의 마지막 장면인 콘테스트 본선 무대, 그 긴장과 격정의 순간, 제니는 슈만 (Robert Schumann) 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 in A minor, op.54 의 1악장 빠르고 사랑스런 마음으로 (Allegro affettuoso)  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서주가 연주된다. 관현악은 없다. 오보에의 인트로도 없이, 피아노 혼자 간다. 그러나 제니는 사라진 관현악 대신 난타를 시작한다. 피아노의 현을 때리고 몸통을 두들긴다. 이 4분의 퍼포먼스가 의미하는 음악적 자유와 그를 통한 내적 해방감의 표현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는 각자가 상상하는 그대로다.

올봄 개봉되었던 스위스 영화 <Vitus, 비투스>의 마지막 장면인 비투스의 연주회 장면, 그 자유와 열정과 순간, 비투스는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 3악장 빠르고 힘차게 (Allegro Vivace) 의 연주를 마친다. 그리고는 자신의 경비행기를 타고 소년의 열정을 이해하는 피아노 스승의 집으로 날아간다.

비투스는 피아노 천재, 수학 천재에 5개국어에 능통한 한마디로 천재 소년. 그러나 그 천재의 삶은 비투스를 불행과 부자유의 감옥에 가둬 버린다. 비투스는 그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어한다. 세상의 선입견과  편견으로 가득찬 부자유의 감옥에서의 연주? 그것은 음악이 아니다. 비투스는 자유로운 연주, 진짜 음악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천재가 아닌 소년으로 살고 싶었으며, 그 소년의 자유로움과 상상력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었다.


<Vitus>에서 비투스로 출연한 테오 게오르규는 실제로 피아노 신동에 5개국어에 능통하다고 한다. OST 마지막 트랙인 슈만 피아노 협주곡 3악장을 연주하는 마지막 장면의 피아노 연주도 물론 직접했다. 92년생 아직은 어린 10대라 그런지, 연주에 힘이 넘친다.

비투스를 가둔 부자유의 감옥이건 제니를 가둔 신체를 구속하는 감옥이건,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으로 제니와 비투스는 독일 낭만 음악 협주곡의 최고봉일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 제니는 그 난타의 변주를 연주하긴 했지만.

이 곡을 초연한 클라라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한 투쟁, 지나친 열정으로 인해 손가락을 다치고, 그로 인한 위대한 피아니스트로써의 꿈의 좌절, 위대한 작곡가가 되겠다는 집착과 정신병, 라인강에 몸을 던지기까지 했던, 슈만에 대한 일종의 헌정 영화 같다는 생각을 잠깐 잠깐 한다.

ooo

아직 많은 버전의 연주를 들은 것은 아닌데, 지금까지 들은 것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92' 예프게니 키신 &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와 비엔나 필 (요거 최근에 다시 몇개 수입된 듯)
74' 다니엘 바렌보임 & 디트리 피셔 디스카우와 런던 필
92' 마르타 아르헤리치 & 니콜라우스 하르농쿠르와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비투스> 때문일까 20대 초반에 연주한 키신의 연주도 귀에 들어온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좋아하는데 혹 <비투스>, <포 미니츠> 아직 안 보신 분들 있으면 둘다 DVD 도 출시되어 있으니 한번 구입해서 보셔도 좋을 듯 하다.

2008년 7월 20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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